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는 잘생긴 외모덕에 좋은 평판을 많이 받았다. 모르는 사람에게서는 하지만 그의 성격을 알고나서는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유는 '찌질함' 단어 하나로 설명이 되겠다. 아마 그의 잘생긴 외모는 그의 하나뿐인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다. 그리고 수려한 외모 아래 그의 손엔 항상 만화책이 들려있었고 흔히 '찌질한' 남자를 싫어하는 여고생들에 의해 명수의 남자로서의 위치는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 여느때처럼 만화에 정신이 팔려 담임의 종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때였다. "...저기 만화책 읽고있는 쟤 있지? 옆에 앉아." 선생님이 오고가고 웅성이는것은 언제든 마찬가지였다. 별거아닌일가지고 호들갑을 떠는것이 학생이고 애다. 그나저나 만화책...? 만화책 읽고있는거면 나잖아... "안녕? 근데 너 오타쿠야?" 해맑게 웃음짓는 그 얼굴위에 왠지모르는 불길함이 심어져있었다. 그때 위험을 감지했더라면... 요즘들어 명수가 자주 생각하는 것이다. 긴다리를 휘적거리며 만화책읽고있는 명수의 옆자리로 온 것은 다름아닌 전학생이었다. 그리고 그는 직설적이고 단순했다. "눈이 부었네. 눈 부으니까 음...뭐랄까...." 되게 꼴뚜기 닮았다. 이게 첫만남. 01. 그날 이후로 꼴뚜기라는 별명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친구가 없다는 핑계로 계속 뒤를 쫓아다니는데 뒤에 꼴뚜기라는 별명은 똘똘하게도 잊지않고 붙여주었다. 고맙게도. "꼴뚜기, 음악실은 어디야? 같이가자. 나 친구가 없어." 이런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전학온지 이틀도 안되어서 그는 이 학교에만 일년 반 이 지역에서 토박이로 살아온 나보다 친구가 많아진듯 해 보였고 그 사교성이 왠지 부러워졌다. 전학 일주일째 그는 타고난 사교성으로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과 친구가 되었고 우리 층 여자아이들은 모두 그를 추종하다시피했다. 잘생기고 키크고 성격도 좋은 전학생이 왔다며 가끔씩 나와도 비교질을 했다. "야 꼴뚜기 어제 또 잠 안잤지? 눈 부었잖아." "근데..." 나는 웬만해서 그의 말에 대답보단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음악실을 물어보면 음악실에 데려다 주었고 수학문제를 물어보면 풀이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하는 대답은 매우 한정적이고 희귀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인지 놀란 그가 조용한 수학시간의 정적을 깨뜨렸다. "너 목소리 처음 들어봐!" "이성열? 전학온지 얼마 안됐는데 패기 넘치네. 나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당황한듯 이성열은 머리를 긁적이며 뒷문으로 나갔다. 어쩐지 조금 귀여워 보였다. "아 맞다. 아까 하려던 말이 뭐야?"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그가 전학온 이후 분명 삼일도 안되었을 순간부터 그의 주위에는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그의 옆엔 내가 있었다. 평소 사람이 많은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급식도 늦게 혼자 먹는편인데 그놈의 이성열 덕분에 그가 새로 사귄 친구들과 밥을 먹게 되었다. 사람대 사람을 마주보고 밥을 먹는 사람들의 사회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체할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조용히 먹고 조용히 지나가려했다. 이성열의 낭랑한 질문덕에 그 계획도 소거되었지만. "어...그게..." "응. 혹시 쟤네가 불편하면 나한테만 말해." 하고는 바싹 내 얼굴앞에 저의 귀를 내밀었다. 얘는 왜이렇게 중간이 없대. 사람대 사람으로 마주보고 밥먹는것도 거북해하는 난데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는 이성열은 나를 당황케했다. 움찔 뒤로 잠깐 몸을 내빼자 이성열이 겸연쩍은듯 미안하다며 얼굴을 살짝 뒤로 빼주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너랑 귓속말 할 사이냐고요. 약간의 망설임은 당연했고 얼굴이 토마토마냥 빨갰을지도 모른다 당황한 나는 조막만한 목소리로 "내가 왜 꼴뚜기야...?" 내 생각에도 들리지 않았을 만큼 작게 말했으니 뭐든 커다란 이성열에겐 얼마나 작은 소리였겠는가. 이성열은 방금 뒤로 내 뺀 이유를 망각했는지 다시 얼굴을 바짝 붙여서 물어봤다. 아까보단 덜 당황했으나 용기가 사라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수학문제를 풀때에는 일분마다 모르는 것이 생길만큼 끈기 없던 이성열이 왜 갑자기 끈기가 생겼는지 말해달라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주위가 후끈해진 것 같았다. 주위에 이성열의 친구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은게 오래다. 이대로 있다간 밥도 더이상 못 우겨 넣을것 같아서 한번 더 용기내어 말했다. 이성열의 표정을 보니 전달이 잘 된듯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빨간 내 얼굴을 더욱 더더욱 후끈거리게 하였다. 이성열이 커다랗게 웃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마지막즈음에 배급받아 주위에 사람이 많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이성열의 웃음을 멈출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웃긴걸까. "큽. 야 ,끅 아 존나 웃겨. 그거 말, 할려고 크흑, 존나 귀엽다 김명수." 처음으로 그가 꼴뚜기가 아닌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나는 그것에 신경쓸 새가 없었다. 빨개진 내 얼굴을 진정하기 위해선 혼자먹을땐 춥다고 느낄정도였던 에어컨도 제 기능을 못하는지 시원함이 모자랐다. 아 쪽팔려. "알았어. 알았어. 이제부터 이름 부를게. 그럼 됐지?" 그 소란에서도 묵묵히 밥을 먹던 장동우, 남우현도 이성열이 모두에게 말하는 듯 하자 고개를 들어 동의의 표현을 하였다. 얼굴이 빨개진 나는 서둘러 급식을 버리러 가고 싶었다. 벌떡 일어나 급식을 버리고 식판을 두고 식당을 나가려는 순간 너무 급했던 나는 발을 헛디뎠고 바닥과 헤딩을 할 뻔 했지만 바닥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급해. 같이가." 이성열이 나의 팔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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