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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경수] 1954 : 悲劇 | 인스티즈

[EXO/경수] 1954 : 悲劇 | 인스티즈

 

[EXO/도경수] 1954 : 悲劇

 

 

경수는 빤지 얼마되지 않아 바스락거리는 새하얀 요를 덮은채 줄곧 죽은듯 잠을 자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일렁인다. 방 구석에 앉아 얕은 빛을 내는 전구에 의존에 침침한 눈을 가늘게 뜨며 책을 보던 경수는 바닥에 책을 엎어놓고, 바닥에 앉아 있던 그대로 엉덩이만 들어 자리를 옮겼다. 사랑하는 저의 그녀가 혹여나 깰까 면소재의 제 바지춤을 조심스레 잡은채 그녀의 옆에 가 누웠다. 문득 국가안보원도 이보다 조심스러울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혼자 싱긋 웃고말았다. 바로 옆에 누워서 보는 그녀의 옆모습은 예쁘다. 새벽의 형용할 수 없는 감수성과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그를 황홀함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이마에 땀과 함께 형편없이 달라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떼자 이내 들꽃에 앉은 나비처럼 그의 입술에 부드러운 호선이 나타난다. 사랑이 가득 담긴 그의 눈은 그녀에게 사랑을 갈망하는 듯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잠에 빠져 그런 그를 알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하면 어떠랴. 그는 이 세상 어떤 남자보다 행복한 것을. 경수가 잠에 든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 하나하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제 눈에 담고 있는 중, 집 바로 옆 골목길인듯 가깝게 들리는 술취한 부랑들의 꽥꽥대는 소리에 OO이 잠결에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경수 역시 함께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숨소리는 들리지도 않겠건만 괜히 숨을 흡 들이쉰 채 엄지손가락만큼 열어두었던 방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 아까보다 잦아든 소리에 다시 평안한 표정을 한 OO을 보고나서야 경수는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누운채 손만 길게 뻗어 옅은 주홍빛 전짓불을 껐다. 색색대는 숨소리, 향긋한 비누향. 모두 경수에게 꿈같았다.

 

"사랑해."

 

 

[EXO/경수] 1954 : 悲劇 | 인스티즈

 

1954 : 悲劇

 

 

아침부터 그 작은 방안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하더니 금세 울듯한 표정의 경수가 문을 벌컥 열고는 마루에 앉아 대충 신을 우겨신은채 집을 나선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그는 뛰어다닌다. 어디간거야...대체 어디간거야...누구라도 붙잡고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고 싶은 경수였지만 이른 아침이니만큼 열려있는 가게도,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좌절하는 경수의 눈에 띈건 코찔찔이 아이들 세명이서 잠도 없는지 이른 새벽에 저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장난치며 낄낄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애들도 분명 잠든 저희들 부모를 넘어 몰래 나온 것이리라. 경수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마음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떼내며 아이들 앞까지 어렵사리 갔다. 경수가 가까이 가 그림자가 아이들을 드리울 때 즈음, 그의 존재를 알아챈듯 세 아이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아까 그 시끄럽던 아이들은 어디간건지 일제히 침묵을 유지한채 딱딱한 눈초리를 보낸다. 경계, 젊은 남자에 대한 경계이다. 경수는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듯 두 손을 펴 어깨높이로 들어올린 뒤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안심시키곤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간절하게 묻는 그의 눈치를 보는 듯하던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눈짓을 주고 받더니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그나마 그 중 큰)아이가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말없이 한 방향을 가르킨다. 그에 경수는 안도한듯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지나간 방향을 알려준 까무잡잡한 아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곤 다들 고맙다는 말을 하며 아까 알려준 방향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착한 일을 했다는 것에 급격히 자신감이 상승한 것인지 자기들끼리 얼굴을 보며 씩 웃는다. 그리고 뛰어가는 경수의 등에다 대고 물동아리를 들고 간 것으로 보아 물뜨러간게 틀림없다는 둥,묻지도 않은 소리를 저희들끼리 신나게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그 말이 귀에 닿은 경수의 발걸음이 더욱 급해졌다.

 

"어어.."

"..."

"..아...감사합니다."

 

그녀를 찾았다. 아이들의 말대로 그녀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발한발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보여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차마 화낼 수 없었다. 창백한 얼굴의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위태롭게 걷던 그녀는 한번 휘청하더니 꽤나 많은 양의 물을 바닥에 쏟았다. 놀란 경수는 한달음에 그녀곁에 뛰어와 그녀의 팔을 제 손으로 받쳐주었다. 그에 감사하다며 헤헤 웃는 OO의 싱그러운 모습에 경수는 침묵했다. 내가, 앞에 와도...넌 모르는구나.. 경수는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참곤 말없이 그녀의 머리에 위태롭게 걸터있는 물동이를 빼앗아 들려 했다. 그에 놀란 OO은 어어, 왜 그러세요 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반대로 경수는 너무나 단호한 표정이었다. 끊임없는 실랑이에도 말한마디하지 않는 상대방이 이상하다고 느낀 OO은 그제서야 자신의 옆에 있는, 아까 자기를 도와준 사람이 경수라는 걸 눈치챘다. 반항을 멈추고는 말없이 경수에게 물동이를 넘기며 '미안.'이라는 한마디를 내뱉는다.

 

"...걱정했잖아."

 

경수의 손에 들린 물동이는 벌써 물이 반 쯤 없다. 평소보다 가벼운 물동이 안을 한번 쳐다보던 경수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물동이를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OO의 마른 손을 꼬옥 잡는다. 잃었던 새끼를 찾은 어미 고양이처럼 소중하게 그녀를 잡는다. 타박하고 싶지 않다. 이미 땀으로 범벅되어 있는 경수를 느꼈다면 OO도 경수가 그녀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리라. OO이 이렇게 그 몰래 물을 떠오는 날이면, 항상 물이 부족해 경수가 다시 물을 떠오는 일이 빈번했다. 외진 곳에 있는 마을 우물까지 가는 길이 눈이 안보이는 OO에게 조금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경수는 그녀에게 물을 길어오지 마라고 신신당부했건만 OO은 말을 듣지 않는다. 금이야 옥이야 그녀가 혹시나 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경수의 심장은 까맣게 타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집까지 가는 길까지 말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은채 흔들며 걷다가 셋방든 주인집이 저 너머 보일 때쯤, OO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입을 뗀다.

 

"아, 맞아! 경수야 우리 바다갈 날 얼마 안남았어."

"..그렇네.정말 바다가는 날 얼마 안남았네."

 

경수는 밝은 OO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물끄러미 옆에 비틀비틀 걷는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정말이지 그녀는 사랑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은 보이지 않아도 시선은 느껴지는지 "너 또 나보고 있지?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도 다 안다니까." 하며 부끄럽게 웃는 OO의 모습은 태양보다 찬란하다. 그 찬란함게 다시금 마음을 빼앗긴 경수는 제 파아란 머릿속에 흘러가던 그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다. "또 너한테 반했어."라며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내뱉자, 그의 달콤한 말에 그새 취한 듯 그녀의 볼이 순식간에 주홍빛으로 달아오름과 함께 그녀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반하긴 뭘 반해..뭐가 이쁘다고..."

"예뻐.세상에서 니가 제일 예뻐."

 

부끄러움에 웅얼거리는 그녀의 작은 머릿통을 힐끗 쳐다보고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옮긴 경수는 이번엔 살짝 수줍게 말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매일 매일 그녀와 함께 하는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그녀와 함께라면 경수의 심장은 아직도 터질 것만 같이 힘차게 뛰어댄다. 항상하는 홀가분한 고백, 그리고 당돌한 내 언행에 여전한 그녀의 수줍음. 모두 날 기분좋게 한다. 다시 날 살게한다.

 

.

 

"OO아.바다가고 싶으면 물떠오지마.진짜 한번만 더 그러면 혼나."

"치..바다가지고 협박하는 거냐..."

"응.협박하는 거야. 그러니까 하지말라면 하지마."

"몰라..난 너 힘들까봐 그런건데.."

 

은색 물동이를 마루 위 방문 앞에 내려 두고서, 작은 그들만의 신혼 방에 사이좋게 들어갔다. 발언저리에 걸쳐지는 건 아까 차마 개지 못한 이불이다. 아까 OO이를 찾느라 급히 나온 흔적이 보이자 경수는 괜히 멋쩍어져 주전자에 물을 채워넣는 OO이 몰래 이불을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갰다. 소리나지 않게 조심조심 이불을 개느라 에너지 소모가 심했던 건지, 정갈하게 개어진 폭신한 이불 위에 눕자 푹하고 꺼지는 이불소리가 들린다. 나른하다. 경수는 그 상태로 눈을 감은채, 나름함에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OO에게 바다가고 싶으면 물을 길어오지 말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그에 발끈한 OO은 입술을 쭉내밀고 변명을 해댄다. 경수는 실눈을 뜨고 귀엽게 항의하는 OO을 쳐다본다. 그러다 딱 마주친 눈에 괜히 경수는 눈을 피한다. 어쩌다 눈이 마주칠 때면 정말 그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다. 그녀의 부드러운 고동빛 눈동자는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다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그래서 부끄럽다. 물론 매일 그녀에게 달콤한 사랑을 고백하며 OO을 부끄럽게 만드는 경수지만, OO은 의도치 않게 이처럼 경수를 당황시킨다.

 

"큼..아무튼 너 다칠까봐 그러는 거니까.너무 섭섭하게 생각마."

 

헛기침을 한번 하고 저렇게 말을 내뱉은 뒤, 풀죽은 듯 가만히 무릎을 모아 앉아 있는 그녀를 쳐다보며 이불 위에서 일어났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는지 어디가냐며 묻는 그녀다.

 

"어...아니.장롱에 이불 넣으려고."

"아직도 이불 안 넣어놓은거야?"

"아,그게..."

"..못말려 우리 신랑.나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도 모르게 나온 진실에 놀라 입을 틀어막기도 전에,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터덜터덜 내게 가까이 왔다. 그리곤 내 손에 들린 이불을 더듬거리며 만지더니 이내 내 손에서 이불을 빼앗고 장롱 속에 직접 넣는다. 휑한 손모양은 그대로인채, 그녀의 그 모습 하나 하나를 멍하니 내 눈에 담던, 나는 피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귀여운 잔소리도 잔소리이지만, 어째 가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신랑'이라는 단어는 나를 항상 들었다 놨다 한다. 날 설레게한다.

 

 

[EXO/경수] 1954 : 悲劇 | 인스티즈

 

1954 : 悲劇

; 허망하게 사라지는 인생을 가엽게 생각한 사람을 부처라고 했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이 얇게 비닐처럼 피막이 벗겨지는 아픈 생의 시간들.

 

 

 

"경수야.."

"응...왜.."

"..바다가고 싶어."

 

전보다 매마른 그녀의 까칠한 손을 잡으며 먹먹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바다에 가고싶다는 그녀의 말에 결국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미안, 미안해. 나랑 결혼하자고 해서 내가 널 이렇게, 고생만 시키는구나. 바다에 가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은 반댓편 손으로 눈물을 닦아대었다. 그녀는 마른 제 입술을 침으로 축이며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더듬더듬 만지기 시작했다. 볼에 하염없이 흐르는 내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그녀도 운다. 울지마, 울지마 경수야, 하며 운다. 바다가고 싶다고 안할게 경수야, 울지마...하며 운다. 그녀의 애처로운 말에 결국 꺽꺽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OO이는 나와 함께 도망치기 전까지 마을에서 꽤나 잘산다고하던 좋은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예쁜 막내 딸이었다. 그런데 쥐뿔도 없던 내가 널 욕심내었던게 잘못이었던걸까. 6.25전쟁이 일어나고, 집 안에 앉아 가족과 함께 피난을 가지 않겠다던 널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몰래 데리고 나온게, 그게 잘못이던 걸까. 둘이서 함께 떠나던 피난 도중, 그녀는 징병을 피하던 나와 함께 벽에 앉아 쉬던 도중 머리에 돌을 맞아 시력을 잃었다. 아,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비극적인가.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예쁜 두 눈은 허공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에 눈이 점점 안보인다며 두려움으로 내 품안에서 벌벌 떨며 울던 그녀에게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난, 그 약속을 지금 지키고 있는 걸까. 이렇게 아파하는데,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죽음만 기다리는 널. 내가 지켜주고 있는걸까.

 

"바다가자.OO아."

"...."

"내일 아침에 꼭 가자."

 

네 고향이 보이는 바다로 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 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밤에 정리해둔 짐을 챙겼다. 아니 어쩌면 둘 다 잠에 들지 못했던건 아닐까. 일단 나부터도 잠에 들지 못했으니 말이다.어쩌면, 직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 둘다.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단 것을. 마당에 나와 어깨까지 들썩이며 콜록이는 그녀는 물로 입을 헹구고 각혈의 흔적을 없애려 한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를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전부다. 지켜주고 싶어, 네가 안죽었으면 좋겠어. 의원도 모르는 네 병을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치료해주고 싶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건지 옆에서 그녀의 처연한 목소리가 들린다.

 

"경수야,나 괜찮아."

 

 

[EXO/경수] 1954 : 悲劇 | 인스티즈

 

1954 : 悲劇

; 바다에 가기 위해서

 

 

꽤 오래 걸었다. 중간 중간 쉬어갔지만 짐까지 든 그녀를 업고 걷기엔 힘든건 매한가지였다. 아픈 그녀의 숨소리가 하루가 갈수록 잦아들때마다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

 

 

"...고마워."

"미안해.지금 보여줘서."

"아니,고마워 경수야."

 

 

쉼없이 걸어 바다에 도착한 날, 바다엔 안개가 잔뜩끼어 있었다.

등에 업고 있던 그녀를 땅에 내려 놓았다.

 

"우리집은 어딨어?"

"..응 저어기."

"저기?"

 

앞이 뿌얘 한치 앞도 잘 보이지도 않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그 즈음을 그녀의 팔을 들어 방향을 표시해줬다. 아마 저기가 맞을 거야. 우리가 넘어 왔던 저 다리가 저쪽이니까..저쪽에 있다는 내 말에 최근 보지 못한 환한 웃음을 보여주더니, 그 쪽을 향해 손을 모은채 무릎을 꿇고 뭐라뭐라하더니 다시 일어나 절을 하는 OO이었다.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 간간히 엄마...엄마..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아렸다. 죄책감에 몸둘바를 몰랐다. 그제 주저앉은채 엄마를 찾는 그녀의 깡마른 어깨를 감싸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미안하다. 사랑해서 미안하다.

한참을 둘이 껴안은채 꺽꺽대며 울어대고나서 결국 목이 쉬어버린 그녀가 눈물을 그치고 내게 말을 걸었다. 미안, 경수야.내가 너무 주책맞게 울었지. 너도 엄마아빠 보고싶을텐데.미안,미안해. 나는 그녀를 꽉 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난 네가 전부야. 

산 중턱에서 바다너머를 바라보며 그렇게 서럽게 울다, 산에서 내려와 바닷가에 도착해 천천히 그 주변을 걷던 도중이었다. 안개는 여전히 짙었다. 바로 옆에 있는 그녀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을만큼. 그러던 도중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잔뜩 쉬어버린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한 바다를 웅웅 울리는 듯했다.

 

"경수야, 나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나 소변이 급해."

"...."

"부끄럽다구, 응?"

"알았어."

 

바다를 보고나니 아프기 전의 OO이처럼, 다시 밝아진 모습이었다. 싱글싱글 웃으며 내 등을 떠미는 그녀의 모습에 슬쩍슬쩍 뒤를 돌며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그녀가 더듬더듬 풀을 만져대며 바다가에 OO이 허리춤만큼 무성하게 난 풀쪽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까지 본 뒤에야 뒤를 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아직도 풀속에서 소변을 보나.

 

"OO아."

 

공허한 바다를 메우는 나의 외침이 허망하게 퍼져나갔다. 대답이 없다.

불안한 마음에 표정을 굳히고 아까 OO이 들어가던 풀쪽으로 뛰어갔다.

아,아무도 없다.아무것도 없어.

말도 안돼..

 

"..아...아.."

 

기다랗게 자란 풀을 손으로 헤치며 그녀를 찾았다. 금방이라도 헤헤 웃으며 '장난이지요!'하며 나올 것만 같았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풀에 베어 손마디 마디에 피가 뚝뚝 새어나오는 것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멍하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다. 풀 바깥쪽에 가지고 있던 짐과 함께 못보던 종이가 빼꼼하니 고개를 들고 있는게 보였다. 풀린 다리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어 그곳까지 기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종이를 펼쳐 보았다.

 

<경수. 쓸 말은 많지만 다쓰지 못합니다. 차마 마지막을 말하지 못하고 간 저를 용서해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병들고 골골대어 아이하나 못만들고 가는 저말고, 건강하고 총명하여 예쁜 자식을 낳아줄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요. 난 부모님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죽고 싶었어요. 신랑은 이해해줄거라 믿어요. 당신의 사랑은 타오르는 전구에 달라붙어 뜨겁게 타죽어가는 한 마리 나방입니다. 사그러드는 목숨처럼 불쾌하게 당신의 마음 역시 사그라들 겁니다. 끝까지 당신에게 못된 아내를 잊어요. 사랑했습니다. >

 

너의 하얗게 말라붙은 입술이 안쓰러웠다.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너의 전부를 다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내 마음을 타오르는 전구에 달라붙어 뜨겁게 타죽어가는 한 마리 나방같은 것이라 했다. 사그러드는 목숨처럼 불쾌하게 내 마음 역시 사그라들 마음이라 했다. 그러면 흐르는 물에 던져진 커다란 돌처럼 잠깐 일렁였다가 금세 차분히 가라앉아 자신을 잊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널, 어떻게 잊어.

 

삐뚤빼뚤한 그녀의 글씨 위로 경수의 눈물이 번져나갔다. 경수는 두 손에 편지를 쥔 채 한동안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몇시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처연히 서서 아까보다 옅어진 안개 덕에 보이는 바다만 허망히 쳐다볼 뿐이었다.

 

"OO아..거기있어?"

 

다시 한번 묻는 내 물음에도 OO이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거기 있구나.

OO이가 있을 바다로 천천히 발을 돌렸다.

 

 

"같이 가지 그랬어..."

"안무서웠어..?"

"거기 차가운데.."

.....

"내가 찬데 있지 말랬잖아."

.....

"감기걸려 OO아.."

.....

 

신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중얼중얼거리며 차가운 바다로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가히 무서울 따름이다. 그 누가 젊은 남자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알까. 가슴 아래까지 물이 차고나서야 거침없이 발을 내딛던 남자의 걸음도 멈추었다. 곧이어 두 손을 모아 바닷물을 담더니 그 위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

 

다시 남자는 앞으로 걷다, 어느순간 사라져. 

바닷 속으로 침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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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여서 썼는데ㅠㅠㅠ시벌 새벽이 되어버렸네여 6.26이다!!시벌탱!ㅠㅠ

졸라 심오하게 썼는데 개똥같은 글이 태어났다. 경수야 죽여서 미안...근데 쓰다보니 느낀게 역시 넌 졸라 진지캐릭터에 잘맞아d

근데 뭔가 나중에 흑역사가 되어 나 혼자 이불뻥뻥차며 지울거같은데...ㅋㅋㅋㅋㅋㅋ쓴ㄴ게 아까워 올려봅니다..ㅎ...갑자기 지워지면..이불킥한 뒤일꺼같ㅇ다능..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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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뇨 삭제하지마세요...새벽에 감성적인 사람이되었어요 브금하고 글하고 매치가 너무 잘되서 이글속으로 빠져들것같아요짱bb
10년 전
독자2
왜요ㅜㅠ 잘쓰셨는데ㅜㅜㅜㅠㅜㅠ
10년 전
독자4
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어떡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걍수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5
삭ㅈㅔ하지마세여ㅜㅜㅜㅜㅠㅠㅠㅠ진짜먹먹...ㅠㅠㅠㅠㅠㅠ경수야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아ㅠㅠㅠ슬퍼요ㅠㅠㅠ잘쓰셨어요!지우시지마세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허류ㅠㅠㅜㅜㅜ지우지마세요ㅠㅠㅠㅠㅠㅠ경 숭야ㅠㅠㅠㅜㅜㅜㅜㅜ허류류
10년 전
독자8
헐 대박이다 고전물플러스 경수는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경슈야퓨ㅠㅠ작가나뮤ㅠㅠ
10년 전
독자9
헐 대박 쩔어 와 짱좋아 겁나좋아 괘좋아 레알좋아 워후 왜그래요 삭제하지마여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0
새드엔딩이네요 작가님 잘 보고 가요
10년 전
독자11
헐 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금손이시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짱짱!ㅠㅠㅠ
10년 전
독자13
보고 울컥했어요ㅠㅠㅠㅠㅠㅠ지우지마요작가님ㅠㅠㅠㅠ너무잘쓰셨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4
와....대박이예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슬퍼요 ㅠㅠㅠㅠㅠ진짜 작가님은 이런 슬픈 글도 잘 쓰시고 완전 금손이셔요 ㅠㅠㅠ!! 잘보고가요 작가님 ~~ 혹시 암호닉신청 되나요 ?!ㅠ
10년 전
sangsang
넹 돼여♡
10년 전
독자15
쎄쎄쎄훈으로 암호닉 신청이요 ~~ㅎㅎ 감사합니당 ~!
10년 전
독자16
스노윙치즈에요
휴대폰이 고장났어가지고 이제야봤네요ㅠㅠ아흑 이건뭐에요ㅠㅠ도대체ㅠㅠㅠ여주아련....경수도쥭거ㅠㅠ

10년 전
비회원148.88
ㄹㄹㅇㅁㄹㄹㅎㅇㅇㄴㅁ 셤 끝나고 볼거에여 넘 길어서 그래.....지으지마여 작가ㅏ님 사랑해요!!!!!!!!!!!!!(강제고백
10년 전
비회원252.203
헐ㅜㅜㅜㅜㅜ 진짜 진심으로 잘쓰셨어요ㅜㅜ 진짜 소설을 한 편 읽는 것 같았어요ㅠㅠ 작가님 절대 지우지 마세요!!!! 잘읽었어요 좋은글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17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밤인데 벌써센치해지는걸 요ㅠㅇ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슬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떢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낫해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8
아ㅜㅠ한 편의 문학 작품을 보는 듯 하네요 진짜 아련하고 또 아련해서ㅠㅠ여주도 경수도 서로를 너무 사랑하네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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