좀비썰 |
종인이가 문을 열고 나갔어. 너징어도 같이 따라 나갔지.
항상 북적거리던 세상이 오늘따라 진짜 조용한거야. 매일 짹짹이던 새소리도 없고, 한가지 희미하게 들리는게 있다면 괴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들이였어. 그게 적응 안된 너는 가뜩이나마 무서운마음에 온몸이 움츠러들었어.
현관 문을 여니까 더 선명하게 들리더라. 너징어는 무서워서 종인이 팔을 더 꼭 부여잡았어. 종인이는 너징어를 힐끔 보더니 징어가 잡은 팔을 자기쪽으로 조금 끌어당겼어.
종인이는 집 밖을 둘러보았어. 아무도 없는 것같았어. 그런데 밖으로 완전히 나오니까 계단 밑에 있던 좀비가 사라진거야. 종인이는 당황했어. 안 죽었을 것이라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막상 없어지니까 두 배로 긴장이 되었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종인이한테 꼭 붙어서 졸졸 쫓아갔어.
엘레베이터와 계단 중에서 고민을 했어. 참고로 징어네 집은 6층이야. 종인이가 너징어에게 어디로 갈지 의사를 물어봤어.
엘레베이터와 계단 중 둘다 위험하긴 위험해. 계단으로 떨어졌던 좀비가 사라졌어. 그리고 엘레베이터는 엘레베이터 안에 혹시나 좀비가 있을지도 몰라.
무서웠지만 떨리는 손으로 계단을 가르키고 너징어는 종인이 등 뒤로 얼굴을 묻었어. 종인이가 앞장서서 걸어갔어. 너징어도 어기적어기적 종인이에게 붙어갔어.
5층으로 내려왔어. 센서등이 켜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피가 약간 묻었을 뿐이고 아무도 없었어. 종인이가 촉을 곤두세우고 다음층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어.
너징어도 얼른 따라갔어.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너징어는 멈칫했어. 징어가 멈추니까 덩달아 종인이도 멈췄어. 종인이가 왜냐고 묻자 너징어는 머뭇거리다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어.
종인이에게는 말 못했지만, 내려올때부터 계속 거슬리는게 있는거야.
바로 무언가가 쓸고간 것같은 핏자국이였어.
종인이는 아무렇지 않은것 같은데 너징어만 유독 신경쓰였어.
4층으로 내려갈때, 계단 쪽 센서등이 켜졌어. 그리고 너징어는 경악했어. 5층이 깨끗한 편이였는지 4층계단은 약간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피범벅이였어.
아까전부터 발에 밑이 찰박거리는게 피를 밟은 거였어. 조심조심 계속 해서 내려가는데, 너는 4층이 불안해 죽을것 같았어.
무슨 일이 일어날것같은 더러운 예감이 들고, 원래부터 4라는 숫자는 그리 호감을 가지던 숫자도 아니였어. 오히려 비호감이였으면 모를까.
4층에 도착했어.
그런데 4층에 진득한 핏자국들이 난잡한거야. 4층 계단이 양호한 편이였었지.
종인이가 멈추길래 너도 멈췄어. 시야는 종인이의 등때문에 다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어. 별로 보고싶지도 않았고.
밑은 아직 굳지않은 피가 흐르고 있었어. 그리고 그 핏자국 사이사이에는 발자국이 있었어. 아주 옅게 찍힌 발자국. 그런데 그것도 쓸린것 같이 찍힌 자국이였어.
종인이가 계속 멈춰있길래, 너징어는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 앞을 봤어. 너징어 눈에 보이는 사람은,
평소에 너징어와 자주 인사를 나누고 징어한테 잘대해주던 루한이였어. 루한은 잘생기고 중국인인데도 한국말을 잘해서 너징어가 제일 좋아하던 이웃이였어.
너징어는 다행이다 하고 얼른 뛰어갔어. 아무래도 어른을 만났다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어서 본능적으로 행한 행동이였어.
그리고 종인이에게서 떨어지자마자 너징은 아차 싶었지. 혹시 루한이 좀비가 되었으면? 하지만 다행인게 뒤에서 종인이가 잡아챘어.
너징을 잡아챈 종인이는 너징을 뒤로 무르게하고 아까 들고나왔던 신문지에 쌓인 칼의 신문지를 벗겨내고 날이 선 칼을 들어올렸어. 루한은 그저 멀뚱히 종인이만 쳐다봤어. 그리고 픽하고 바람빠지는 소리가 나게 웃었어.
종인이는 루한이를 경계하는 듯 했어. 혹시나 루한이 괴물이였으면 자신들이 살아남지 못할테니까.
그때 너 옆쪽에서 크르거리는 소리가 났어.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어. 그리고 눈이 마주쳤어. 그 좀비와. 두 팔이 없이 징어네 집 문을 머리로 두드리던 그 좀비.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어. 어쩐지 핏자국이 너무 짙었었던거야. 종인이가 후라이팬으로 쳤다는게 정말인지, 머리 한 쪽도 눌려있었어.
시선이 마주쳤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는거야. 사람이 사람이 아닌느낌? 그리고 괴물은 달려들었어. 미처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비명도 못질렀는데, 눈치챈 종인이가 놀라서 굳어있는 너징과 함께 재빨리 벗어났어. 도망치고 보니까 어느새 루한이 근처로 왔었어.
좀비는 중심잃고 휘청거리다 벽면에 머리를 부딪쳤어. 그리고 바닥으로 엎어졌어. 팔이 없는 좀비는 허우적거리면 한참을 버둥댔어.
종인이가 우왕좌왕하고 페이스를 잃자 너징어도 진짜 불안한거야. 누구보다 듬직했던 종인이가 페이스를 잃으니까.
그때, 엘레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났어. 그 안에서 나온 사람은 너징어가 평소에 좋아하던 경비원아저씨가 온거야. 경비원이저씬 고개를 숙이며 무슨 피가 이렇게 많데.. 하고 툴툴대며 올라오다 고개를 들고 괴물을 본 후 소스라치게 놀랐어.
그리고 경비아저씨가 당황한채로 서있자, 루한이가 종인이랑 너징어를 자기 쪽으로 끌여들이더니 좀비와 경비아저씨를 둔채로 4층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갔어.
4층 엘레베이터에 탄 너징어는 무섭고 두렵워서 눈물이 찔끔찔끔났는데, 종인이가 토닥이면서 달래줬어.
루한이가 다정한 말투로 말했어. 경비아저씨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 미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어. 안그럼 네가 뜯겼을테니까. 하고 말이야. 너징어는 소름이 돋았어. 루한은 자신들이 올것을 예상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고.
루한이는 종인이와 너징어에게 말했어. 자신은 밖을 둘러보러 갈꺼라고. 종인이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너징어를 봤어. 밖은 위험하고 안도 위험한건 마찬가지야. 내적갈등으로 멘붕상태까지 이르었어. 너징어는 고민을했어.
따라갈까 말까 |
어휴..........소재고가....ㄹ.......헬로,암,똥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