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성규. 너 수행평가 과제 다 했냐?"
"어?"
그럴 줄 알았어. 눈이 동그랗게 커져선 수행평가가 있었어? 하면서 당황하는 꼴이 휴일동안 계속 놀기만 했다는 걸 증명 시켜주는 듯 했다. 김성규가 띨빵하게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분명 교실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남우현이 어느 새 김성규 옆으로 앉아선 김성규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성규 안 했어? 그거 중요한 건데. 남우현을 말을 듣곤 사색이 되어선 그거 점수 비율 높아? 안 한 애들 누구 있어? 하면서 눈알을 도르륵 돌리는 게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남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야, 김명수. 라고 부르는 듯한 눈빛에 눈을 감았다 뜨는 걸로 응답하고는.
"그거 존나 중요한 거야. 김성규 어떡하냐"
"성규 어떡해. 그거 진짜 중요한 건데."
"김성규 내신 망했네 이제."
"성규 불쌍하다. 어떡해. 야 김명수 너는 했냐?"
"나는 했지. 너는?"
"나도 했지. 우리 반 애들 다 했지 않아?"
"김성규만 안 했네."
어, 어? 금방 억울해서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어떡해, 어떡해를 남발하는 김성규를 보자니. 더 이상 놀리면 큰 일 날 거 같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야. 병신아. 내일 까지야. 이 말을 끝내자 마자 한숨을 크게 쉬더니 김명수 개새끼야. 하면서 욕을 해댄다. 내가 안 가르쳐줬으면 어쩔 뻔했냐? 하고 묻자 입을 금방 다무는 게 귀여워서 보고 있는데 옆에서 남우현이 끼어든다. 내가 가르켜줬으면 됐지. 성규야 내일까지 안 힘들어? 내가 도와줄게. 저게 진짜. 짜증이 부글부글 솟구쳤지만 내색하진 않고 그저 남우현이 앉아있는 의자를 발로 툭 쳤다. 그러자 김성규를 볼 때는 휘어져라 웃던 눈이 금세 싸늘해져서 째려보는 게 소름이 돋았다.
"야. 그거 혼자 해야지. 김성규 초등학생이냐. 그것도 혼자 못 해?"
"아, 아니거든. 우현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아니 그래도. 힘들텐ㄷ"
"야 김성규가 혼자 하겠다잖아. 김성규의 홀로서기를 도와줘라."
"김명수 시끄럽거든? 우현아 나 괜찮아."
오늘 집에 가자마자 해야지! 열심히 할 거다! 의욕에 불타오르는 김성규를 보며 짜게 식은 남우현의 얼굴을 비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김성규는 내가 더 잘 알지. 그럼.
*
w. 봄 비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래요. 요즘 들어서 날씨가 이상하게 더워지긴 했습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수업 시간에 옷을 벗는 아이들? 많이 봤어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사 생활을 하면서 옷을 벗긴 벗는데. 이런 상황은 또 처음 보네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국어 교사 유선생님은 수업 시간 중에 짜게 식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전 시간이 체육 시간이었던 건 유선생님도 알고 있었다. 들어오자 마자 풀풀 풍기는 남자 애들의 땀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창문 열어라! 하고 소리를 질렀으니까. 아이들 옷 벗는 거. 그것도 많이 봤을 거다. 지금 당황을 하는 순간에도 옷 벗는 아이들은 많았으니까. 근데.
"아, 더워. 더워어. 더워어."
그러면서 셔츠 단추를 하나 둘 푸는 건 여느 학생이나 그러는 건데. 그 주변에 있는 학생 둘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거다. 옷을 벗는 학생을 째려보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저들끼리 눈을 마추더니 아이들 전체를 다 째려보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래. 무시하고 수업을 나갈까 생각을 하다가도 두 학생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시선이 가는 게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왜 갑자기 수업을 멈추세요."
"아, 아냐. 미안. 선생님이 딴 생각 했네."
그러면서 다시 분필을 집어들려는데. 말 소리가 들렸다. 야 김성규. 하고 시비조로 부르는 게. 작은 목소리라 넘어가려고 했지만 시비조인 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 째려보다가 싸우려는 건가? 싶어서 확 뒤돌아보니.
"존나 눈갱이니까. 옷 벗지 말지?"
"뭐? 야 김명수 너가 칠판 보면 되잖아. 그니까 왜 내 옆에 쳐 앉아서 지랄?"
"다른 애들한테도 눈갱이거든."
"존나 너무하네. 야 성열.. 아 성열이 자네. 우현아 너도 그래?"
"응? 아니. 그건 아닌데."
"야 봐!"
미친놈아. 소리 낮춰. 그러곤 입을 큰 손으로 확 막고는 째려본다. 아. 쟤네 저러다가 싸우는 거 아니야? 유선생이 걱정하고 있을 참에 다시 한 번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수업 왜 자꾸 멈추세요. 아 미안. 하고 수업을 진행하려던 유선생님은 한 참 씨름 중인 두 사람에게 말을 건냈다. 거기 둘. 조용히 하지?
"야. 봐. 너 때문에 혼났잖아. 존나 김성규 민폐 개 쩔어."
"아. 이거 때. 아 진짜. 왜 시비야."
"너야말로 눈갱 자제해."
"성규야. 김명수 말대로 눈갱은 아닌데 보기 별로 안 좋다."
보기 안 좋아..? 시무룩해져서는 땀에 약간 젖은 셔츠를 다시 입곤 덥다고 찡찡. 김명수 싫어. 하면서 찡찡. 야, 찡찡 거리지 마. 존나. 아 알았다고 김명수 앞이나 보라고. 왜 자꾸 날 봐! 아 좀 조용히 해!
"거기 둘! 뒤로 나가!"
*
"우현아.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아냐. 너 잘못 없지."
그치? 나 잘못 없지? 하면서 좋아하다가 또 시무룩. 기분 풀라고 사준 코코팜을 손에 쥐곤 땅만 쳐다보는 게 얼마나 시무룩한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성규야. 김명수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너무 그렇게 있지 마. 달래주려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니까 금세 또 기분이 나아진 건지 응. 알았어.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 진짜. 저렇게 귀엽기도 쉽지 않은데. 하고 생각하며 멍을 때리고 있자 그제서야 코코팜을 따려고 노력하고 있는 성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안 따져. 우현아 따줘."
"이것도 못 따면 어떡해."
"안 따지는 걸 어떡해. 따줄 거면서."
그치. 따줄 거긴 하지만. 남한테도 이러지 마라고 그러잖아. 라는 말은 입 안으로 삼켰다. 괜히 말했다가 이상한 분위기가 될까봐. 따준 코코팜을 들고 기분 좋아하면서 마시다가 또 금세 시무룩. 왜 그래. 하고 묻자 내가 속 좁은 사람은 아닌데 있잖아.. 하면서 말을 시작한다. 또 무슨 귀여운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싶어서 응? 하고 되묻자 말을 꺼낸다.
"너가 이거 사줬잖아.. 근데 나 이번 주 용돈 다 써서.."
"..."
"너한테 사줄 돈이 없어.."
미안해.. 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게. 아 진짜. 웃음을 꾹 삼키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그런 거 가지고.
너 진짜 귀여워. 이 말은 웃음과 함께 꾹 삼키고.
*
좀 짧네요.
나중에 또 만나요. 안뇽.
아, 제목 좀 정해주세요
뭘 할 지 모르곘어요
부제는 계속 떠오르는데.
...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