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성규. 너 사천원."
"어? 무슨 사천원?"
"..? 너 택시 탄다고 나한테 빌렸잖아."
"언제?"
"이 새끼가. 비 오던 날에 우리 집 가는데 버스 싫다고 택시 탔잖아."
아. 그랬었나. 근데 나 우현이 코코팜 사줘서 돈이 없어. 못 미더운 시선으로 쳐다보자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선 영수증 쪼가리만 있는 지갑을 펴서 보여준다. 야. 영수증 넣고 다니면 돈 안 들어와. 빼주려고 하자 지갑을 탁. 닫아버린다. 안 돼. 일기에 붙일 거야.
"너 그 일기 아직도 쓰냐?"
"먼저 교환일기 쓰자고 한 건 김명수 너였거든?"
"그게 언제야. 초등학교 때 그랬는데."
"아무튼. 난 아직도 쓰고 있거든."
존나. 소녀감성 쩌네 김성규. 하고 놀리자 또 꽥꽥 소리를 지른다. 아 뭐. 어쩔. 꺼져. 우리 둘이 꽤나 시끄러웠는 지 남우현이 또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너네 뭐하는데 그렇게 시끄러워? 무슨 재밌는 일 있어?
"알 필요 없ㅇ"
"현아. 김명수가 나 일기 쓴다고 놀려."
"일기?"
"지가 먼저 쓰자고 했는데 나 막 놀려."
성규 일기도 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나는 다 봤다. 저 새끼 입꼬리가 흔들리는 거. 돼도 않는 평정심 유지야. 저거 진짜. 내가 한 마디 하려고 하자 김성규가 베시시 웃으면서 말한다.
"김명수는 유치하다고 안 쓴데. 우현이 너 나랑 교환 일기 쓸래?"
"그럴까? 재밌겠ㄷ"
"야 장난하냐. 공부 할 시간도 없는데. 안 돼. 니네 공부나 해. 나보다 못 하는 것들이."
야. 김명수. 공부 잘 한다고 뻐기지 마. 개같은 놈. 김성규가 이를 갈면서 나를 째려보는 게 느껴졌다. 너도 공부 잘 하고 싶으면 그거 일기 쓸 시간에 나한테 과외나 받으라고.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성규야. 일기. 쓰자. 내가 사올게. 일기장."
"진짜? 사실 나 용돈 또 떨어졌거든.."
"이번에는 그냥 내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 색은 무슨 색으로 할까?"
"나는. 음. 그냥 검은색 우주있잖아.."
저것들이 진짜. 보다보다 못 참겠다. 아니 자기들이 무슨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애들도 아니고. 은근슬쩍 김성규 일기장 보려는 남우현의 속을 못 알아 차릴 줄 아나. 남우현은 날 병신으로 아나. 난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들었다. 천원짜리 지폐 세 장을 딱.
"두꺼운거 사. 나도 교환 일기 같이 써."
남우현의 시선이 무서웠다.
*
w. 봄 비
[일기는 매일 쓰도록 해주세요.]
우와. 이거 예쁘다. 하면서 쫄래쫄래 뛰어가서 공책을 유심히 살펴보는 김성규는 꽤나 귀여웠다. 그게 예쁘냐? 그러면 그거 사던가. 라던가 아니면 넌 눈이 호구냐? 존나. 이게 더 예쁘네 라던가.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내 인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만약. 저 말을 한 두번 했다면 그랬겠지.
"우아. 저것도 예쁘다."
계속 이런식으로 몇 번 째의 반복인지 모르겠다. 아나 김성규. 존나 유유부단한 새끼. 하고 욕을 하려다가도. 쫑쫑 문구점을 돌아다니는 갈색 정수리가 워낙 귀여운 게 아닌지라.
"야 김명수. 이거 어때?"
"예쁘네."
"...아 근데. ..아냐. 이거 말고"
저 패턴을 몇 번 째 돌고 있는지. 우리가 공책 한 권을 사러 온건지. 아니면 공책 디자인 조사를 하러 나온건지. 궁금해졌다. 아. 아무거나 고르라고. 하고 성질을 내자 한 껏 어깨를 움츠리고는 아,알았다고. 하고 대답한다.
"야 김성규."
"어?"
"이거 어때."
"어. 예쁘다."
야 명수야. 우리 이거로 사자. 하고 기분 좋아하는 게 귀여워서 냅뒀지만 그 공책은 김성규가 문구점에 오자마자 집어 올렸던 공책이었다. 금붕어 같은 새끼. 이러니까 남우현이 챙겨주려 안달이지. 남우현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이번엔 내가 방어를 친 게 아니라 김성규 자기 스스로 철벽을 쳤었다.
'성규야. 내가 공책 사는 거 같이 가줄게.'
'응? 진짜?'
'응. 원래 내가 사온다고 했잖아.'
'김성규. 안 가냐.'
'아. 기다려봐 김명수 새끼야. 아냐 우현아. 계속 너한테 신세지는 거 같아서..'
그냥 명수랑 둘이 가서 살게. 그 때 김성규는 인사를 하고선 훽 돌아서 못 봤겠지만 남우현 표정이 꽤나 장관이었다. 콧잔등이 잔뜩 접혀선. 요 귀여운 거 오늘은 많이 안 갈궈야지. 했는데. 꼭 자기같은 짓만 골라해선. 귀엽긴 하지만.
"야 근데 김명수. 너 우리 초등학교 때 썼던 거 가지고 있냐?"
"아니. 모르는데."
"나 그거 보고 싶은데. 내가 찾을테니까 너네 집 가자."
".. 그냥 내가 찾을게."
"아 왜. 왜. 왜. 그냥 내가 찾을게. 너네 집 훔쳐갈 거 없어 괜찮아."
너 뭐 그 전에 훔쳐갈 거 있으면 훔쳐갔냐? 하고 묻자 그건 아닌데.. 아무튼. 하고 말을 흘린다. 수상하게. 뭐 딱히 없어진 물건은 없다만. 아무튼 평소 같으면 그러던가. 하고 쉽게 허락해줬을텐데. 사실 그 일기장은 내 옷장 구석에 쳐박혀있다. 김성규가 까먹고 얘기를 안 할 때부터 쭉. 근데 너무 쉽게 찾으면 혹시나 김성규가 오, 김명수. 나랑 교환 일기 쓴 게 그렇게 소중하냐. 라던가, 오, 김명수. 너도 그렇게 안 봤는데 소녀감성이네. 라던가. ... 김성규가 눈치 없긴 하지만 혹시 너 나 좋아하냐? 하고 물으면... 지딴에는 막 던진 말이겠지만. 말문이 턱 막힐 것 같았다.
"가자고. 가자. 가자고오."
"아. 안 돼."
"왜 안 돼. 너네 부모님이 나 싫어하시는 것도 아니고. 너네 집이랑 우리 집이 먼 것도 아니고. 너가 나랑 남남도 아닌데."
"... 아무튼 안 ㄷ"
"된다고? 응. 알았어."
야 빨리 가자. 하면서 내 팔을 끌어당기는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 여우같은 놈. 말 하나는 잘 해요.
*
아직 2편밖에 안 썼는데 브금 선곡이 생각이 안 나요.
(망함)
제목은 제 방식대로 정했습니다.
... 이상한가요?
아. 시점에 대해서. 1편을 쓰고 나서 제가 봤을 때도
조금 시점이. 헷갈렸어요 굉장히.
원래 사실 1편을 쓸 때 초반 부분을 제외하고
3인칭 시점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된 거 같기도 하고요.
한 사람 시점으로 쓰면 표현할 수 없는 게 있어서.
그렇다고 3인칭 시점으로도 못 쓰는 게 있고. 그래서
시점은 조금 헷갈리더라도 왔다갔다 할 거 같아요.
그래도 헷갈리지 않게 꼼꼼하게 할테니까!
걱정하진 말아주세요!
1위는 못 한 건 너무 아쉽지만 스밍도 열심히 돌려요!
내일 봬요! :D
+)
아 근데. 여전히 짧네요.
그래도 구독료는 없고 꾸준히 연재할 생각이니까
너무.. 너무 뭐라하지 말아..주..세..요...
1편인데도 불구하고 초록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따로 편에 적진 않겠지만 항상 기억하고 있겠어요!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