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잡에서 어떤 익이니가 체육대회 때 있었던 달달한 일화를 써줬는데,
거기다가 살좀 붙여서 써봤어 ㅋㅋ
근데 좀 더 달라졌을지도 몰라 ㅠㅠ글쓴이 데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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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17살,
중학교를 막 졸업해 처음 겪는 체육대회 때였다.
아직 고등학교가 어리벙벙한 터라
동아리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환경부에 손은 들었다.
그렇게 환경부로 두 달 가량 지내고
어느덧 체육대회가 다가왔다.
체육대회 자체를 즐기는 것은 좋았지만
딱히 참여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한참 구경하고 아이들과 즐겁게 놀다가
어느덧 교장선생님의 따분한 연설과
종합우승, 학년우승을 발표하며 폐회식을 했다.
몇 달 전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든
환경부라는 이유 때문에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서 남아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동아리 남자아이들은 다 떠나고
남은 아이들은 2명 뿐인데
동아리 선생님이 날 붙잡아
온갖 쓰레기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혼자 낑낑 들고 가고 있었다.
이씨 무거워-
한참 투덜대면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내 눈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훈남이라고 유명한 3학년 선배가
내 앞에 자신도 쭈그려 앉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안 힘들어? 이 무거운 걸 혼자 여기까지 들고 왔어?”
갑자기 부끄럽고 열도 나서
티 나지 않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시 쳐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는 걸 깨닫자
얼굴이 붉어져서는 네..네..네하고 말을 더듬었다.
바보같이.
자기가 들어주겠다며 으쌰-하고 일어나서
“어? 좀 많이 무거운데? 너 힘 센가 보다?”
하고 장난으로 나의 머리를 흩트렸다.
선배... 나 응급차에 실려 가게 만들 일 있으신가요!!
그렇게 쓰레기를 버려주고 몇 반이냐 물으면서
같이 각자의 반으로 올라갔다.
선생님의 수고했다는 말씀과 함께
실장의 종례로 반을 나섰다.
그러자 앞에는 선배가 있었다.
“어디 살아?”
“아 저-쪽으로 가면 되는데...”
“진짜? 같이 가자. 나도 그쪽에 살아”
같이 가자며 씨익 웃어보이는 선배의 미소에
순간 심장은 마치 50m 달리기 하듯이 쿵쾅댔다.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 살짝 웃으면서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어? 선배 팔 얇으시네요. 부럽다..”
하교 하는 길
사실 자세히 보지도 않았지만
선배 때문에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깨달을까봐
괜시리 어색하고 부끄러워
선배에게 장난을 걸었다.
“그래? 그럼 넌 어떤데?”
하고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내 팔을 턱 잡는데
갑작스런 스킨십에 놀라
그 자리에 굳어져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너도 날씬하기만 하네”
이 사람 선수인가..
아니면 그동안 내가 스킨십에 매말라 있었던 건가.
결론을 지을 수 없는 감정에 깨달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되기만 한 이 사람에게
난 반했다는 걸
“서..선배 이제 도착했어요. 감사해요”
때 마침 집에 도착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나 이사람 좋아해요- 하고 대놓고 표현할 뻔 했다.
“그래? 그럼 잘 들어가고
아참, 앞으로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해~“
인사하라며 손을 흔들고 떠나가는 선배에
하염없이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선배는 선수였던 건지 무엇인지
인사하라는 설레는 한 마디만 남겨놓고
그 이후로 자취를 보이지 않았다.
괜히 그 한마디에 휘둘린 내가 미워
잠시 우울해 고개를 숙이다
그래-뭘 그거 가지고 그러냐
하면서 다시 앞을 쳐다봤다.
하지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멀리서는 얄밉게도 환히 웃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안녕ㅎ..하면서 인사를 하러 손을 들었다가
그래 내 주제를 파악해야지
하고 손을 내리고 다시 반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안녕? 인사하라니깐”
멀리서 날 봤는지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선배였다
“헤헤 반가워요 선배!”
그래도 내 착각은 아니었는지
멀리서도 날 알아봐준 선배 덕에
기분이 좋아 헤헤 거리며 웃었다.
그런 나를 보고 피식-웃더니
“비 오는데 우산은 있어?”
“아니요.. 그래서 지금 걱정이에요 에효”
한숨을 쉬며 땅을 툭툭 차자 선배는
“그럼 같이 가자, 데려다 줄게.”
선배의 뒤에서는 친구인 듯한 분들이
야! 어디가!
하면서 애타게 불러댔지만
선배는 무시하며 내 어깨를 이끌었다.
빗속에서 날 우산 속으로 끌어당겨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 선배의 손도
내가 젖을까봐 내 쪽으로 기울여
어느새 젖어가는 선배의 어깨도
그리고 아직은 우리의 사이 인마냐
멀찍이 떨어진 거리도
선배의 우산 속에서 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도 많은 신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같이
선배에게도 비슷한 소리가 들리길래
안정이라도 된 마냥
선배의 옷 끝자락을 잡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선배도 나처럼 긴장했는지
잔뜩 굳은 얼굴로 쳐다봤다가
미소를 지었다.
선배 아주 조금이지만
우리 이만큼 더 가까워졌어요.
생각하며 포괄적인 웃음을 지었다.
“선배 그거 알아요?
선배 웃을 때 굉장히 예뻐요
특히 그 입꼬리!“
“남자한테 이쁘다가 뭐냐 이쁘다가.
멋있다고 해야지”
“에이~ 이쁘다나 멋있다나
그게 그거죠“
예쁘다가 뭐냐면서 투덜대면서도
계속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 웃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비오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시
어느덧 지금만큼은 가장 얄미운
집이 보였다.
“선배..이제 들어갈게요.”
선배를 한번 쳐다보고
계속 쳐다보면 헤어지지 못할 거란 생각에
몸을 틀어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힘에 돌려지는 몸에
놀랄 틈도 없이
눈앞으로 뭔가가 다가서더니
쪽-소리가 났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눈만 깜빡깜빡 쳐다보고 있자
선배도 당황했는지
계속 나를 쳐다보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 너 좋아해”
나는 깨달았다.
위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선배도
땅에 부딪히며 투두둑 소리를 내는 빗줄기도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지금 우리도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있구나.
그렇게 서로를 한참을 쳐다보다
나도 선배의 입에 쪽-하고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저두요.”
하곤 부끄러워서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밖을 쳐다보자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던 선배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길을 떠났다.
잠시 후 띠딩-하며 저번에 저장한 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선배의 번호가
액정에 떴다.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하고 자라’
비오는 날. 체육대회.
어찌 보면 가장 흔하고도 가장 평범한 일상
하지만 선배에게 있어 그 날은
가장 특별하고 달달한 날이었다.
p.s)사실 상상력풀가동이란 어플이 있는데, 여기서 이런 상상글을 써 ㅋㅋ
그래서 거기다가 이걸로 투고할 예정이야!
근데 이렇게 쓰는거 맞아?ㄷㄷ 처음써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