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삼킨 별;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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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있잖아."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나를 붙잡고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온 듯 기관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푸른색계열의 제어팔찌를 찬 것으로 봐서는 이동계 능력자인 것 같았다.
낯익은 얼굴에 몇 번을 뜯어봤지만 안타깝게도 초능력자들의 인권-이라 쓰고 기밀 보호라 읽는다- 타령하는 기관 덕분에 연구원들과는 달리 이름표도 없어 누군지 알 방도도 없었다.
어디서 본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곰곰히 생각해봐도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아 할 말이 있으면 말해 보라는 듯 대충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이민혁오빠랑 사귀어?"
큰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하는 말은 이름도 알듯 모를 듯한 누군가와 사귀냐는 물음 이였다.
이런 질문 진짜 더럽게 싫은데.
식당에서 혼자 먹는 게 익숙치않아 체할 정도로 급하게 먹은 밥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는 그 애가 말한 이름을 되풀이했다.
이민혁, 이민혁. 누구지?
다시 생각에 잠겨 눈을 몇 번 굴리다 문득 얼굴이 떠올랐다. 아, 그 차선우 친구였나. 반반하게 생긴 애.
생긴 건 꽤나 섹시한 게 내 타입이라 몇 번 말을 걸었었다. 내 기준으로 몇 번. 좀 성격이 깨서 타겟에서 지웠지만.
며칠 전에는 고백도 받았던 것도 기억났다. 늦은 밤에 차선우도 없는데 불러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나의 이 버릇을 목격할 때마다 가장 먼저 욕을 내뱉는 건 늘 차선우였다.
관심에 굶주린 년. 니가 뭔데 애새끼들 마음에 불을 지르냐고, 방화범도 아니고.
그런 차선우의 유치한 말로 말싸움을 시작한 우리를 보고 진영이는 그저 나를 꼭 안아주었고, 이정환은 아예 그 문제가 되는 것의 싹을 잘라 버리려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일에 대해서 항상 차선우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처음 친구가 됬을 때 부터 13년 동안 언행 불일치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넓은 인맥으로 내 버릇을 덮어준다던가, 그런.
"안 사귀는데."
짧은 말에도 다행이라는 듯 손뼉을 치고 나를 보고는 예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그 애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다행이다, 이거 진짜 비밀인데 나 사실 민혁오빠 좋아하거든.
기관 내의 연애가 금기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훈련의 강도와 계급의 차이에 의해 서로를 좋아한다던가, 연애를 하는 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뭐, 그마저도 아니꼽게 생각하는 감시원들에게 맞아서 헤어지는 일이 과반수지만.
진짜로 절절한 사랑이 아닌 남녀끼리 생기는 호기심에서 교제하는 경우였으니까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내 앞에선 저 애는 온 몸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티를 내고 있었다. 온 몸에서 하트가 발산되는 허상까지 보일 정도로.
거기다 말 한번 섞어보지도 않는 나한테까지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봐서는 딱 답이 나온다.
멍청하긴.
동네방네에 나 사랑한다고 광고하고 자빠졌네.
"아, 나는 이동계 박수영이야. 우리 친하게,"
미소를 지은 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는 박수영의 말을 잘랐다.
남의 감정까지 알아줄 만큼 난 관대하지 않다.
"근데 이민혁이 나한테 고백했어."
버릇처럼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포도 맛 사탕을 꺼내 입안에 넣었다. 단 포도향이 입안 가득 고였다.
예상대로 멍해져있는 박수영을 한번 쳐다본 다음 늘 그렇듯 숙소로 향했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나도 변화계나 이동계 능력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정환이 입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혹시나 해서 식당도 숙소와 연결 되어있는 별관이 아닌 본관으로 신청했는데, 이정환은 무슨. 본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진영이나 차선우의 머리카락도 보이질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2주 내내 코빼기도 안보일 수가 있을까.
괜히 신청했어. 피곤한 일만 생기고, 기분 나쁘게.
들어줄 사람도 없는 투정을 부리며 이동복도에 들어섰다. 밖 공기가 새어 들어왔는지 한기가 밀려와, 얇은 티를 입은 팔을 손으로 감쌌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담 |
오랜만이에요 독자님들! 여름이고 더우니까 겨울을 배경으로 시작할게요. 글이라도 시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ㅋㅋㅋ우래들 컴백이 7월 중순으로 잡히고 너무 들떠서 저도 모르게 글을 싸질렀습니다 결국...ㅁ7ㅁ8 초여름, 그때가 호흡이 짧은 빙의글 이였다면 밤 삼킨 별은 호흡이 조금 긴 빙의글이 될것같네요. 절대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니까 가볍게 즐겨주세요 :D 엑스트라,조연은 비원에이포와 친분이 있거나 친분이 있었으면 하는 타 연예인 분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사실 프롤로그도 잘 안쓰는데 갑자기 당황하실까봐 올렸어요. 아무래도 초능력자물이다보니까(소금소금) 용어 정리를 원하시거나,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에 달아주세요. 댓글 달고 아까운 포인트 받아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