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write by 백쵸
나는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앉은 김종인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지금은 일일이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없었다. 종인아. 나는 그의 팔목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나랑 어디좀가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 손에 끌려오는 김종인이 잘 따라오다가현관문 앞에서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니 친구들 잡으러 가는거야.
설마 이밤에 나 혼자 보내려는건 아니지? 최대한 안쓰럽게 보이려 울먹이며 말하자 다시 천천히 걸음을 떼더니 나를 따라서 신발을 신는다. 에구 착한것. 너무 말이 없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입으로 떠들어대는 그 누구보다 심성은 착할것이란걸 안다.
「 종인아. 혹시 니 친구들이 갈만할곳 알아? 」
「 ……… 」
무작정 나오긴 했지만 이 넓디 넓은곳에서 그들이 어디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도 아는게 없어딱히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수도 없었다.종인이는 내 말에 잠시 생각
하는듯 눈을 도록도록 굴리더니 느릿느릿 손가락을 들어 꽤나 험해보이는 산자락을 가르켰다. 어두워서 그런지 귀신이라도 튀어나올것같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뿜는 산
이였다. 솔직히 등산을 즐기는 사람도 저런곳은 가지 않을것같아 종인이에게 다시 되물어보았지만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종인의 눈과 손은 한치의 오차도없이 그 으스
스한 산을 가르키고 있었다.
* * *
「꺅!! 」
이것으로 아마 다섯번째일것이다.종인이 밟은 나뭇가지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를지른것은.종인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걸음을 멈췄다.나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종인의
옷자락을 더욱 꽉 잡으며 종인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원래 그가 혼자였다면 벌써 정상을 오르고 있었을텐데, 나뭇가지만 밟아도 발작하듯소리를 지르며 덜덜 떠는
그녀 때문에 종인은 평소보다 몇배나 천천히 걸음을 옮겨야했다. 그가 가냘픈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했다.
「 조,종인아……. 나 못가겠어.」
「 ……… 」
「 나 그냥 여기있을테니까……. 너가 걔들 좀 찾아주면 안돼? 」
물론 그녀의 말대로 그는 그녀를 두고 그들을 찾으러 갈수있었지만,어둑해진 산은 위험하다는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종인이였다. 그렇다고 중간까지 올라와버린 산을
다시 내려가는건나도 싫었고, 그녀도 안좋아할것 같았다.종인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종인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자신의 행동이 조금 쑥쓰럽게 느껴졌지만,
주저앉아 덜덜 떨고있는 그녀를 자신의 등에 업었다.
「나 무거운데……. 그냥 내려줘」
「 ……… 」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않는 산길을 날 업고 거침없이 오르는 종인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산의 정상이 보이면 보일수록종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고는 순간 걱정이
되서 물었더니 종인은아무말없이 눈을 찌푸리며 잠시 멈춰서날 고쳐업었다. 그렇지만 나를 업은손을 놓거나 나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내심 기분은 좋았지만 점점 거칠
어지는 그의 숨소리에 또다시 걱정이 밀려와 그냥 내려달라며 종인의 등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낮은 목소리로 시끄럽다며 말하는데 처음 들은 그의 거친 숨소리와 섞인 목
소리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여서 나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 박찬열 」
까맣게 물들은 산속에서 사람의 형상을 찾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나는 실눈을 뜨며 미미하게 보이는 사람의 형상을 찾으려 노력하고있는데 김종인은 아주 손쉽게 찾았는
지 나즈막하게 그 사람이라고 추정되는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빛이 비추는 주변에서 김종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누군가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이 누구
인지 알수있었다. 큰 키에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지고있는 그 남자는 엄마가 나눠준 3장의 사진중의 한명인 박찬열이였다. 박찬열은 김종인을 보고 안도감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쪽으로 달려오다가 김종인 뒤에 업혀있는 날 보고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 누구야 」
「 …… 괜찮아 」
박찬열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다가 김종인의 눈을 잠시동안 빤히 바라보고는 다시 걸음을 떼었다. 그들이 얼마나 같이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눈빛 하나만 보아도
그들의 우정이 대단하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처음 본 사람. 그것도 자신들이 경계하는 낯선 인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의 괜찮다는 말과 안정된 표정에 박찬열의
경계어린 눈빛이 금세 평온하게 바뀌는것은 실로 대단한 광경이였다.
「 변백현은 」
「 몰라 」
「 너랑 같이 없었어? 」
「 어 」
박찬열은 김종인의 질문에 무심하게 대답하고는 김종인의 등에 업혀있는 날 신기하다는듯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그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라 살짝 움찔했지만 박찬열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에는 나쁜 생각은 담겨있지 않은것같았다.
「 종인아, 백현이는 있을만한곳 없어? 」
「 ……… 」
내 질문에 김종인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박찬열을 힐끗 보았지만 여전히 날 신기하다는듯 보고있을뿐 백현이가 어디있는지 알고있을것 같진 않았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두명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긍정적이게 생각하려 노력하고는 시간을 보려 휴대폰을 켰다. 통화권 이탈이 뜨는 휴대폰 액정을
한참 동안 멍하게 바라보았다. 우리가 그렇게 깊게 들어왔나? 나는 어두컴컴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험하게 깎여있는 산길과 틈만나면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이 몇시간이 지났
지만 소름만 끼쳤다. 여기는 사람이 살곳이 아니야. 갑자기 피곤해진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이제 이 산길을 벗어나려 삐딱하게 서있는 둘의 소매를 잡고 끌
어당겼다.
「 얘들아 이제 내려가야되는데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나 업기! 알겠지? 」
그 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지만 난 개의치않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앵앵대며 가위바위보를 설명했다. 김종인은 날 데리고 내려가는것보다 업고가는게
낫다는걸 알았기에 별말없이 가위바위보를 할 준비를 했지만 박찬열은 별로 탐탁치않은 표정이였다. 나는 할수없이 자꾸 안하려고 하는 박찬열에게 자꾸 달라붙어 앵앵됐다.
그러자 알았다며 내 머리를 밀어내고는 겨우시 김종인과 마주섰다.
「 자……. 그럼 가위바위보! 」
내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김종인은 날 천천히 내려놓았고 박찬열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