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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터 수정하겠습니다. 

 

 

 

 

〈4> 

 

 

 

 

 

그 뒤로 오늘 하루동안 김종인은 나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김종인은 내가 어떤 애기를 기대했길래, 남자랑 뽀뽀하는 거 하나 목격했다고 그렇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건지. 어차피 자기도 게이면서, 그 생각을 하니 또 기분이 나빠졌다. 쉬는 시간이지만 어디 나가고 싶지도 않아 그냥 가만히 자리에 엎드려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김종인도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순간에 박찬열이라도 찾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김종인." 

 

 

 

 

 

그 때였다. 엎드려 있는 내 뒤로 새로운 인기척이 느껴지며 김종인이 움직인 것은. 아마 김종인의 친구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여전히 잠든 척을 했다. 괜히 그 애 친구한테 잘못 걸려서 좋은 건 없다.  

 

 

 

 

 

"뭔데." 

 

 

"한국사 N제 있냐?" 

 

 

"나 한국사 안 듣는데." 

 

 

"이 반에 한국사 듣는 애 없냐?" 

 

 

 

 

 

 

김종인 친구의 그 말에 살짝 찔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뒷통수로 시선이 따갑게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내 한국사 N제 책이, ...망했다. 아마 책상 위에 고이 놓여 있을 것이다.  

 

 

 

 

 

 

"야, 니 짝지 한국사 아니냐? 잘 됐네. 일어나면 내가 좀 빌렸다고 해 줘. 보자, 이름이 뭐냐?" 

 

 

"...도경수." 

 

 

"...뭐?" 

 

 

 

 

 

 

순간 뭔가 못 들을 이름이라도 들었다는 듯한 김종인 친구의 반응이 뭔가 의심스러웠다. 날 아는 애인가? 그러고보니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그 때 김종인이 나를 툭툭 치며 깨웠다. 

 

 

 

 

 

"도경수, 일어나봐." 

 

 

 

 

일어나라며 내 뒤통수를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 마치 잠에서 방금 깨어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을 하며 안경을 집어 쓰고는 부시시하게 몸을 일으켜 눈을 뜬 순간, 내 앞에 서 있는 김종인 친구의 정체는, 

 

 

 

 

 

 

"......." 

 

 

"......." 

 

 

 

 

 

 

씨발, 오세훈이었다. 

 

 

 

 

오세훈과 나 둘 다,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정적에 휩싸였다. 그 사이에서 김종인만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서 내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책, 보고 갖다줘." 

 

 

 

 

 

 

 

대충 오세훈에게 책을 안겨주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곧 오세훈도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걸음을 빨리 해 화장실로 들어왔다. 오세훈이 따라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문을 잠근다. 다행히 화장실 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오세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안경 쓴 게 더 예쁘다." 

 

 

"...미친. 우리 학교였어?" 

 

 

"나도 몰랐어. 학교에선 범생이? 와, 이거 어떡하지. 볼수록 빠지는데." 

 

 

 

 

 

 

그러면서 갑자기 내 허리께를 팔로 감아 끌어당기는 손길에 그만 오세훈의 품에 폭 안기고 말았다. 오세훈의 가슴팍에 얹었던 손을 어깨로 옮겨갔다. 생각해보면 오세훈을 만난 건 고작 어젯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품에 안기자 또다시 몸이 살짝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학교에선 아는 척 하지 마. 알았어? 특히 김종인 앞에서." 

 

 

 

 

 

 

애교 섞인 톤을 완전히 배제하고 제법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자 오세훈은 피식 웃으며 이마에 한 번 입을 맞추고는 대답한다. 

 

 

 

 

 

 

"번호 주면." 

 

 

 

"싫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혀를 내어 오세훈의 아랫입술을 할짝였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거친 숨과 함께 입술을 맞부딪혀온다. 가만히 오세훈의 목을 끌어 안아 키스를 받았다. 저돌적으로 들이닥치는 달콤함은 나로 하여금 거부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차가운 벽에 등이 닿았다. 날개뼈를 조금 세게 부딪혔지만 별로 아픔이 느껴지진 않았다.  

 

 

 

 

 

 

"인연이라면 또 만날 거라며." 

 

 

"응, 그랬지."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 인연이네." 

 

 

"그니까 번호." 

 

 

"번호 딸래, 키스할래?" 

 

 

 

 

 

잠깐 동안 말이 없던 오세훈은 곧 말없이 입술을 부딪혀왔다. 설핏 웃음이 난다. 오세훈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사적으로 만나버린 원나잇 상대, 뒤틀린 관계. 하지만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나는 그냥 좋았다. 사람을 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게. 

 

 

 

 

 

 

 

 

 

 

 

 

 

 

오늘 중식은 어제에 비해서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긴 했다. 제육볶음이랑 메론. 하지만 박찬열이 식판 하나를 모두 비운 반면에 나는 얼마 먹지 못했다. 어젯밤에 역시 너무 무리했던걸까, 허리께에서 알싸하게 느껴오는 통증 때문에 입맛까지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급식소에서 나와 교실까지 돌아가는 내내 인상을 찡그리는 날 보고 박찬열이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우리 경수, 어디 아파?" 

 

 

"...박찬열." 

 

 

"응응, 얘기해 얘기해." 

 

 

"...나 허리 아파." 

 

 

 

 

 

순간 박찬열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선다. 언뜻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기도 한다. 내 통증의 의미를 알아챘음이 분명하다. 뱉어놓고서야 깨달아버렸다. 지금 박찬열이 속으로 얼마나 내적 갈등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된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어, 괜찮아...? 마사지라도 해 줄까...?" 

 

 

 

 

조심스레 묻는 박찬열이 왜 이렇게 불쌍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어떻게 나올 생각인가 싶어서 계속 자극적인 말을 내뱉으며 박찬열을 도발해 보았다.  

 

 

 

 

 

"응, 우리 반 와서 허리 좀 주물러 줘." 

 

 

 

 

 

그랬더니 방금 지나친 자기네 반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없이 우리반으로 가는 나를 따른다. 바보같은 박찬열. 친구라는 틀 안에서 내가 이렇게 너를 쥐고 흔드는데도 모르는 척 속아넘어간다. 나는 박찬열만은 친구로 남기기를 원했다. 그래서 너는 나를 사랑해서는 안 됐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반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매점에 갔거나 운동장에서 축구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학기 초부터 이런 인문계 남고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어떻게 해줄까." 

 

 

"내가 사물함 짚고 있을테니까 좀 주물러봐." 

 

 

 

 

 

그리고는 아무 사물함이나 양 손으로 짚고 뒤로 돌아서 허리를 살짝 뒤로 뺐다. 이내 박찬열의 손이 허리께를 조금씩 주무르는 것이 느껴진다. 인상을 찡그리고 상황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여과 없이 터져나오는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아아...아파, 박찬열, 아..." 

 

 

"......." 

 

 

"아, 썅...너무 무리했나봐..." 

 

 

"...경수야." 

 

 

 

 

그리고 불현듯 나를 부르는 박찬열에 뒤를 돌아 박찬열의 얼굴을 마주했다.  

 

 

 

"......." 

 

"......."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찬열의 표정이 너무 묘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고 생각했을 때 쯤 박찬열이 내 양 어깨를 잡아온다. 그 탓에 꼬리뼈가 살짝 사물함에 부딪혀 인상을 찡그렸다. 박찬열이 어쩔 줄 몰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런 동요 없이 그대로 입을 연다.  

 

 

 

 

"못 참겠어." 

 

 

"...뭐가," 

 

 

"......." 

 

 

"......." 

 

 

"하, 씨발." 

 

 

 

 

그리고 그대로 어깨를 그러쥔 두 손을 내 뒷목과 허리로 옮겨 짙게 입술을 부딪혀온다. 이러면 안 되는데, 박찬열이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달려드는 박찬열을 차마 밀어내지 못한다. 짓눌린 골반이 배겨 점점 아파오는 까닭에 박찬열의 허리께를 끌어안아 최대한 몸을 박찬열 쪽으로 붙여보았다. 그러자 박찬열이 순간 급하게 입술을 떼내고 나에게서 떨어졌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주 조금, 아랫도리가 부풀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너 씨발 진짜," 

 

 

"......."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거라고," 

 

 

"......." 

 

 

 

그렇게 말하는 박찬열의 목소리가 답지 않게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괜한 반항심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뭘 했는데." 

 

 

"......." 

 

 

"......." 

 

 

 

 

내 말에 또다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박찬열이 또다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돌직구를 던진다.  

 

 

 

 

"너, 씨발...다 알면서." 

 

 

"......."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면서 끼 부리고." 

 

 

"......." 

 

 

"내가 존나 호구같냐고." 

 

 

"......." 

 

 

"개같은 새끼." 

 

 

 

 

그리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교실을 나가는 박찬열의 뒷모습에 가슴 언저리가 조금, 아주 조금, 아릿했다. 이미 교실을 나가버린 박찬열을 뒤쫓아 뒷문을 나서는 찰나, 

 

 

 

 

"......." 

 

 

"나가려면 나가고." 

 

 

"김종인, 아무한테나 그렇게 막말할래?" 

 

 

 

 

김종인과 이태민이 내 눈 앞에 서 있다. 김종인의 손이 이태민의 어깨에 얹어진 채로. 소문보다 둘은 사이가 꽤나 좋아보였다. 다만 나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김종인과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태민. 둘의 표정이 조금 대조적이었을 뿐. 그 둘 앞에서 나는, 이태민의 말대로, 아무나. 그러니까, 이방인일 뿐이었다. 

 

 

 

김종인의 요구에 따라 살짝 옆으로 비껴서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나를 그대로 지나쳐 교실로 들어간다. 잠깐 김종인의 따가운 시건이 닿는 듯하여 황급히 교실 뒷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 그리고 남겨진 둘. 언뜻 들여다 본 교실 안의 내 자리에는 이태민이 앉아 있다. 

 

 

 

 

"종인아, 키스하자." 

 

 

"교실이잖아." 

 

 

"아무도 없잖아, 응?" 

 

 

 

 

둘의 대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들려온다. 차마 그 뒤를 보지 못하고 등을 돌려 그곳을 벗어나버렸다.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그 다음에 이어질 영상이 자꾸만 떠오르고 있었다. 내 자리에서 내 의자에 앉아 김종인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김종인과 입술을 맞대고 혀를 섞을 이태민, 그리고 자리의 원래 주인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지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이태민만을 탐할 김종인. 둘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이 내 머리 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찾아간 박찬열의 반에 박찬열은 없었다. 무작정 안에서 기다릴 수도, 다시 내 교실로 돌아갈 수도 없는 나는 갈 곳이 없다.  

 

 

 

...씨발, 여러모로 좆같은 날이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워후! 세훈이랑 만난 경수! 찬열이는 어떻게 되나요 ㅠㅠㅠㅠ 종인이랑 나타난 태민이까지요 ㅠㅠ 으엉엉 기대되요 자까님 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 박찬열결국폭발?했네요ㅠㅜㅜ 설레.. ㅜㅜㅜㅜㅜㅜㅜ종인이는 태민이랑진짜사귀는사이인가ㅜㅜㅜ 세훈잌ㅋㅋㅋ 종인이친구였다니 꼬이고꼬였네요 완전스릴장난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잘보구가요
10년 전
독자3
흐어 정말 잘보구 갑니다! ㅎㅎ 경수 왤케 꼬여있는지,... 세훈이랑도 찬열이랑도 종인이랑도,,, 담편이 기대되요!
10년 전
독자4
와ㅜㅜㅜ!!기다렸어요ㅠㅠㅠㅠ엉엉 왤케 꼬이는걸까요...
10년 전
비회원199.94
대박ㅜㅜㅠㅠ종인이의정체는뭔가요ㅜㅠ찬열이도불쌍하고경수도불쌍해ㅜㅜㅜ세훈이는좋겠다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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