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촉촉이
푹푹찌는 여름날 교실, 저마다 무리를 찾아 모여 떠드느라 조용할 틈이 없는 점심시간. 호원의 귀에 가지런히도 꽂혀있는 이어폰 볼륨은 주변 소음을 차단할만큼 컸고, 몇십분째 붙들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상대는 며칠 전 고백받아 어거지로 사귀기 시작한 호원의 애인이었다. 하트라도 하나 붙어 있을 법 하지만 애석하게도 '애인' 두 글자로 저장되어 있는 사내가 보낸 메세지의 내용은 전부 의문문이다. '밥 먹었어?' '응', '뭐해?' '그냥', '오늘 볼래?' '바빠', '안 심심해?' '응'. 하고 단답뿐인 호원의 대답에도 지치지 않는지 금세 '수업 언제 시작해?' 새 질문을 보내온 사내였지만 호원의 손가락이 움직인 시간은 찰나였다. '곧'. 책상 위 물병 겉면에 맺힌 물방울이 모여 병을 타고 흘러내렸다.
뒷문이 드르륵, 쾅. 큰소리를 내며 열리자 교실 안은 일순 정적. 으하하 하고 꽤나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교실 안을 메웠지만 이어폰 소리때문에 듣지 못한 호원은 그저 휴대전화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열린 문으로 쏜살같이 들어온 소년은 1학년이라면 모를 리 없는, 소위 '잘 나가는 애들'의 우두머리 격인 동우였다. 아이들은 괜스레 동우의 눈치를 힐끔 보기 바쁘다. 교실 안을 급히 두리번대는 동우의 딱 달라붙는 교복과 파란빛이 도는 머리는 온통 물에 젖어 있었다. 동우의 시선이 멈춘 곳은 호원의 책상 위 물병. 재빨리 호원의 앞으로 뛰어간 동우가 책상 모서리를 손에 쥐더니 그대로 털썩, 주저 앉아 '야' 하고 호원을 부른다. 인기척을 느낀 호원도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 동우를 힐끔. 휴대전화 잠금버튼을 누르고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었다. 음악소리가 어찌나 큰지 이어폰에서 흐르는 멜로디가 동우의 귀에까지 선명히 들렸다.
"나 물병좀 빌려주라, 응?"
"..."
"아씨, 나 급해."
흠뻑 젖어 자신을 올려다 보는 동우의 촉촉한 눈망울을 마주한 호원은 아랫배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어 미간을 좁혔다. 대답 없는 호원에 동우가 작게 욕을 내뱉는다. 교실 안을 다시 둘러 보아도 물통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빨리 안 구하면 또 맞기만 할텐데.. 힐끔, 호원의 명찰을 스캔한 동우가 구겨지는 인상을 쭉쭉 펴고 최대한 웃으며 '호원아' 친절한 목소리로 호원을 부른다.
"호원아, 나 진짜 이거 있어야 되는데.."
"..."
"금방 갖다주께, 응?"
"..."
"아 씹.. 호워나아, 응? 웅?"
"가져가."
"아싸, 고마워!!"
가져가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병을 채간 동우가 뒤따라온 제 친구들에게 물병속 물을 흩뿌린다. 공격을 하는건지, 당하는건지 구분도 안가게끔 물을 맞으면서도 뭐가 그리 신나는지 캬캬 웃으며 물통을 휘두르기 바쁜 동우를 보는 호원의 심장이 덜컹. 젖은 와이셔츠때문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동우의 몸에 호원이 꿀꺽, 침을 삼켰다.
동우가 쥐고 있던 책상 모서리를 멍하니 쳐다보던 호원이 바삐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풀고 메신저창에 처음으로 3자 이상의 메시지를 적는다. '헤어지자', 전송 버튼을 누르고 '애인'이라 저장된 사내의 메신저를 차단하고 번호를 스팸함에 넣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풋 웃음을 지은 호원이 턱을 괴고 동우와 그의 친구들이 하는 양을 바라본다. 아까 저를 올려보던 촉촉한 눈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촉촉이 좋네, 촉촉이."
호원의 입가에 다시 웃음기가 서린다.
ㅡ
반가워용
글잡에 글은 처음 올려봐요☞☜
부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조각이 될지 길어질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