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커플링:피코
사이드 커플링: 효일,비유
장르:아고물
[블락비/피코] 아저씨,아저씨 w.큰코가지코 |
[다각/피코] 아저씨, 아저씨
w.큰코가 지코
이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그 악몽을 꾸곤 해.
*** Pro.
"으아- 시간 참 빨리도 흐른다. 내가 벌써 서른 후반이라니."
뭐가 그리도 서러운건지 태일은 연신 제 앞에 놓인 술만 홀짝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태일은 서른 아홉이 되었기 때문이다. 재효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태일은 벌써 꽐라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 혼자 서럽냐, 엉?" "이런 시이이이바알…너 하나 평생 바라보다가 늙기만 한 내가 한심해서 그런다. 세계여행도 해보고 싶었구우..세계 여행도 해보고 싶었구우...세계여행도 해보고 싶었구우...."
…아, 태일은 벌써 꽐라 상태가 되어버렸다. 재효는 그런 태일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훈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그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을 뿐.
"서른 일곱 노총각 표지훈 씨는 소감이 어때?"
재효가 묻자 푸흐흐- 웃으며 지훈이 답했다. 지훈도 얼굴이 벌건게 술을 많이 마셨나보다.
"글쎄요..그냥 눈 한번 감으면 십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벌써 서른 일곱, 삼년만 지나면 마흔이네요."
지훈의 말을 들은 태일은 갑자기 엉엉-울기 시작했다. 나는 일년만 지나면 마흔이라고, 이 새끼야.
*** "3차 코올∼?" "코올!!" "콜은 무슨 콜이야! 어우, 표지훈!! 정신 좀 차려봐, 임마!"
아까부터 태일과 지훈은 재효에게 달라붙어 3차 타령을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술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마시지 않던 재효만 잔뜩 죽어나갔다. 한 명이라도 떨치기 위해서 재효는 얼른 지훈의 가장 친한 후배, 승현을 불렀다.
"미안해요, 술 마실때마다 이렇게 불러서.." "아니예요-이젠 익숙해져서 뭐.."
그러면서도 승현은 거의 눕다싶이 딱 달라붙어 제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는지훈을 보며 푹-한숨을 쉬었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여자를 소개시켜주던가 해야지, 내가 꼭 애인이라도 된 것 같잖아. 결혼한 유부남에게 이게 뭐야. 술 마신 남자선배 뒤치닥거리나 하고, 참- 그래도 뭐라 못하는 이유는 역시, 지훈이 낸 결혼 축의금의 액수 때문이겠지.
재효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선 지훈과 함께 택시에 올라탄 승현은 택시기사에게 지훈의 오피스텔 주소를 말했다. 그리고 택시는 지훈과 승현의 사랑을 싣고…아,아니 그냥 술 취한 지훈과 지훈 때문에 마누라 눈치 보는 승현을 싣고 지훈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
익숙한 듯 지훈의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누르고 얼른 지훈을 소파에 내던져버렸다. 이 선배는 날이 가면 갈수록 살만 찌는 것 같아.
"후하-..내가 진짜 뭐하는 거람."
승현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 하면서도 축의금 액수를 생각해서 이를 꽉 물고 꿀물 까지 타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더불어 간단하게 쪽지까지 남긴 후, 발걸음을 옮겼다.
*** 끼익- 기분 나쁜 브레이크 소리 뒤에 들려 오는 것은 굉장히 큰 파열음 소리. 뒤이어 버스는 위,아래가 뒤집어진 채, 시뿌연 연기를 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였던 것은 피를 흘리며 눈을 감고 있던 형의 모습.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던 형의 모습.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오늘도 악몽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20년 동안 꿔서 그런걸까. 익숙한게 제일 무서운 거라고, 나는 이 악몽이 이젠 익숙해져버렸다. 무섭지 않아, 다만 슬플 뿐이지.
[선배, 술은 제발 적당히 마셔요. 저 없음 어떻게 살라 그랬어요. 그리고 집 비밀번호 좀 바꿔요. 계속 0914야. 집 털리면 나부터 의심할 거면서.]
승현이 남기고 간 쪽지를 보고 픽- 웃어버린 지훈. 후배야, 네가 고생이 많다.
그나저나, 어제 대체 얼마나 많이 마신건지 머리가 어질거리고 속이 메슥거렸다. 기어가다싶이 부엌에 도착한 지훈은 식탁 위에 놓여진 꿀물을 보고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승현의 꿀물은 어느 해장국보다 나으니까.
꿀물을 마시고 나서야 속이 조금 진정 된 것 같았다. 그제서야 지훈은 주섬 주섬, 출근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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