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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김종현]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종현, 그리고 그 후 | 인스티즈






종현은 아침 햇살이 아닌, 방 안의 밝은 조명이 켜짐을 눈꺼풀 새로 인지하고 눈을 떴다. 아무리 낮과 밤이 바뀐 제 자신이기는 해도 요즘, 활동기간이니만큼 라디오가 끝날 때면 항상 와서 잠에 들고는 했었다. 하지만 새벽라디오의 특성상 턱없이 부족한 수면 시간이었고, 그런 제 자신을 배려하는 멤버들은 종현이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일어나서 눈이 피로하지 않게 본인을 깨울때까지도 방 안의 불을 키지 않았다. 그래서 밝은 조명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화가 날 일은 아니었으므로 종현은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어요?"


룸메이트인 태민이 어쩐지 굳은 표정으로 묻는 걸 종현은 알아채지 못 했다. 응, 일어났어. 태민아, 우리 오늘 뭐더라? 사녹인데요, 쇼 챔피언이요. 태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종현은 태민의 뒤에 서있는 멤버들과 매니저를 보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뭐에요? 다들."


가만히 있는 멤버들과는 달리 양민오는 쿵쿵 거리는 발걸음으로 종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몰랐는데, 분노 서린 그의 걸음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 있다. 열애설을 비롯한 그 어떤 일이 터져도 숙소에는 침범하지 않던 그들인데, 심지어 방이라니… 놀란 종현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머리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너 제정신이니."


어안이 벙벙했다. 생리적인 현상으로 맺힌 눈물 사이로 보이는 멤버들에게 말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종현이었다. 무슨 일이야? 나 왜 맞은 건데?


그런데 최진도, 멤버들도, 그 누구도 종현과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때리기 위해 손을 드는 양민오를 저지하지 않았다.


*



"폭행이래. 음주운전도 아냐. 폭행. 동영상까지 있어."


요즘은 인터넷 기사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런데 이런 종이신문의 1면에까지 이름을 들이밀었다는 건, 정말이지…. 


"폭행이라고."


말을 번복하는 실장 앞에서 종현은 고개를 조아렸다. 사람을 저 정도로 때린 것은 정말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대를 보니 술에 찌들었을 때, 그것도 홀로 술을 마셨을 때다. 자신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 더 최악인 건, 종현은 저 영상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들 중 하나의 동영상의 캡쳐본이 1면에 프린트되어 있었다. 종현 역시 그 동영상을 비롯한 여러 개의 영상을 봤었다. 눈에 띄는 백색 은발 빼고는 종현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유사한 골격에, 다섯 명쯤 되는 주위 사람들의 '저거 종현 아냐?' 라는 쑥덕거림. 정면에서 찍힌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유투브의 영상들에선 폭행범의 얼굴이 보이는 각도에서 그 폭행을 찍고 있던 이가 단 한 명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난 새벽에 글을 올렸다고, 한다.


차마 동영상은 올릴 수 없었지만, 종현의 팬인 자신이 동영상을 올리는 일은 못 하겠지만, 그 무서운 얼굴과 발길질을 다신 보고 싶지 않지만… 그 영상은 종현이 맞다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밝히는 사실이라고.


"마지막으로 물을게. 그 동영상, 너 맞니. 종현아."


실장의 목소리에 답지 않게 인간성이 묻어났다. 종현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겠어요… 실장은 그 말에 한숨을 쉬었다.


"아니지, 더 이상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


"네티즌들이 너라고 생각해. 그럼 끝난 거야. 진실이 무엇이던, 사람들이 믿는 게 가장 큰 진실이야."


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종현의 표정을 살피려 했지만, 고개를 숙인 그의 표정은 결코 읽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실장이 스케쥴 보드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스케쥴은 계속 갈거야. 음악방송만. 회사가 그동안 잘해온 너한테 주는 최소한의 배려다."


"…"


"나가 봐."



*



멤버들은 그날 따라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던 잘 될거라며 웃어주던 진기도. 항상 새침하듯 뒤에서 잘 챙겨주던 기범도.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면 먼저 와서 장난을 걸던 민호도. 종현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태민까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묵묵한 분위기 속에서 방송을 위한 메이크업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왜 이런 데에서까지 잠이 오는거야. 제 자신을 원망하며 종현은 눈을 찡그리듯 감았다 떴다. 얼굴이 일그러지지는 않았지만 미간은 찌푸려졌다. 그런데 뒤에서 헤어를 만져주던 혜경 (가명)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혜경아, 왜 그래?"


"아, 죄송… 죄송합니다. 표정, 표정이…"


평소에 말을 더듬거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종현의 장난도 잘 받아주는 털털한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거울 속으로 자신을 바라봐 오는 종현의 눈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무서워서요.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아. 종현은 일어나자마자 두툼한 손으로 맞았던, 양민오의 그 손보다도 지금 혜경의 말이 더 아픔을 느꼈다. 무섭다고? 자신이? 항상 자신에게 키가 너무 작다는 둥 허세가 쩐다는 둥 짖궂은 농담까지 퍼붓던 혜경이 그러니, 어쩔 줄 몰라하는 건 종현이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 무서울 만도 했다는 게 제일 아팠다.


"아니야. 메이크업 막바지잖아. 종현… 씨는 오늘 여기까지만 하자고."


종현이라고 평소에 불러줬던 코디네이터마저도 기범의 옷을 매만지며 그렇게 대꾸했다. 종현씨 옷 받아가요. 종현은 순순히 그 말에 코디에게로 향했다. 옆에 나뒹굴고 있던 옷을 전해주는 그녀의 손길에 종현의 손이 살짝 닿자, 그녀가 경기하듯이 손을 떨더니 확 손을 빼냈다. 잠시 멍하게 서있던 종현은 옷을 거머쥐고 대기실을 나섰다. 오늘은 그냥, 화장실 정도에서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종현의 뒤로 나름 작은 것 같지만 다 들리는 대화소리가 종현의 귀를 파고들었다.


- 왜 그래요, 언니. 저 분 놀랐던데.

- 아… 나 너무 무서워. 맞던 사람 여자던데. 그렇게 막 때리는 거 보고… 나도 저렇게 될까봐 무섭더라.

- 여자가 살려달라고… 하던 거 맞죠.

- …그런 거 같아… 

- 신경 안 쓰던데… 욕하면서 때리던데… 욕할 때는 목소리가 거칠더라고요. 평소에 사근사근하던데…

- 연예인에 대한 트라우마 걸릴 거 같아 나… 쟨 진짜 정신병원 가야 할 애야.


머리가 아팠다. 마음은 더. 눈물을 참고 있는 눈이 제일.



*


사후녹화 직전. 종현은 자신이 동영상에서 본 것을 머릿속으로 읊었다. 일단 맞던 사람은 여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론 확실히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 언론에 의하면 의식불명인 여자. 다른 말로는, 의식이 없어질 때까지 맞던 여자….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온통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그 여자를 잃은 사람들의 상처가 컸다.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뭘 그리 잘못했는지 잘못했다며 빌던 여자… 하지만 동영상 속 자신은 그것에 개의치 않았다. 시끄럽다며 욕을 하고 음담패설을 한다. 


주위 사람들마저 두려움에 멀리 떨어져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가끔은 동영상 찍는 사람의 헉소리도 들렸다. 그 정도로 정말 죽을 때까지 때렸다. 종현의 손이 떨려왔다. 더 떨리는 두 손, 더 멀어질 초점… 한 때 제가 썼던 가사가 그대로 자신이 되어 있었다. 무대에 올라서기 직전,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 손은 그저께 한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었다.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니입니다."



무대에 올라섰고, 팬들의 함성은 그대로였다. 모순 투성이인 하루에서 이것만은 그대로다. 기억 나지 않는 못된 짓을 한 종현의 하루에서 이것만은 그대로라는 거다. 종현은 차마 웃을 수는 없었지만, 내심 안도를 느꼈다. 


오늘은 쇼 챔피언의 몇백 회 특집인 날이었다.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노래가 무대하기로 선정되었고, 그 무대는 드림걸이었다. 멤버들은 다들 제 이름이 적힌 마이크를 스탠드에 꽂았고 포지션을 잡았다. 두 말 없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왔고, 다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태민의 앳된 목소리에 커다란 함성이 일었다.


"회색빛 이 세상에 네 모습만 붉게 빛나…"


기범 역시 익살스런 표정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온유의 파트에도 역시나 함성은 컸다.

이제 종현의 파트였다.


"밤이면 내게 다가와, 아침이 되면 사라져..."


함성은 없었다. 헬로 시절이 스쳐지나가는 걸 느끼고 종현은 애써 무대를 이어갔다. MR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작은 걸까. 자꾸 제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결국 짜증서린 피디님의 목소리가 반주를 끊었고, 모두 무대 밑으로 호출 당했다. 면목이 없음을 본인도 알아 숙인 고개. 그 와중에서도 팬들의 수근거림은 너무도 잘 들렸다. 7년동안 자신을 애지중지해온 팬들, 그 어떤 일에도 괜찮다 다독여준 바로 그 팬들.


- 언제 구속되는 거야?

- 정-말 뻔뻔하다. 7년동안 내가 저런 애를 좋아했어. 끔찍해!

- 사람 의식 없애놓고 무대? 쟤 진짜 미친거 아냐?

- 막말로 자기도 의식 불명 될 때까지 맞아야 하는 거 아니니?


종현은 마지막 문장에 공감하는 자신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기는 싫어하는 제 자신은 정말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이 와중에 그의 심정마저 한 팬이 대변했다.


- 쓰레기니까 그래, 쓰레기니까.


쓰레기니까…



*



"정말 형이에요?"


그 어떤 부가설명도 첨부되지 않은 말이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하나도 필요 없었다. 종현은 평소에 돌직구적이기보다는 배려해서 빙빙 돌려말하기를 자주 하는 태민의 말에 또다시 시 심장이 내려앉았다. 정말이지, 오늘 몇번이나 놀라는 건지. 잠깐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대답은 아침에 실장에게 건낸 것과 같았다.


"모르겠어."


그 대답에 태민이 한숨을 쉬었다. 저 형이라고 생각 안 해요. 다른 형들도 그럴거에요. 그 말에는 종현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오늘 하루 참았던 눈물이었는데… 흘리는 것까지도 죄책감이 들어서 종현은 나름 급하게 그 눈물을 문질러 닦았다. 그런 종현의 발끝만 쳐다보던 태민의 입이 다시 한번 열렸다.


"그런데 형 아니라는 증거도 없으니까… 취했다면서요, 형. 어쨌든… 내일 모레, 새벽에 형 조사 받을 거래요. 우리 그때까지는 거리 둬요."


태민이 자신없게 말했다. 


"근데 진짜 형이면요, 전 더 이상 사람을 믿지 못 할 거 같아요."


태민은 그 말을 끝으로 급히 종현에게서 멀어져갔다. 남은 종현이 허탈하게 웃었다. 종현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거란다. 그런데 너무도 화가 나는 건, 그걸 원망할 수 없다는 거다. 태민은 자신을 따랐다. 정말이지, 너무도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람을 죽일듯이 팼다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건, 태민에게 자신있게 걱정 말라고, 그 동영상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푸른밤, __입니다."


오늘, 저 빈칸에는 종현의 이름이 들어가지 못 했다. 그 시각에 종현은 라디오를 켜놓고,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읽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폭발적인 반응이었지만 그 중 좋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계속 보다 보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종현이 공홈에 접속했다. 하지만 그곳마저, 단 하나의 좋은 반응도 없었다. 트위터 멘션도, 심지어 같은 멤버 기범의 인스타그램마저도.


- 이해보다 인정? 니가 사람 패는 걸 인정해달란 소리니?ㅋㅋㅋㅋ

- 태민이가 우리 말을 잘 들을 필욘 없어요~ 근데 안 들으면 패겠지~

- 멘탈 갑 김종현! 진짜 멘탈 갑이더라, 사람 패놓고 무대 위에 서는 그 멘탈 존경함.

- 너 집에서 솔직하라고 교육 받았다며. 패는 것도 가정교육?


자신이 한 말들을 인용하는 걸 보니 팬들이 한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비수를 꽂았다. 자신의 팬들은 이제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자신과, 심지어 부모님마저 욕을 한다. 부모님에 대한 욕은 도가 넘었지만, 자신에 대한 욕은 정말 부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렸다. 자신은 저 말을 들을 정도의 쓰레기가 맞았으니까. 사람을 죽도록 팬 쓰레기였으니까… 


한 때 저들은 자신을 보듬어주고, 괜찮다 위로해주고, 보호해줬다. 그들에게 자신은 항상 감사했다. 하지만 이 일 뒤에도 사랑해줄 사람은 제정신인 이상, 없었다. 내일도 사랑해. 그 글귀가 떠오르자 종현의 손이 떨렸다. 내일도 사랑할 리가 없잖아… 



"디제이 분은 불미스러운…일로 인해 나오지 못 하셨어요. 그런데 계속 제가 할 것 같은데… 농담이에요, 여러분. 그런데 저도 그 동영상 봐서 하는 말입니다. 차마 옹호해주지 못 하겠더라구요, 빼도 박도 못 하겠구요. 아, 0000님 저와 같은 의견이시네요. 그 사람 오늘 무대도 섰던데 푸른밤엔 안 와서 다행이네요. 그 부드럽던 목소리가 욕 하니까 본성이 드러나던걸요? 하셨습니다. 맞아요 욕 잘 하시던데요?"


주변인, 명성, 팬, 무대, 푸른밤,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종현에게는.

그런데 그럴 만 했다는 게 가장 힘겨웠다.



*


그 다음 날은 예능 외에는 스케쥴이 없었다. 종현은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 미친듯이 댓글을 읽고 기사를 읽었다.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돌아온 멤버들이 숨죽여 말하는 걸 엿들으니 종현에 관한 질문에 잘 대답했나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잘 대답했는지 걱정하지마, 너흰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범죄자를 감싸주냐. 톡 쏘아붙이는 매니저의 말 이후로는 멤버들의 침묵이 있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종현은 여전히 댓글을 읽었다.



- 죽어. 왜 살아.

-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넌 쓰레기야

- 너같은 새끼는 사람 더 패기 전에 죽어야 해 뛰어내려

- 정신병원 가도 의사 팰 놈이야



창 밖은 화창하고 화사하고 밝았다. 뛰어내리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



"아니라고요?"



서 안에서 다리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힘없이 주저앉은 종현이 이틀 내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울음소리는 서 내부이기 때문에 자제해야 했지만, 주체성 없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참을 수가 없어 손으로 막기만 했다. 흑, 하는 단발마적인 울음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그런 그를 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순경 중 하나가 매니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피해자가 손톱으로 가해자를 긁었는지 피가 남아있어 바로 DNA수사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시니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어제오늘 하루종일 그 일만 했다죠. 골격도 똑같고, 머리는 흑발이긴 한데 급히 물들였는지 염색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자백까지 했고 목소리마저 일치하는 거 찾았습니다. 그런데 연예인 분이 고생이 많으셨나보네…"


"인터넷만 봐도 고생 많던데. 딱하구먼… 윗분이 기자들한테 얘기할 거라고 했으니까 오늘 집에 가서 푸욱- 주무시고 인터넷 보세요. 종현분?"



종현이 눈물 젖은 눈을 들어올렸다. 서의 바닥에 앉아 있는 그와 눈높이를 맞춰준 순경이 안심하라는 듯이 토닥였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어떡해, 형! 그동안 조용히 있었던 기범이 일그러진 얼굴로 종현을 와락 안았다. 미안해, 난 진짜 형인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민호에게 종현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나도 나인 줄 알았으니까… 매니저는 넌지시 미안했지만 술은 정말 자제하라고 건냈고, 그런 매니저를 드물게도 쏘아본 진기가 지금 애가 무슨 일을 당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 특유의 성량으로 화를 냈다. 태민은 사람을 믿을 수 있겠다며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말, 끝이었다.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고통 받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자책도, 자조도, 그 무엇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비난받을 필요가 없었다.



창 밖은 화창하고 화사하고 밝았다. 희망을 가지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



이제 다 끝났습니다. 종현은 그 말을 실감했다. 초록창 검색어 1위, 종현 동영상 진범. 사실이 아니라는 경찰의 인터뷰 영상은 유투브에서 인기동영상이었고, 신문 앞면에는 범인의 얼굴과 함께 오보를 낸 것에 대한 정식 사과가 실려 있었다. 


종현은 정말이지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살았다, 싶은 것이었다. 동영상이 종현이 맞다고 인정한, 정면에서 찍었다던 '팬'은 사칭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 동영상을 찍은 이가 이렇게까지 난리일 줄 몰랐다며 자신이 찍은 동영상의 캡쳐본을 올린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정면 샷이었다. 그녀는 딱 봐도 종현이 아니라며 너무 늦게 올려 미안하다는 말까지 첨부했다.


종현은 정말이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댓글을 확인했다. 


손이 마우스에서 떨어져 버렸다.



- 이야 얼마나 돈을 많이 주면 공권력을 매수하냐 에셈?

- 이수만은 국제적으로 도망까지 다닌 놈인데~ 회사 애 하나 보호하는 게 어렵겠소?

- 어이 동영상 원작자! 왜 얼굴 보이는 캡쳐가 아닐까나? 종현이 맞으니까지. 넌 돈 얼마 받았냐?



'이제 다 끝났습니다.'


아니, 끝난 게 아니었다.


'네티즌들이 너라고 생각해. 그럼 끝난 거야. 진실이 무엇이던, 사람들이 믿는 게 가장 큰 진실이야.'


종현은 이미, 그때부터… 




도피처는 없었다. 한번 굳어진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증거도, 해명도, 부정도 통하지 않을 터였다.

여전히, 종현에게는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fin.




갑자기 삘 꽂혀서 1시간 30분동안 이것만 썼네요. 내일이 토플 시험인데. 정신 나갔네요ㅋㅋ (글 쓴 날짜는 5월 16일 금요일입니다. 쓰기차단으로 인해 나중에 올라오겠네요.)

아 진짜ㅠㅠㅠㅠㅠ쓰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른 부분은 참고 썼는데 악플 쓰는 부분이…ㅠㅠㅠㅠㅠㅠㅠㅠ

효과를 극대화시키느라 심한 말을 쓰고 인터뷰를 인용하는데 정말 가슴이 찢어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죽는줄 알았습니다 종현아 내가 미안해 내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쩜좋니 너무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상 쓰고 싶었던 점은 한번 굳은 인식이 절대 안 바뀌는 점을 비아냥거리며 쓰려던 글이었습니다. 특히 SM아이돌은 아주, 뭔 일만 터지면 SM이 빅브라더에요. SM 전지전능설, SM이 모든 걸 커버하죠. 공권력까지도요. 그게 너무 말도 안되는 점이라서 굳이 넣었습니다. 네, 요즘 사람들 보면 아주 1984년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빅브라더가 정부가 아니라는 게 함정ㅋㅋㅋ


어쨌든 쓰고 싶었던 점은 잘 살린 거 같긴 한데 종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종현아 어우 어쩜좋니 넌 이런 논란에 휘말릴 애가 아닌데 진짜 너무 미안해서 어쩜좋니 사랑해 종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정말 내일도 사랑할거야 내일도 모레도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끝은 덕내나네요. 앞으로도 이런 우울터지는 글 많이 쓸 거 같은데 제 마음만은 알아주세요 여러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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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2.227
헐 대박 우와..끝은 어떻게 끝난거죠ㅜㅜ?
10년 전
비회원54.25
저이거보면서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실제로도 이런 반응들이 많으니까 조금 안쓰럽기도하네요.. 종현이 마음이 어땟을까 생각하면 지금도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54.25
정말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고, 그게 사실이 아니였음이 밝혀졌을때. 그때까지도 그 사실을 부인하며 연예인에게 욕설을 퍼붓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는 연예인들께 저게 전부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자기는 아닐줄 믿고있었다고 말해주는 팬들이 더 많다는걸 말해주고 싶은 글이네요ㅠㅠㅠㅠ종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
으허ㅠ ㅠㅠㅠ완전 집중하면서 읽었어요ㅠ
10년 전
독자2
와 세상에... 실제로 이런사건이 터지면 정말 이런반응일거 같은 기분에 시험기간인데도 정말 몰입해서 읽었어요... 종현이는 이런일에 절대연루되지않겠지만ㅠㅠㅠ 그게 다른 연예인이라면 저도 못믿고 상처줄거같아요 그래도 뒤에서 믿어주는 팬들이 있을테니까 샤이니 사랑해(기승전샤이니)
10년 전
독자3
너무 몰입해서 저마저 눈물나네요ㅠㅠㅠㅠㅠㅠ진짜 연예인들이 무슨 일에 휘말렷을때 그게 진실이 아니었을때 사람들은 그걸 믿지 않죠ㅠㅠ 그런게 생각 나면서 참 안타깝네요ㅠ 그리고 소속사나 돈으로 커버했다는 말도 있고..대표적으로 스엠도 있고..진짜 이런 일 터지면 너무 힘들고 사람도 못 믿을거 같아요 정신적으로 피폐하지고ㅠㅠ
10년 전
독자4
와...진짜 몰입해서 봤어요 작가님 진짜 울뻔했어요ㅋㅎ 요즘 네티즌들을 너무잘파악하고 글쓴거같아 더 공감도됐고요 나름 교훈도 얻은거같네요 저 이제부터 저런 못믿겠다는둥 그런 말 못하겠어요ㅋㅋㅋ
10년 전
독자5
헐 종현이 ㅠㅠㅠ헐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아 진짜........마음아프다.........어떤일이 있든 믿어줄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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