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켜주세요 ")
정진영을 빤히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려본거지만.
녀석이 치즈빙수를 사주겠다며 온 곳은 번화가였다. 늦은 시간도 아니였는데 사람들은 거리에 꽉꽉 들어 차 있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거리를 마냥 걸을 뿐이였다.
그렇게 걸은것도 어느새 30분 째. 불안해하며 그냥 다른 곳에 가자는 나에게, 내가 잘 알거든, 저번에 친구랑 왔었어, 라며 자신 있다는 듯 말하는 정진영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같은 곳을 계속 돌고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같은 아이스크림가게를 3번 보고서야 살짝 스치던 너의 손등을 세게 쳤다.
"너를 믿은 내 잘못이지."
그럼 그렇지. 명불허전 정길치.
중얼거리며 한시간째 걸어 살살 아파오는 다리를 두드렸다.
교복이 편하긴 해도 일단은 치마에 실내화 차림이였고, 정진영이 가는 길은 이상하게 오르막길이 참 많았다.
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상하게 많이 걷고나면 물집도 잘 잡히고 자주 아팠고, 지금도 슬슬 그 증세가 나타나려고 하던 참이였다.
정진영은 아차,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시무룩해져 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그걸로 용서가…, 되네. 아주 잘 되네.
왜 하필이면 정진영이야.
아니지, 내가 쟤를? 나 쟤 안좋아해. 안좋아한다고.
속으로 별 생각을 다하며 우물쭈물 하던 사이, 정진영은 내손을 잡고 앞에 있던 카페로 들어섰다.
남자치곤 부드러운 손의 감촉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미쳤어.
조금이라도 몸이 붙어있으면 찝찝하고, 습기찬 날씨에도 정진영의 손을 놓기 싫었다.
카페로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이, 몇초가, 흘러가지 않았으면. 그렇게 바랬다.
*
카페를 돌아보다 습관처럼 가장 푹신해보이는 의자에 털썩 앉아 휴대폰 홀드버튼을 눌렀다.
부재중도 없고 문자도 없고.
담임한테 연락이 와야 정상인데. 왜 안오지? 안오니까 괜히 더 무섭네.
불길한 생각을 멈추고 정진영에게 메뉴를 물어보려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앞자리에는 내가 들고 있던 가방만이 놓여져 있었다.
얜 어딜간거야. 방금까지만 해도 앞에 있었던것 같은데.
정진영을 찾으려 고개를 돌리던 중 왼쪽 볼에 차가운것이 와 닿았다.
아, 깜짝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나를 보며 정진영이 웃었다.
"덥지, 미안"
답지않게 매너있게 행동하는 녀석이 오늘따라 좀 이상했지만 끄덕이며 얼음 물을 받았다.
"주문하고 온거야?"
어째서인지 어색해진 분위기에 입을 축이다 말을 떼었다.
얼음 물이 담긴 컵에 물방울이 송송 맺혀있었다.
이런 분위기 싫은데.
물방울을 손으로 튕겼다.
"응."
"내꺼는? 내꺼 또 주문 안했지. 나 주문하러 간다."
노골적일정도로 나를 빤히 보는 정진영의 시선에 왠지모르게 낮부끄러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어디가. 너꺼도 했어."
정진영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 다시 의자에 앉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먹는건 따로 있는데.
울상을 지으며 정진영에게 괜히 투정을 부렸다.
"너 자바칩 다 갈아달라고 했어? 그거 반,"
"반만 갈고 반은 올려달라고? 그것도 말했어."
내가 즐겨 먹던 메뉴가 길다며, 주문을 하는 나를 신기하게 보던 녀석이 그걸 언제 외웠나 싶어 놀라 정진영을 쳐다보았다.
기억력도 안좋아서 자기 생일도 가끔 까먹는 녀석이 이런건 또 언제외웠대.
칭찬 받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눈빛이 바로 이런걸까.
나와 눈을 마주치며 뿌듯하다는 듯 웃는 정진영의 머리를 나도모르게 손으로 살짝 쓸으려 올렸다가, 이내 주먹을 쥐어 녀석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말 끊지마라."
그런 나를 보고 잠시 당황하는 정진영의 얼굴과 마주 하고 또 다시 후회를 했다.
아 괜히 때렸나. 그냥 머리 한번 쓰다듬어 볼걸.
시선을 피하며 애꿎은 진동벨을 만지작거렸다.
"칭찬해주고싶을땐 때리는게 아니라,"
녀석의 손이 내 손위로 겹쳐졌다.
내 눈높이에 맞게 숙여진 녀석의 얼굴이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주는거야."
겹쳐진손은, 어느새 눈을 감은 정진영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
어둠이 내린 번화가는 아까 본 그 풍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 북적였고, 더욱 아름다웠다.
곳곳에 있는 간판의 네온사인 불빛이 환하게 비춰져 어둑어둑해졌음에도 오후보다도 밝게 느껴졌다.
6월의 더운 입김에도 저녁은 조금 쌀쌀했다.
정진영은 지치지도 않는지 거리를 계속 돌아다녔지만, 아까의 일이 기억이났는지 잠깐 잠깐 벤치에서 쉬어가기도 했다.
야자 끝날 시간에 가까워져 집으로 향하던 중, 길거리에 있는 작은 쥬얼리샵이 눈에 띄였다.
구경하고 가고싶은데, 분명 안된다고 하겠지? 그럼 어때 그냥 끌고 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정진영을 이끄려던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진영은 환하게 웃으며 가게 문을 열었다.
아, 찾았다. 들어와.
쥬얼리샵은 보기보다 조금 더 아담했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나한테도 소녀감성은 존재했던 걸까, 평소에 보석과 장신구에 관심이 없던 나도 모르게 반지를 한참동안 보고 있었다.
몇년도 더 된 일이지만, 중학생 때 정진영이 여자친구와 처음 보냈던 기념일이 떠올랐다.
그 여자친구와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들떠있던 정진영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목걸이 하나를 선물했던것 같은데, 아니 반지였나?
하여튼 그 선물 하나를 산다고 나를 불러대더니 하루를 꼬박 새서 골랐었다.
약간의 내 취향이 가미된 선물은 효과 만점이였고, 3년 내내 정진영의 여자친구가 끊이질 않았던 탓에 나도 함께 고생을 했었다.
그랬던 놈이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단 한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고백을 받는 모습은(주제에 고백은 꽤나 받더라) 몇번 목격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만 했고.
정진영이 손을 잡았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니야. 나는 지금 그냥 구경을 하는거야.
중얼거리며 손부채질을 하던 나는 다시 반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핏봤을 땐 잘 몰랐지만, 유명한 브랜드와는 조금 다르게 디테일이 상당히 세밀하고 섬세했다. 몇십개의 샘플을 보며, 나는 들떠있었다.
"혹시, 그쪽이 여자친구세요?"
쥬얼리가게를 운영하고있던 점장은 생각보다 젊은 남자였다.
반지하나를 보며 멍때리고 있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네? 아, 아니에요. 그냥 친군데."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했지만 점장은 아리송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 정말요? 그냥 친구 맞나?"
무심한듯 흘린 말이였지만,
내 감정을 송두리채 들켜버린 것만 같아 수치스러웠다. 멍때리다 만루 홈런을 당한 느낌이라해야하나.
달아오른 얼굴은 식을 줄을 몰랐고, 샘플 북을 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려 그것이 발등 위로 떨어진 것 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채 웅얼거리며 망설이던 중 하늘이 도왔는지,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괜찮지, 이거."
심플한 머리핀을 건네는 녀석이였다.
큐빅은 거추장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박혀있었고, 선물을 고르는데 일가견이 없는 정진영이 골랐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예뻤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이걸 고르는데 쏟았을까.
머리핀 선물의 의미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였던가.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났던 것 같다. 머리핀이 너무 예뻐서.
사담 |
사실 초여름 그 때는 상, 하편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상편을 너무 짧게 잡아둔 탓에 상,중,하편으로 나누어 졌네요 :( 분량조절을 못한 무능한 저를 탓하세요ㅜㅠ 뭐 그래도 스토리는 어느정도 진행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구요ㅋㅋㅋ 아 그리고 초록글 2페이지라니!!!!(감격)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늘도 포인트는 없어요! 포인트 지불하고 봤는데 재미없으면 실망하니ㄲr....ㅁ7ㅁ8 그래도 댓글 하나씩은 달아주시면 감사히받을게요! 저는 댓글성애자이므로(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