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Skrillex - Son of scary monster
typhoon
*갬갬
1화
종인은 하얀색과 소독약냄새가 진동하는 침대 누워있다. 평소 세훈을 다그치던 종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하얀침대에 말쑥하니 누워있을뿐이다. 그 모습을 세훈이 안절부절하게 지켜보고있었다.
세훈은 종인이 자기대신 쇠파이프를 맞고 쓰러진직후, 조직소유의 검정색벤츠를 타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도주했다. 조직소유의 다른 SUV차량들은 폭발했고, 경찰소유의 차들은 경찰들이 열쇠를 가지고있었던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도주할수있었다. 머리에 제대로 쇠파이프를 맞은 종인은 출혈이 심했고, 응급실 의사는 어쩌면 뇌손상이 있을수도있겠으나 일단 환자가 깨어난후에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했다.
그후 세훈은 혹시나 종인이 새벽에라도 정신이 돌아올까 옆에서 눈도 못붙이고 안절부절하게 혈안으로 종인옆을 지켰다. 새벽내내 형, 종인이형. 하고불러보았으나 돌아오는것은 침묵뿐이었고 공기마저 적막한 개인입원실 안에는 '삐-삐' 하는 심전계소리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그렇게 밤을세우고 오후 4시쯤, 세훈은 문득 종인을 데려오느라 미처 신경쓰지못한 다른 동료경찰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아, 씨발…."
어젯밤, 종인을 뒤에업고 온갖 피와 비범벅이 된 상태에서 병원으로 뛰어들어온 세훈은 갈아입을옷이 있을리없었고, 간호사들이 가져다준 환자복을 입고 가벼운 치료를받고나서 피와 비에젖은 자신의 옷을 창가에 널어두었다. 아차, 싶은마음에 널어놓은 젖은 바지 뒷주머니를 급하게 뒤지자, 아니나다를까 습기가 가득차 켜지지조차 않는 자신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순간 신경질이 난 세훈은 손을 번쩍들어 자신의 핸드폰을 바닥으로 세게 던지려고했다.
그때, 밤새 조용하던 침대에서 삐그덕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렸다. 삐그덕 소리를 들은 세훈은 눈이 휘둥그레져 재빨리 침대맡으로 가 종인을 바라보았다. 괜시리 야위여보이는 종인이 미간을 찌뿌린채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일으키고있었다.
"형…!"
"누구…?"
미간을 잔뜩 찌뿌린채 세훈을 바라보는 종인의 표정이 낯설다. 당황한 세훈의 머리에 어젯밤 응급실 의사가 한 말이 스쳐지나갔다. '어쩌면 뇌손상이 있을수도 있겠으나 깨어난후 상황을지켜봐야한다.' 종인은 깨어났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걸보아 '뇌손상'이 있는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깨어난지 얼마안되어 비몽사몽해 그런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핼쑥하게웃으며 말을걸었다.
"형 나 세훈이잖아, 못알아보겠어요? 너무 오래잤나? 많이 피곤한가봐. 피곤하면 다시자도돼. 나 여기있을께."
"아니, 그 세훈이가 대체 누구냐니까…. 여긴 또 어디고."
"종인이형, 어제 기억안나요?"
"종인…?"
쿵, 하고 뒷통수를 세게 맞은것같았다. 세훈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고개를 젖혔다. 깨어난것만으로도 다행이었지만 세훈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기자신이 누구인지도 자각하지 못하는것같은 반응이다. 세훈은 상황이 믿기지않아 말을 내뱉으려는데 한숨만 나올뿐이다. 개인입원실엔 정지화면처럼 떡하니 멈춘 세훈과 종인이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침묵만 흘렀다.
"김종인환자분 보호자되시죠?"
"아, 네."
간호사가 종인의 검사결과가 나왔다며 의사로 보이는 흰가운의 나이많은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세훈은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의사와 간호사 앞으로 다가가 밖으로 나가 이야기하자는듯, 턱짓으로 문을 가르켰다. 조금 낡은 병실의 문이 쇳소리를 내며 닫히고, 늙은의사가 느리게 입을열었다.
"예…, 김종인환자는 출혈이 심해서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수혈도 바로했고, 건강상의 문제는 없을것같습니다…. 머리의 큰 충격으로인해 어쩌면 약간의 기억상실증이 나타날수있겠습니다…."
"기억상실은 이미 나타난것같은데, 지금 내얼굴이랑 이름 자기이름까지 기억하지못하는것같아요. 평생 안돌아오는겁니까?"
"환자가 깨어났는데 왜 호출을 안했죠?"
"그거야 방금 깨어났으니깐…"
"방금 보호자분께서 말씀하신대로라면 김종인환자는 완전기억상실증일 확률이 큽니다. 자세한건 환자와 직접 이야기하며 검사를…"
'확률','-일것같습니다'라는 무책임한 말들이 쏟아지자, 흥분한 세훈이 나이지긋한 의사의 멱살을 잡으며 눈을 부라렸다. 늙은의사는 당황해 멱살이 잡힌채로 콜록콜록대며 진정하라며 세훈의 손을밀어냈지만, 체격조건도 좋고 나이도 젊은 세훈이 밀릴리없었다. 결국 간호사가 세훈에게 얼른 놓지않으면 경찰을 부를거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세훈은 경찰은 무슨, 바로 눈앞에있는데. 라고 내뱉을까 생각했지만, 괜히 민간인에게 노출되어봤자 좋을리없는 내용의 업무를 설명해주는것도 시간지체가 될것같아 순순히 멱살을 풀고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완전 기억상실증, 학창시절 한창 추리소설과 추리드라마에 빠졌을때 이야깃속에 자주 등장하는 병명이었다. 신체적, 정신적충격이 원인이되어 모든기억을 상실하는것. 원인이 되었던 신체적,정신적충격을 다시한번 받거나 연관된 기억, 이야기 또는 물건같은것을 듣거나 보게될때 우연찮게 기억을 되찾을수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현실에선 그리 쉽게 기억이 모조리 돌아올리도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하게 돌아오지는 못할것이다. 세훈은 한숨을쉬며 기침을해대는 의사를 쳐다보았다.
"콜록…. 김..종인 환자 다른 가족분들은 전혀 없으신 겁니까?"
"없어요, 아, 약…. 아무도없어요."
순간 세훈의 머리속엔 왠지모르게 사실대로 밝히면 안될것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민중의 지팡이가 보호해줘야할 국민에게 멱살에 거짓말이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웠지만 아마 중요한 이유일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들어 전혀없다는 말을했고, 자신과는 친한선후배사이이고, 동거를해서 자신밖에 보호자가없다고 말을했다.
"그렇군요, 일단 머리가 5cm가량 찢어졌지만 수혈도했고 치료도 했으니 일주일안에 퇴원해도 상관은없을것같습니다. 심리치료나 일상생활을통해 기억이돌아올수있으니 다른병원에가 상담해보세요. 아시겠지만 저희 병원에는 정신및 심리과가 없습니다."
끝까지 '-같습니다'의 말투는 고쳐지지 않고,의사는 할거 다했으니 알아서라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지껄여댔다. 세훈은 근방에서 꽤 큰 병원임에 불구하고 지방의 병원이라 그런것인지 의사의 처방하며, 입원, 퇴원수속까지 허술하다는 생각을했다. 세훈은 미간을 찌뿌린채 가볍게 목례를하며 개인입원실로 들어갔다. 종인은 또다시 잠이들어 숨소리를 얇게 내뱉으며 자고있었다. 어젯밤의 피범벅이된 모습과 상반이되는 평화로운 모습에 세훈은 안도감이 들었다. 종인이 깨지않도록 주의하며 침대에 조심스레 앉아 자고있는 종인을 바라보았다. 종인의 가무잡잡한 피부가 하얀시트와 상반되어 미묘한 색배치를 만들어냈고, 꽤 다부진 몸을 가진 성인남자라기엔 짙은 쌍커풀선과 입체적이고 도톰한 입술이 썩 남자답지는않지만 여성스럽지는 않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세훈은 손을 들어올려 종인의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알수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세훈은 종인의 배에 가지런히 올려있는 종인의 손을 감싸잡은채로 고개를 굽혀 종인의 손을 자신의 볼에 부대꼈다. 말로할수없는 평화감에 아까와는 다른종류의 한숨이 뱉어졌다. 종인의 손마디마디가 세훈의 볼에 맞닿아 살냄새를 풍기며 스쳐지나갔고, 이윽고 익숙치않은 낯선 이물감에 세훈은 눈을떠 종인의 손을바라보았다. 반지였다. 커플 타투와 더불어 한두달전부터 종인이 금이야 옥이야 하며 끼고다니던 세희와의 약혼반지였다. 나선형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듯한 디자인과 과하지않은 광, 심플한 큐빅이 세희와 종인만을 위해 만들어진양 종인의 약지를 당당히 차지하고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빼내어 이리저리 살펴보게된 세훈은, 반지안쪽에 음각으로 얇게 파여진 이니셜을 발견했다.
"JI♡SH…."
종인 하트 세희, 고등학생도 아니고 이니셜은…. 이 이니셜의 SH가 세훈이었다면 참 좋았을껄…. 하고 생각하던 세훈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스파크가 탁 튀겼다. 세훈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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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 조금넘어서 온다구했는데 너무 넘겨버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
생각보다 집에오는 시간이 늦어버렸네요..
암호닉은 재댓을 안달아주셔서 못썼어요 ㅠㅠ 이글에 재신청해주세요!
짧아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하루에 한편씩 연재하는대신 이정도 짤막한 분량일것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