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 수업을 하게 됐다. (2011.11.26)
일주일에 두 번.
과목은 딱히 정해진 건 아니고 모르는 것 위주로 한다.
보통 수학을 할 것 같다.
페이는 없이 그저 간간히 맛있는 밥이나 사먹는 걸로 했다.
아는 사람간에 돈으로 묶인 관계는 원치 않기에 그냥 하기로 했다.
백현이는 솔직히 가르치고 싶은 아이다.
의욕도 있고 머리도 된다.
그리고 날 좋아하고 나도 좋다.
비록 돈은 안 받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아이다.
‘나도 고만한 꼬맹이 시절에 엄마말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엄마한테는 말하지 못할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백현이와 내가 친해진 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2년 전인 2009년에 처음 만나긴 했지만 그 땐 그냥 공부방 원장님 아들이었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동생이었고 원장님이 간간히 집까지 태워다 줄 때
같이 집에 가는 아이일 뿐이었다.
그 아이와 수업을 한 적도 없고 솔직히 다른 아이보다 특별히 가까운 관계도 아니었다.
기억이 나는 계기가 있다면 작년 하반기 때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모든 번호가 날아가서 애들 번호를 다시 받은 적이 있었다.
이 때 백현이가 자기 번호도 저장하라면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며칠 후에 다소 긴 내용의 문자로 상담 비슷한 걸 나한테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상담내용은 상당히 복합적인 내용이었는데 축구를 하고 싶은데 어머니가 반대를 하고
친구가 많지 않다는 점, 자기랑 아이들이랑 많이 다른 것 같다,
서울대 가는 것은 많이 어렵냐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 난 백현이를 잘 몰랐지만 어머니랑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는건 알았고
나도 그 당시 어머니의 방식이 별로 상황을 해결하는데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들어주었다.
내 생각에도 백현이 주변에 잔소리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호응하면서 들어주었다.
가까워진 건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이전부터 친근한 감이 있었으니 번호를 교환했을 테지만
(혹은 그냥 전화가 생겨서 번호를 교환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백현이를 한 명의 공부방 학생이 아니라 백현이 개인으로 인지한건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후로 간간히 공부방 수업이 끝나면 백현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공부방에서 시내까지 같이 걸어가거나 선물 고르는 걸 같이 하거나 등등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 때 나름의 고충도 겪었다.
그 당시 백현이와 어머니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을 때 인데
나랑 늦은 시간에 돌아다닌다는 것 때문에 백현이가 굉장히 많이 혼났다.
난 그게 내 탓이라고 느껴져서 백현이한테 꽤 미안해 했다.
처음에는 애를 데리고 그렇게 늦게 까지 돌아다니면 어쩌냐고 나를 혼내기도 했던 백현이 어머니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태도가 변했다.
나중에는 아예 백현이를 내게 맡기셨다.
한번은 애 저녁밥을 안 사줬더니 밥을 안 먹었다는 사실에 놀라셨던 적도 있다.
(나와 백현이가 밥먹는 건 당연한 필수코스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리고 올 하반기 때 백현이가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점점 공부도 가르치게 되었다.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 주는 수준이였는데 얼마 전 부터는 아예 내 옆에 앉아서 문제를 같이 푼다.
문제 푸는 것을 보면 이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운동을 1년 넘게 해서 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머리가 아직 말랑말랑해서 하나를 가르치면 온전하게 하나를 다 안다.
게다가 집중력과 주의력이 좋아서 간만에 좀 가르칠 맛이 있는 애를 만났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의욕있는 학습자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 학습자와 내가 신뢰관계에 있다면 더욱 반갑다.
지금 내가 그래서 반갑다.
간단한 프로필
변백현
2011년 당시 고1
공부방 원장님 아들
위로 누나 한 명 소유
찬열과 함께 과외 시작후 많은 일들을 겪음
박찬열
2011년 당시 25세
서울대 졸업 후 공부방으로 자원봉사 다님
공부방에서 백현이 만난 후 백현이 과외를 맡게 됨.
궁금하신게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친절히 답해드려여..
해치지 않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