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저씨랑 사귄다
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였음. 편의점에서 알바도 해보고 술에 떡이 되 길거리에서 주정부리다 코도 깨져본,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였는데... 일단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겠음. 나를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으로 만들어준 계기가 된 일임.
어제 학교를 마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 때문에 초저녁부터 술을 거하게 마셨음. 원래 반병만 마셔도 취하는데 그날따라 괜찮은거임. 잘생긴 신입생들 오래 보려는 본능인가봄. 그래서 신나게 한병을 혼자 비움.
원래 반병밖에 못마시는 애가 한병이나 마셨으니 이성은 끊긴지 오래였음. 혼자 초점 풀린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우연히 창밖의 비둘기 떼를 본거임. 평소같았으면 신경도 안썼을텐데 그날따라 비둘기가 애처로워 보였음.
"구...구....비둘기..."
친구들이 어디가냐 물으면 저말만 반복했음. 짜증나게도 그 일 만큼은 필름도 끊기지 않고 뚜렷하게 기억남. 쨋건 나가서 비둘기가 날아가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 쭈그려 앉았음. 안녕.. 사는게 힘들지.. 라며 비둘기를 위로해주는데 갑자기 모든 비둘기들이 훨훨 날아가버림.
내가 위로해줘야할 비둘기가 날아가버렸다는 생각에 순간 화가 치솟음. 비둘기를 내쫓은 사람을 혼내주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더니 왠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아저씨들이;; 나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음. 그중에서 한명은
"젊은 아가씨, 고것들은 사람이 아니여. 그렇게 외로운 것이여?"
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줌.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그 말을 하니까 안심스러운 나머지 나는 그 자리에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투정부림.
"아저씨들이 와서 내 친구들 다 날아갔잖아요! 돌려주세요! 우리 구구들 돌려주세요!"
그뒤로도 이 몹쓸 입년은 돌려달라며 있지도 않은 비둘기 이름을 불러댐. 구구, 미미, 나나... 이름도 어쩜 저런것만 지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한심함. 아저씨들은 술 취해가지고 이러는 내가 웃겼나봄. 나를 둘러싸고 엄청 웃었음;;;
생각치 못했던 아저씨들의 반응에 나는 그 병신같은 비둘기 이름 외치기를 멈췄음. 아저씨들이 더 해보라며 손짓했지만 울컥하며 서러워지는거임. 돌려달라는 비둘기는 주지도 않고 웃기만 하다니. 결국 그 길바닥에 주저앉아 움.존트 서럽게.
아저씨들은 그제야 당황했는지 날 놀리는 것을 멈추고 달래주기 시작했음. 비둘기는 자기들이 잡을 수 없다고 울지 말라고 함. 그때 아저씨들이 모세의 기적마냥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키가 훤칠한 남자가 걸어옴.
"이건 뭐야."
그리고 그 남자는 날 보더니 저렇게 말함. 사람한테 이거라니;; 나를 달래주던 아저씨들은 남자에게 처음 보는 아가씬데 재밌어서 놀렸더니 운다고 얘기함.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미간 찡그리더니 나는 들리지 않게 아저씨랑 대화를 나눔.
그 잠깐을 가만히 있으면 아무일 없었을텐데 술에 취한 나는 매우 용감했고 무식했음. 아저씨와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했음. 가까이 가보니 키가 커서 자존심이 상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이거라 부른것이 맘에 들지 않았음.
"야! 나는 이거가 아니야.... 내 이름은 여주란 말야... 나 사람이란 말야...."
나의 정신나간 행동에 아저씨들이 되려 안절부절해 함. 그만하라고 나에게 손짓하거나, 좆됐다며 고개를 흔드는 아저씨.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되게 특이했음.
"이름이 여주야? 집은 어디야? 전화번호는?"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모른다고 해맑게 소리치고 잠들어버림...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모든 기억이 떠오름. 집은 누가 데려다준거지? 이불 사이를 헤집으며 핸드폰을 찾음. 어디갔지...떨어뜨렸나. 그때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옴.
"이제야 일어났네."
아 저 남자 어제 그 남자...가 왜 우리집에?! 잘 뜨여지지도 않던 눈이 번뜩 뜨였음. 너무 놀라 입을 못 다물고있었는데 남자는 그 꼴이 보기 싫었는지 먼저 말을 해줌.
"여기 내집이고 핸드폰도 패턴걸려있길래 그냥 데려왔어. 길거리에서 죽는것보단 나을거 같아서."
그제야 감사합니다하고 조그맣게 말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옆에 말끔하게 정돈된 짐을 챙김. 이렇게 뻘쭘한 적은 없었을거임.
"실례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남자가 잠시 등을 돌린 타이밍에 조용히 인사만 하고 빠져나오려고 했음. 절대로 필름이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들킬 순 없었음. 대학생이 길거리에서 비둘기 달라고 떼를 썼다는 건 정말 치욕 중의 치욕이였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이런 나를 한 음성으로 붙잡았음.
"구구, 미미, 나나..."
익숙한 목소리에 씨발스러운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임. 그리곤, 종이와 펜을 던져주며 말함.
"이름은 여주랬고.. 내가 모르는건 전화번호랑 집주손데.. 그정도야 쓸 수 있지?"
집주소를 왜 써야하는지 몰랐지만 당황스러운 나머지 우편번호까지 적어버렸음. 종이를 본 남자는 그제야 음성을 지워주었고 나를 집으로 보내줌. 그리고 나는.. 언제올지 모를 전화를 기다리며 ㄷㄷ떨고있음.
*** 첫만남 썰이예요 앞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거예요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