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여보야~빨리 여보 보고싶다!!"
출근한지 얼마나 됬다고 그에게 카톡이 왔다
"나도~나도 우리 자기 보고싶어♥"
답장을 보내놓고 대충 집안일을 하기로 했다
그의 옷가지와 빨랫감들을 세탁기에 돌려놓고
청소기를 돌리는 동시에 거실을 정리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베란다에 모아둔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엘리베이터앞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타고 있는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에는 아파트 주민인것 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내게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되게 낯이 익네
기분탓이겠지
나는 엘리베이터안의 어색한 분위기를 이겨보려
한손에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혹시 저모르겠어요?"
나는 화들짝놀라 대답했다
"네?!..모르겠는데요..."
"진짜 저 기억 안나세요?"
"아..죄송해요 정말 모르겠어요"
"에이...난 너 기억하는데 실망이야"
"너..라니 절아세요?"
"원민고등학교 3-1 이래도 진짜 모르겠어?"
원민고 3학년 1반?...
나는 무언가 떠올리려 애를 썼다
내 머릿속에서는 스파크가 일어나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정진영??"
"이제야 기억난거야? 나좀 실망이다"
마침 1층에 도착해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너 진짜 정진영 맞아??와 이런 우연이 어딨어!!"
"그러게~나도 얼마전에 알았어"
세상에
이런데서 정진영을 만나다니
그것도 같은아파트 주민으로
나는 그제서야 내손에 들려있는 쓰레기봉투와 옷차림이 생각났다
대충 올려묶은 머리와 뿔테안경
그리고 늘어난 티셔츠와 츄리닝 반바지
나는 황급히 쓰레기 봉투를 뒤로 감추었다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지? 이리줘 내가 들어다줄게"
"어??아니 괜찮은데!!"
그는 내게서 쓰레기봉투를 뺏어갔다
'아 이런 모습 보이기 싫은데'
우리는 아파트단지의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 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좋아보이더라~너보니까 나도 결혼 하고싶던데?"
"아...알고있었어?"
"볼려고 본건 아닌데 너랑 니남편이랑 같이 있는걸 봤어
많이 행복해 보이더라"
"응, 너무 행복해. 그사람도 잘해주고 하루하루가 즐거워"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이렇게 헤어지긴 아쉽다
오늘 저녁에 시간있으면 내가 저녁살게 잠깐 나올래?"
"그래? 나야 좋지!"
"그럼 이따 7시에 아파트 입구에서 보자"
"그래 그때봐"
나는 정진영과 핸드폰번호를 주고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오늘 하루만 남편한테 거짓말하자
딱 한번인데 어때
친구만나고 온다고 하면 괜찮겠지
잠깐이면 괜찮을거야
나는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여보~오늘 오랜만에 친구들이 보자고 해서ㅠㅠ저녁만 먹고 금방 올게 알았지?♥"
카톡왔숑-
3초만에 답장이 왔다
"그래? 알았어..다녀와 대신 집에 빨리 와야되"
다행이다
여보 미안해
자기는 나 사랑하니까 봐줄거지?
나는 여러 원피스를 꺼내서 대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검은색 미니드레스를 입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손질하고 공들여 화장을 했다
그순간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이 데이트도 아니고 그냥 고등학교때 친구 잠깐 만나는건데 뭐...'
나는 스스로를 생각을 합리화했다
무언가 마음을 찌르는 기분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알수없는 무언가가 머릿속 한구석에서 나를 자꾸 괴롭혔다
나는 잊어버리려 언른 준비를 마치고 정진영과의 약속에 나갔다
저만치에서 그가 보였다
"와 이게 누구야- 아까 내가 본 후줄근한 아줌마는 어디가고 아가씨가 나오셨나"
그는 나를 찬찬히 훑어보며 말하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조금 부끄러워 언른가자고 재촉하였다
'내가 너무 신경쓰고 나왔나..'
눈앞에 계속 남편이 아른거렸다
그럴때마다 정진영은 내눈을 바라보며 말을걸어주었다
왜자꾸 눈을 바라보는거야 화끈거리잖아
나는 누군가 내눈을 봐라봐주면 얼굴이 곧잘 빨개지곤 한다
내가 그럴때마다 남편은 그런 내모습이 귀엽다며
볼을 쓰다듬어 주곤 했다
하지만 정진영은 그런 그의 존재를 잊혀지게 한다
그의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나는 대충 정진영과 같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정진영은 와인도 함께 주문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더예뻐졌다 너"
"에이, 농담도"
"니 남편은 좋겠다-"
나는 그런 정진영의 말을 못들은척 하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썰리지 않자
그는 자기접시와 내접시를 바꿔주었다
스테이크는 가지런하고 예쁘게 썰려 있었다
"자, 이거먹어"
"아 응 고마워"
그의 행동에는 섬세한 배려가 녹아져 있었다
그는 그때도 그랬다
학교에서도 가끔씩 내책상에 우유나 초콜릿을 놓아주곤했다
자꾸만 옛생각이나서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나는 대화주제를 바꿔 그에게 말했다
"너도 요즘 잘지내지?"
"나야 뭐. 그냥 똑같지"
"그때 애들하고는 연락하고 지내?
난 결혼하고 몇몇 여자애들빼고는 전부 연락이 끊겨서"
"응 당연하지, 동우알지? 걔도 가끔 연락해"
"아 정말? 와 오랜만에 애들보고싶다"
정진영과 나는 한창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더욱 편안해져만 갔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것같아 걱정이된 나는 집에가기로했다
나는 정진영의 차 옆자리에 탔다
차에서 내린 그가 내게 말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 오랜만에 니 얼굴봐서 좋다
가끔 놀러가도 되지?"
그는 장난스런운 말을 해댔다
그와 작별인사를 하고 가려는 나를
정진영이 잡아끌었다
나는 당황해서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뭐야 갑자기"
"내가 한가지 말을 안한거 같아서"
"뭔데그래 이것좀 놓고 말해줘"
나는 내팔목을 세게잡아챈 그의 손을 빼려 노력했다
"너 눈치 없는건 여전하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내 팔목을 세게잡고있던 그의 손이 느슨해졌다
아까랑 같은 눈빛이야
짜증나게 사람마음 아리게하는 눈빛
"나그때 너진짜 좋아했었는데..넌 하나도 모르더라
하여튼 사람마음 갖고노는데 뭐있다니까"
그는 내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의 말은 내 가슴 한가운데를 파고들어갔다
그제서야 그는 내 팔목을 스르르 놓아주었다
"아..그랬었구나 미안해 니맘 몰라줘서"
지금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가지로 마음이 혼란 스러웠다
"...얘기 끝났으면 나 그만 가볼게"
뒤돌아서 발걸음을 움직이는데 정진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 남편한테 전해 너 뺏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나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아랑곳않고 계속 그와 멀어져갔다
왜 이제 나타나서 날 혼란스럽게 하는거야
짜증나게
나는 언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문을열고 들어가는데 불은 켜져있지만 아무도 없었다
식탁엔 왠 꽃다발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이가 사온건가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다되었다
내가 너무 늦게왔나
핸드폰을 꺼내보니 부재중통화가 11건이나 와있다
무음모드를 해제하는것을 깜빡잊어 전화 온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다급해져 언른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않았다
어디간거지 이시간에
날두고 어디 갈사람이 아닌데
내가 늦어서 화났나
나도 모르게 뺨을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꽃다발안에는 카드하나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카드를 열어 읽어보았다
'사랑하는 우리여보.
항상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부족한 나랑 결혼해준것도 고맙고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그의 편지를 읽는내내 눈물이 흘렀다
그가 없는 집안이 너무나 넓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방
나는 그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산들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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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
역시나 집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오는길에 사온 꽃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오늘 저녁엔 밖에 나가서 근사하게 먹을려고 했는데 아쉽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생각보다 늦네..'
그녀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다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않았다
재미있나 보네 전화도 안받고
시계는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화도 안받고 걱정되게 뭐하는거야
나는 아파트단지 산책로를 따라 입구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에 내 그림자가 더 쓸쓸해 보인다
나는 아파트입구에 있는 벤치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기로했다
'걱정되게 왜안오는거야...무슨일 생긴건 아니겠지'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그리워져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저만치에서 차한대가 들어왔다
그차는 우리집 단지를 향해갔다
설마설마 했는데
그 차에서 그녀가 내렸다
그리곤 운전석에선 남자한명이 내렸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그둘을 바라보았다
가로등아래세 그둘은 손을잡고 서로를 마주보며있었다
나는 그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랑한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니
친구라면서
그친구가 저남자였어?
여보...나한테 이러지마
나는 너 사랑하는데
나한테 이러면 내가 뭐가되
너하나만 바라보며 살기로 작정한 난데
니가 나한테 이러면
내가 어떻게 살아?
가슴 한가운데를 무언가 뚫고 지나간것 처럼
공허한 느낌을 멈출수가 없다
자기야 이러지 말아줘 제발
한번쯤은 모른척 할 수 있으니까
.
.
.
.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으면
몇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