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어릴때였다. 거의 무지한 초등학생 때의 만남은 낯설지만 익숙했고 이유없이 즐거웠다. 친해지기 위해 작지만 티나는 도움을 주었다던가, 말을 건다던가. 그렇게나 애쓴 뒤에는 이유도 모르게 이미 친해져 있던 상태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빛이 나던, 그 맑은 웃음과 어린 아이 치고 똑 부러지는 굳건함. 너를 닮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외로움이라곤 모르는 너를. 자석처럼 이끌린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관심과 애정이 익숙한 우지호.
"친구할래?"
순수하게 웃으며 내민 하얀 손을 맞잡으며 넋을 놓은듯, 너를 멍하니 쳐다보던 모자라고 못난 나. 비교도 안될만큼 못난 나에게 그 무엇보다 맑게 웃으며 나를 받아준.
어린 우지호.
나는 너에게 이끌려 다가가고 우리는 운명처럼 둘도 없이 친해지며 서로가 없으면 안됄 지경이 되다, 너는 홀연히 유학길에 올랐다. 너에게 모든 것을 퍼주고 의지하던 나는 홀로 남겨두고. 그래도 우리는 운명인게 맞나봐. 또 다시 운명처럼 만나 같은 삶을 걷고 있다. 불같은 사랑을 하며.
[블락비/직경/오일] 채도
꿈이었다. 악몽은 아니었으나 흥건히 젖은 땀이 옷을 축축하게 적셔놓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던 땀들을 무심결에 옷 소매로 닦아내고는 이불을 걷었다. 아직도 꿈의 여운이 경을 괴롭혔다. 저를 향해 티 없이 웃던 말간 미소와 급작스레 마주한 이별. 그리고 극적인 만남. 찰나 주마등처럼 경을 스치고 지나간 지호와의 기억들이었다. 경은 몸을 일으켰다. 등판에 찝찝하게 젖은 옷이 들러붙어 끈적거렸다. 아직도 머리카락에 땀이 절어 방울방울 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불쾌감에 경은 침대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달칵, 스위치를 누르니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낮은 채도의 조명이 분위기 있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경은 시원하게 옷을 벗어던지고는 몸에 물을 끼얹었다. 시원하다.
십분도 채 되지 않아 끝마친 샤워는 의외로 개운했다. 보송한 몸 상태로 넓찍해진 숙소를 보고있노라니 괜시리 울컥하고 감정이 솟구쳤다. 악착같이 버텨오고 매달리던 데뷔 이후의 나날들이 꿈같으나 선명히 기억이 나서. 의연한 척 해보지만 벅차오르는 감동과 기쁨, 서러움은 참을 수 없었다. 쓸데없이 눈물이 맺혔다. 밤이라 감성이 풍부해졌나. 투박하게 눈가를 손등으로 마구 문댔다. 멤버들이 내는 코골이와 잠꼬대가 적막을 부쉈지만 서늘하게 텅빈 거실은 고요했다. 멤버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경은 목 놓아 울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은 의외로 감수성이 풍부했다.
꿈의 여운 탓인지 경은 홀린 듯 지호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혹여 발소리가 날까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어 고양이처럼 침대로 다가와 무릎을 꿇어가며 앉아 세상 모르고 자는 지호의 얼굴을 세심하고, 꼼꼼히 훑어봤다. 머릿속에 각인시키듯, 진하고 하나하나 낱낱이 모두 뚫어져라 바라보고 난 뒤에야 경은 베시시 웃었다. 10년 이상을 본 연인이지만 매번 느껴지는 설레임은 소중하다. 어둠속에서도 낱낱이 보여지는 지호의 생김새는 경이 내일에라도 시력을 잃더라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만큼 잘 알았다. 경은 아기를 다루듯이 소중한 것을 만지는 것 같은 손길로 지호의 볼을 쓸고, 얼굴에 마구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넘겼다. 최근 자주 바꾸어댄 머리스타일에 머리카락이 얇고 퍼석하게 상해 있었다. 속상하다. 지호가 마구 헤집어 놓은 이불을 부드럽게 끌어올려 다시금 폭 덮어주고 난 후에야 경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침에 봐.
깨지 않게 탄식과도 같이 뱉은 말은 웅웅거리며 사라졌다. 행복에 겨운 얼굴로 입꼬리를 가득히 올려가며 웃는 채, 지호를 향해 허공에 입술을 주욱 내밀다 집어 넣는다. 거의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질리는 틈이 없다. 경은 몸을 틀어 조금은 가뿐해진 발걸음으로 지호가 잠든 방을 나섰다. 꿈의 영향력 덕인지 지호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사랑스럽고, 새삼스럽고, 두근거린다. 울렁이는 심장에 경은 억누르듯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불쾌하지 않은 떨림이었다.
경은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방으로 돌아왔다. 전의 숙소보단 비교도 안될만큼 넓고 청결한 방. 경은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뉘였다. 옆의 침대에서는 태일이 우렁차게도 코를 골아댔다. 시끄러운 방 내부의 소음에도 경은 청결에 신경써 고른 수건으로 머리를 덮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가 끌어당기듯, 그렇게 죽은듯이.
------------------------
독방에서 온 꿀벌이긔 ><
진짜 열심히 쓸거야...ㅂㄷㅂㄷ....
리얼물이고 스토리 형식이고 나는 진짜 리얼하게 쓸테야...
이 글을 쓰기까지 열심히 투표와 조언을 해준 많은 독방 벌들에게
내 사랑을 돌립니다 >_<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