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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변우석 더보이즈 김선호
l조회 2401l 4








톰과 제리


w. Harvey









나는 방금 수줍게 내 손에 초콜릿을 쥐어주고 뛰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곱게 포장되어 있는 그것을 약간은 조심스럽게 뜯고서는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씹는데. 아, 혀 끝에 녹아 드는 이 맛은...


인간이 맛 볼 수 있는 맛 중 최악의 맛에 속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던가, 크레파스를 씹어 먹는 듯한 느낌이라고. 정말 싫어하는 사람한테만 선물한다는 지옥의 99프로 카카오 초콜릿. 99프로는 초콜릿이고 나머지 1프로는 회사의 양심이라는 이 극악의 초콜릿을 저렇게 상큼한 표정으로 내게 주고 나를 엿먹이다니! 너무 크게 베어 물었더니 이건 뱉어도 입안에 쓴 맛이 얼얼하게 남는다. 다음에 크레파스를 한 번 씹어서 정말 이 맛이 나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아직 시도해보진 않았으나 이 맛은 크레파스 맛이다. 성질이나서 포장을 마구 뜯었더니 안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종이 조각이 있었다.







[어때. 맛있지? 메롱]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 글씨체는. 




죽어버려 김종현.












톰과 제리



w. Harvey












"정말 나랑 말 안할거야?"





그 99프로의 초콜릿을 입에 댄 이후로 나는 원래 짧았던 입이 더 짧아져 버렸다. 그나마 좋아했던 떡볶이도 떡 하나만 집어 먹어도 쳐다보기 싫게 할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 식욕이 똑 떨어질 수 있는 건지. 아무래도 나는 그 때 너무 크게 초콜릿을 베어 물었고, 그걸 너무 여러번 씹어 혀가 마비된거다. 안 그래도 말랐다고 엄마가 걱정이 태산인데, 너 때문에 밥을 못먹어서 요즘 살이 빠지고 있단말이다, 이것아! 


이 모든 것은 항상 '기범이 너는 날씬한게 참 좋아'라며 나의 마른 모습을 찬양하는 김종현의 계략이었으니 좋으시겠수다, 너 바라는대로 되서? 하지만 나는 지금 투쟁 중이니 너와 말하지 않겠어. 꺼져버려 김종현.





"우리 기범이 삐쳤어?"



"안삐쳤거든!"





'삐쳤다'라는 단어에 욱 하는 내 성질을 모를리가 없었다. 아,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김종현은 내가 말하지 않겠다는 투쟁을 선포한지 단 5분만에 입을 떼는 내 모습에 또 배를 잡고 끅끅대며 뒤로 넘어간다.





"그만 웃어, 쫌"



"완전 웃겨, 너. 끅끅.. 방금 전에 분명히 김종현 너랑 절대 말 안해! 내가 말 하면 니네 멍뭉이다. 이랬던거 기억나? 5분도 안됐다고. 너 이제 내 멍뭉이? 크크"



"웃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언제 그 말 했는데? 몇시 몇분 몇초? 난 기억안나는데?"



"야. 어디서 발뺌이야. 그럴줄 알고 녹음을 해놨지."





라고 말한 김종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내가 지껄였다고 주장하는 것들을 들려준다. 독한놈... 진짜 녹음을 하다니! 종잡을 수가 없어. 왜 쓸데없이 그렇게 치밀한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법적 효력이라도 있어?"



"뽀미 이리와 우쭈쭈"



"야 김종현 하지마, 너"



"에잉. 초콜릿 사줄까?"



"정말?"



"너 말고. 우리 뽀미 말이야"



"엿먹어 김종현!"





나는 전생에 김종현을 내 노예로 너무 심하게 부려먹었었나보다. 얘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을 보면 필시 우리는 전생에 좋지 않은 인연이었을거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 약을 올리는 김종현. 그래서 같이 있고 싶지 않은데도, 정신을 차려보면 김종현은 내 옆에 있었다. 찰거머리 같은놈...





"톰과 제리 지나가네."



"그렇게 부르지마!"



"원래 톰이 멍청해서, 그 덩치로도 제리를 못잡는거야."



"야 나 안멍청하거든?!"



"그래 어련하시겠어요. 난 간다 학원에서 보자 김종현. 바이"



"그래 최민호 가라."





김종현의 친구들도 하나같이 나만 보면 놀려대기에 바쁘다. 정말이지 스트레스가 쌓여서 곧 머리가 빠지겠다.













"기범아 내가 니 것도 같이 냈어"



"어..."





나는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학교에 오면 엎드려 자기 바빠 숙제가 뭔지도 잘 모르는데 김종현은 항상 내 숙제까지 해와서 제출한다. 그리고 내가 자다가 선생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선생님들한테 싹싹한 김종현이 내가 아프다고 한 마디만 하면 선생님들은 다 김종현을 믿고 넘어간다. 한 번 부탁한 적도 없는데, 처음 같은 반이 되고 얼마되지 않아 내가 숙제를 안해와서 선생님한테 매 맞는걸 보고는 그 이후로 김종현은 계속 내 숙제를 대신 해주게 됐다. 자기 숙제 하는것도 귀찮을텐데... 다른 건 아주 그냥 미워 죽겠는데. 요거 하나는 엄청 고맙네.





"일어나 밥 먹으러가자"



"으... 벌써 점심 시간이야?"



"응. 방금 종쳤어"





김종현은 그 날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아주 맛있고 비싼 길리안 초콜릿을 사줘서 나는 다시 입맛이 돌아왔다. 벌써 내가 사랑하는 점심시간인가 싶어 엎드렸더 몸을 일으켜 너무 웅크리고 있어 찌뿌둥해진 몸에 기지개를 펴고 식당으로 향하려는데, 앞 문이 벌컥 열리더니 영어 선생님이  책을 들고 들어오시면서 뒷문쪽으로 나가려는 나를 보고 수업 시작했는데 어딜 가냐면서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나는 순간 사태 파악을 못하고 멍-하게 서있으면서 내 자리로 고개를 돌렸더니, 책상에 고개를 쳐박고 등을 들썩거리며 웃다 못해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김종현이 보였다.





"김종현 너!!!"





결국 나는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앉지 않은 죄, 수업시간에 소리를 지른 죄 등을 포함해 손바닥을 맞았다. 나는 그렇게 김종현한테 맨날 속고도 또 속았다. 뜨끈해진 손바닥을 비비며 자리에 들어왔다. 나 원래 차도남인데 억울해서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 잘못 아닌데. 분명 김종현이 점심시간이라고 뻥쳐서 나는 점심 먹으러 식당으로 가려고 했던 것 뿐인데. 자기 무시하냐며 때리던 선생님도, 매일 나를 놀려 먹기 바쁜 김종현도 다 밉다. 김종현이 자리에 앉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으나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한참을 그러더니 내가 대꾸가 없자 연습장을 내 앞으로 들이민다.





[많이 아파?]





김종현은 유독 내가 맞는 것에 민감했다. 저번에 진기랑 장난치다가 태식이가 잘못해서 내 배를 세게 친 적이 있는데, 김종현은 그러다가 애 다치면 어쩔 뻔 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태식이한테 뭐라 그래서 하마터면 큰 싸움이 날 뻔 한 적도 있다. 숙제를 해주는 것도 그렇다. 내가 하도 맞으니까, 그 다음부터 대신해준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거짓말 안할게]



[기범아 응?]



[미안해...]





나는 연습장 한 면을 미안하다는 말과 잘못했다는 말로 도배하는 김종현을 보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난게 아니라, 지나친 니 장난에 지친 것 뿐이다. 나는 그날 '진짜 점심시간'이 왔음에도 밥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김종현은 내가 밥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누워있자 자신도 밥을 먹으러 가지 않고 벌을 서듯 계속 내 옆자리를 지켰다. 엎드려있는데 뒤통수가 따끔따끔하다. 그만 쳐다봐. 나 이번엔 절대 그냥 안넘어갈거야.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급식소로 빠져나간 아이들로 아무도 남지 않게 되면서 조용해졌다. 나와 김종현 뿐이다.





"기범아 미안해. 내가 심했어. 그러니까 화 풀어라 응?"





김종현은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어떤 얼굴일지 짐작이 간다. 김종현은 의외로 눈물이 많았다.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이 죽는 순간에도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보고있으면 김종현은 뭐가 그렇게 슬픈지 소리도 안내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뭐 이런애가 있나 싶었으니까. 지금 김종현은 딱 그 때 그 표정일 것이다. 왜 김종현 니가 고작 김기범 화난 것 따위에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하지만, 나 이번엔 진짜 그냥 안넘어 갈거니까.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나에게 김종현은 한참을 중얼거렸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아프지 말라고.













김종현은 그 날 이후 내게 별로 말을 걸지 않았다. 분명 내가 원하던 대로 된 거였다. 첫날은 좋았고 둘째 날은 얘가 얼마나 가나 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것이 삼 일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어느덧 이주 정도가 되니까 이제 내가 돌 지경이다.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아침에 안녕 하고 인사하는것 말고는 나한테 거의 말도 안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예전에는 남들은 다 안 웃어줘도 김종현은 혼자 잘 웃어줬는데 이젠 그렇게도 안한다. 이동수업을 할 때도 항상 내가 쉬는 시간에 엎드려 자면 깨워서 데리고 가고 그랬는데 이제 최민호랑 둘이서만 다닌다. 나는 김종현이 선생님의 부름으로 교무실에 가고 없을 때 조용히 최민호를 불렀다.





"야. 사실대로 불어"



"뭐를"



"김종현 쟤 왜저래? 나한테 왜 저러는지 넌 알지"



"너네 둘은 진짜 사람 피곤하게 하는데 뭐 있어. 너는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모르는건지"



"뭐를. 말을 해줘야 알지"



"이런 건 삼자가 말하면 안되는거야. 김종현오면 물어보던지"



"아니. 김종현이 요즘 나랑 말을 안한다니까? 인사밖에안해!"



"그래서 니가 먼저 말 걸어 봤어?"





그러고보니 난 김종현이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민호의 말대로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되는건데, 왜 난 단 한번도 먼저 말 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말 안 걸어봤으면 말을 걸어"





뭔가 정곡을 찔린 기분이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왜 당연하다는 듯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이주 동안 전전긍긍 하루종일 김종현 생각만 하면서. 이상한 기분으로 야자가 끝났다. 끝나기 10분 전은 항상 종치자마자 집을 향해 달려나가는 아이들 때문에 시끄럽다. 교무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가방을 챙기는 김종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입에 풀을 바른 것처럼 떨어지지가 않는다. 먼저 말 걸기로 다짐했는데, 이 놈의 입이 나를 안도와주네. 야자를 끝내는 종이 울리고, 엄청난 속도로 아이들이 교실에서 빠져나갓다. 뒷문으로 나가던 최민호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손을 흔들고 나간다. 10분이 흐르고, 또 20분이 흘렀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김종현은 자신의 가방을, 나는 김종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20분 뒤에 교실에는 나와 김종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 다른 반도 거의 다 나갔겠지. 이 큰 학교에 우리 둘만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하다.


뭔가를 기다리는듯 가방만 쳐다보던 김종현이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무릎을 치면 튀어 오르는 무조건 반사처럼 김종현이 일어서는걸 보고 급하게 따라 일어서다 무릎에 있던 가방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지퍼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안에 있던 것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아 진짜... 이럴 때 가방이 쏟아질건 또 뭐야. 떨어진 물건들을 집으려 자세를 굽혔다. 필통을 집으려 할 때, 내 손보다 조금 더 빠른 타인의 손이 필통을 집어 가방에 넣어 주었다. 멀뚱히 그 손을 쳐다보았다. 그 손은 내 필통을, 책을, 그리고 이어폰줄로 묶여 있는 내 엠피쓰리를 주워 가방에 넣고는 지퍼를 닫고 나에게 주었다.





"바보 같이. 니가 초등학생이냐, 가방 뒤짚어 엎게"





아, 김종현의 목소리다. 가슴이 요동친다. 김종현의 목소리의 울림이 잔잔하다 못해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내 가슴 속의 파도가 요동을 친다.





"아......"



"아, 는 뭐가 아야. 집에 안가? 가자"





뒷문을 향해 걸어가는 김종현의 손목을 잡았다. 김종현은 느리게 뒤를 돌았다.





"얘... 얘기 좀 해"



"집에 가면서 하자"



"여기서 하고 가."





나는 팔에 힘을 주어 김종현을 끌어 당겨 자리에 앉혔다.





"너 왜 나랑 말 안해? 내가 그때 화나서 너 미안하다는거 안 받아줘서 그러는 거야?"





나는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종현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뭐야, 남은 쪽팔린데 이야기하고 있구만





"신경을 쓰고 있긴 했어?"



"뭐?"



"내가 너한테 하는 행동. 너한테 신경이 쓰이기는 했냐고."



"......."





그걸 말이라고하냐. 나는 세상에서 옷 생각, 초콜릿 생각말고 누구 생각 그렇게 오래 해보긴 처음이다! 라고 솔직하게 말 할 순 없었다. 방금 전 저 웃음을 들어보면 내가 이 말을 하면 얼마나 날 비웃을지 안 봐도 훤하다. 훤해.





"난 기범이 니가 그렇게 화내고 난 뒤에 먼저 말 걸기 무서웠어"



"그때는 그냥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욱해서 그런거고"





갑자기 김종현이 내 손을 잡아서 펴게 했다. 그리고는 손을 자신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대더니 손바닥에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입술을 대었다. 화들짝 놀라서 손을 빼려는걸 김종현이 힘을 주어 잡았다. 





"아팠지"



"야... 너... 뭐하는,"



"너 아픈거 싫은데. 나 때문에 너 맞아서 엄청 속상했어"



"...김종현?"



"내가 너한테 잘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



"......"



"니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랬는데"





김종현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일렁인다. 저번에 내게 사과를 하던 때 처럼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니가 먼저 말 걸어주기 기다리다가 내가 죽겠어서 못하겠다"



"......"



"할 말 더 없으면 집에 가자. 더 있으면 너무 늦어"



"자..잠깐만."



"어?"



"너 나한테 그렇게 대하는거 되게 많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하루 종일 니 생각밖에 안했어. 오늘도 먼저 말 걸려고 했는데... 그게 쉽게 입이 안떨어져서, 그니까 내 말은 내가 먼저 화해, 아 우리 싸운건 아니니까 화해는 아닌가. 암튼 내가 먼저 그러려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횡설수설 말이 헛 나온다. 김종현이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마치 앞으로 절대 놓지 않을듯이 아주 꼭.





"진짜 정말?"



"이제 집에, 가자. 난 할말 다 했어. 이제 내일부터 어색하게 지내기 없이야."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했다는거 진짜야?"



"아 쪽팔리게 묻지마. 집에 가자니까? 늦겠다 니말대로"



"말해줘. 어?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했어? 김기범이 하루 종일 김종현 생각 했어?"



"왜 귀여운 척이야."





김종현은 가끔 삼인칭으로 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얘가 나한테 장난도 많이 칠뿐더러 되도 않는 애교도 엄청 부리는데 이게 우리 화해 하자마자 또 그 짓이라니, 넌 강적이야.





"기범아"



"왜"



"너 화낼거야?"



"내가 무슨 화를내"



"내가 무슨 짓을 할건데. 너 화낼거 같아서"



"방금 화해 해놓고 또 무슨짓을 하려고?"



"안 낼거지?"



"하는거 봐서"





실실 웃던 김종현이 잡았던 내 손을 놓아주고는 갑자기 양 볼을 감싸 쥐었다.





"야, 야? 김종현?"





그리고는 내 손바닥에 대었던 그 입술을 내 입술 위에 포갰다. 순수하게 맞닿은 입술. 김종현은 입술을 맞대는 것 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온 몸이 경직된 듯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내 입술 위에 있는 이게 김종현의 입술이 맞는건지. 밀쳐내야 하는데 몸이 꿈쩍을 안한다. 하고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 안에 울렸다. 그 바람에 슬금슬금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나 미친놈 같아?"









"나 쌍욕 먹을 각오로 한건데"









"맞아도 상관없고"









"아무 말 안 할거야?"





. 야 내가 무슨 말 하려고 하면 니가 뽀뽀를 해대는데 어떻게 말을하냐? 야 김종현 너 웃지마.





"얼굴 빨개졌어."









"기범아"





또 입술을 들이대는 김종현의 얼굴을 손으로 저지했다. 내 입도 막고 김종현의 입도 막았다. 그러자 내 손바닥을 낼름 핥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래서 손을 급히 떼어내다가 몸이 너무 크게 움직였는지 의자에서 떨어져버렸다. 아 완전 아파.





"아무튼, 조심성이 없어요 조심성이. 엉? 초딩이냐고"



"놀래면 떨어질수도 있고 그런거지 내가 왜 초딩이냐?!"





이상하게 흐르던 분위기가 김종현의 장난으로 다시 예전의 우리처럼 돌아왔다. 피식 웃으며 많이 늦었으니 수위 아저씨가 문 잠그기 전에 집에 가자며 내 손을 잡아오는 김종현에 다시 한번 흠칫. 평소에도 손은 잡았었는데 지금은 둘 중 하나는 손이 데일 것 같이 뜨겁다. 뽀뽀해서...그런가? 뽀뽀를 해서 그런건지, 그 뽀뽀를 한게 김종현 이라서 그런건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단 한번도 그런 쪽으로 생각해본적 없는데.





"김종현"



"왜"



"너 나한테 왜 뽀뽀했어?"



"......"



"나 좋아해?"



"응."





이게아닌데. 그렇게 순순히 인정해 버리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





"김기범 좋아해"



"너...너!"



"너 좋아해서 그랬어."



"......"



"그런 의미로, 우리 연애해볼래?"



"뭐어?!"





아까처럼 실실 웃소 있는 김종현을 보니, 이것도 매일같이 하는 장난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너란 놈은...





"뭘 그렇게 놀라. 장난이야"



"야! 너 자꾸 말 바꿀래?"



"안 바꾸면. 진짜 연애하려고?"



"......"



"에구구 우리 기범이 이쁘다"





그러고는 또 쪽 하고 뽀뽀를 한다. 아니 좀 전까지는 장난이라면서 이건 뭐하는짓이래?





"야 김종현. 너 진짜 사람 헷갈리게해"



"너 편할 대로 생각해"



"뭐?"



"옹알거리지좀마"









악 하지마 김종현!! 장난이야 진심이야 도대체 너 뭐야?! 내일 학교 오자마자 최민호한테 물어봐야지










::




"여름안에서"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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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이고 너무 달달합니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마만의 쫑킨지............하.................. 오랜만에 눈, 뇌 호강하고 갑니다 흡흑... 이런 옥구슬같은 글 써주셔서 고마워요 하.............♡ 이런 내용 조으다...
12년 전
Harvey
옥구슬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12년 전
독자2
내사랑쫑키닾퓨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바류ㅜㅜㅜ더ㅜㅠㅠㅠㅠㅠㅠ 쫑ㅌ키키ㅠㅣㅠㅠㅠㅠㅠㅠ
12년 전
Harvey
이것두 급필한거라 ㅠㅠㅠㅠㅠㅠ 재밌게봐주셔서감사합니다
12년 전
독자3
헐 사랑해요ㅠㅠㅜ
12년 전
Harvey
저두ㅇ.....?.............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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