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머리채 잡는 안무 보고 삘받아 쓰는 썰2 뭐 전문가도 아니고 고딩이니 잠깐 숨돌리는 사이 놓칠수도 있지 싶어, 경일은 이번엔 자기가 꼭 범인을 잡겠노라 다짐함. 여자는 고맙다며 과일을 깎아 가져다 준 뒤 자기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이정은 어딜 갔는지 밖에 나가 아직 돌아오질 않음. 아직 저녁 8시. 이정의 누나나 이정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대충 10시 이후라고 했으니 범인은 그 이후에 흉측한 그 물건들을 가져다 놓는 것이 틀림 없었음. 미리 잠복 준비를 해둘까 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피곤했음. 머리에 먼지가 낀 듯 잘 굴러가지도 않음. 밤 새야하니까 잠깐 자둘까 싶어 경일은 바닥에 앉아 이정의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음. 경일은 꿈 속에서 누군가를 쫓고 있었음. 귓가엔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림. 숨은 턱까지 차오름. 주변은 어둡고 칙칙하고, 흐릿하게 뭉개진듯 한 모습임. 보이는 것은 오직 자신이 쫓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 뿐. 어.. 그런데, 저 뒷통수 무언가 익숙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경일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챔. 남의 침대에서 팔자 좋으시네요. 스토커 잡으러 온 형사가. 흐릿한 시야에 잡힌 것은 이정이었음. 경일의 어깨를 잡아 흔든 이정은 한쪽 눈을 찌푸린채 경일을 내려다보고 있었음. 분명 침대에 기대 선잠을 청했었는데, 경일은 어느새 이정의 침대에 두발을 편히 뻗고 이불까지 덮은 상태였음. 이상하다 싶어 머리를 긁적이던 경일은 따가운 이정의 시선에 민망한듯 헛기침을 하며 주섬주섬 침대로 내려옴. 아직까진 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며 이정은 경일에게 캔커피와 햄버거 봉지를 툭 던지고 창가의 의자에 털썩 걸터앉음. 뭐냐 이거? 경일이 묻자 이정이 경일을 슬쩍 쳐다보더니 보면 몰라요? 하고 대꾸하곤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옮김. 은근 센스있네. 싹수 노란 고딩인줄만 알았더니. 뒷 문장은 삼킨 경일이 이정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옆 의자에 걸터앉음. 그렇게 밤새 창문께에서 밖을 지켜보던 경일과 이정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눔. 그 사이에 경일이 알게된 것은 이 집에선 이정과 그의 누나만 살고 있다는 것,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바빠 누나만 의지하며 자라왔다는 것. 그리고 누나에 대한 이정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었음. 사춘기 고등학생이었기에 큰 티를 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투, 누나를 대하는 행동부터 형사가 와서 잠복을 함에도 굳이 옆에 붙어 지켜보려 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티가 남. 우리 누나 무섭게 하는 그새끼는 꼭 내 손으로 잡아 족칠 거에요. 서늘한 눈빛으로 창 밖을 노려보던 이정은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음. 새끼, 이러니까 번번히 스토커를 놓치지.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꺾는 이정이 조금은 불쌍해보여 경일은 이정을 안아들어 침대에 눕혀주고는 캔커피를 땀. 새벽 여섯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과 직장인 몇몇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스토커로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음. 오늘은 오지 않는건가. 너무 조심성 없게 이 집을 접근했나? 자신이 이 집에 들어온 뒤로 나가질 않았으니 범인이 이 집을 계속 주시했다면 오늘은 그 끔찍한 소포를 가지고 오지 않을수도 있겠다 싶어 경일는 곯아 떨어진 이정의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려주곤 대문을 향함. 그리고 도착한 대문 앞에는 예의 그 갈색 상자가 놓여있었음. 어떻게? 분명 눈도 떼지 않고 두명이서 지켜봤는데. 경일은 곧바로 길가로 뛰어나가 주위를 살핌. 외곽쪽에 위치했으나 이 집의 양쪽 끝은 어느 골목으로 새는 곳도 없이 길다란 길이 뻗어있었음. 길에는 개미새끼 하나도 보이지 않았음. 2층에서 대문으로 내려오는 사이에 이 상자를 두고 공중으로 증발이라도 했단 말인가? 경일은 굳은 표정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장갑을 낀 다음 상자를 집어듬. 상자는 가벼웠음. 다 보는 앞에서 뜯어야겠지 싶어 경일은 그 상자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옴. 뭐에요. 나가는 소리 들리던데. 푹 잠든 것은 아닌지 이정이 피곤한 얼굴로 이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음. 아아. 경일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정을 바라보자 이정의 시선이 바로 경일의 품에 있는 상자에 닿았음. 범인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이정이 외치자 경일은 고개를 저음. 그리고 허탈한 표정으로 헛헛하게 웃음. 형사씩이나 되면서, 잠복하다 졸았어요? 왜 못잡아 그걸. 비아냥대는 이정에게, 형사씩이나 되면서 졸지는 않았는데 못 잡았다. 라고 대꾸한 경일은 거실 탁자 위에 조심스레 상자를 내려놓음. 분명 대문쪽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정이 자신을 깨운 순간부터 아침까지 근처에 접근한 수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기에 경일은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혹시 모를 증거품이기에 자신의 지문이 묻지 않도록 상자릉 챙기긴 했지만 아직 아무런 피해도 나오지 않은 단순 스토킹 사건에 국과수같은 지원이 들어올리 만무했음. 사실 잠복 역시 위에 알리지 않고 초과근무로 경일이 단독진행 한 것이기도 했고. 이런 일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임. 일단 그 상자 내용물부터 확인하자는 이정의 말에 따라 경일은 이정이 가져다준 커터칼로 조심스레 봉해진 상자의 테이프 선을 찢어내기 시작했음.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자유롭게 받습니다. 댓글 우왕굿님, 독자2님 고맙습니다. 오늘 좀 짧은가? 똑같나? 어쨌건 열심히 쓸게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