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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다각] 백색왜성 01-1 | 인스티즈





01. 가진자의 상승과 잃은자의 하락



 라디오에서는 빡빡하게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하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지구가 멸망하여 다시 새 별이 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무시 못할 경고가 먹혀든 것일까. 명수는 얼마 남지 않아 대우가 좋게 팔리는 종이 책을 옆에 내려두고 몸을 일으켜 라디오의 전원을 가볍게 내렸다. 거실로 나가자 역시나, TV에서도 연신 이주를 하라는 말 투성이였다. 명수의 아버지는 전자 담배를 연신 들이키며 피우시고, 어머니는 손톱을 물어 뜯으셨다. 딱. 딱. 딱. 앞니가 엄지 손톱에서 어긋났다.

 

  -이민 행성의 거주 이전은 혈연 관계라 해도 모두 흩어지며...-



 아, 어머니의 맥이 탁 풀리셨다. 망연자실. 그리고 흩어지는 명수와, 명수의 부모님. 혈혈 단신으로 가야하는 덕에 아버지의 담배 연기만 더욱 자욱해져 콜록 기침을 해 버렸다. 거실은 계속되는 뉴스의 보도로만 가득 차버렸다. 명수 어머니의 엄지 손톱에서는 자잘한 핏방울들이 땅바닥으로 낙하했다. 거주 이전은, 그야말로 사람 맥을 추지 못하게 하는 재주가 있던 것이였다. 이내 체념하신 명수의 아버지는 전자 담배의 전원을 끄시고 충전기에 꽂아두신 다음, 일어 스셔서 명수의 어깨를 툭툭 쳐주시며 부러 긍정의 눈빛을 보내셨다. 그것이 명수는 너무 부담되었던 건 사실이다. 가방을 챙겨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라고 명수는 곱씹었다. 이내 거실에는 명수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주섬주섬 큼지막한 캐리어를 꺼내 자신의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넣었다. 종이 책을 넣는 사이에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방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명수는 귀를 가만히 가져다 대었다. 거주지가 통보 되었나보다. 시끄러운걸 보면.



 "...우리 명수...내새끼..."

 "여보. 다 괜찮을꺼야. 걱정 마."



  어머니의 가녀린 울음소리와 중후한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종이 뭉치가 턱 떨어졌다. 명수의 부모님들은 정신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셨고, 그 안에서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불길한 예깜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명수는 최대한 조용히 그 종이 뭉치를 가져 가려고 발 끝에 힘을 주었다. 온 지구는 새카매서 이젠 낮이여도 저녁 같았다. 잡았다. 허리를 굽혀 꽤나 두툼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다시 슬금슬금 방으로 들어와, 한장 한장 넘겨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부터 나이. 인적 사항과 ES메모리 칩 삽입날 까지. -ES메모리 칩은 21세기의 주민등록증 구실로서, 인간의 손바닥에 삽입한다.- 감흥없이 넘기던 명수의 손이 멈칫 한건, 이것이였으랴.



 「이름 :  김 명수 / 현 거주지 : 지구 / 거주지 이전 후 : 레미니신스 행성」



 reminiscence. 회상이라는 이름의 행성. 부모님의 거주지 이전 후를 넘겼더니 에틸렌으로 가신다. 아나운서가 그랬었다. 혈연 관계여도 거주지는 갈라진다고. 그리고 이 일이 현실이 되어버린 어처구니 없는 공간. 명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자신의 인적 자료들과 거주지 이전 통보서를 따로 찢어 곱게 접어 자신의 후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레미니신스. 과학시간에 지학 선생이 홀로그램을 띄워두고 열변을 토하던 행성. 이미 몇십명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소리를 메모리에서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태블릿을 꺼내 검색 엔진을 키고 행성 이름을 두드렸다. 지구가 정말 망해가는지 통신 장애가 자주 일어나서 조금 신경질이 났다. 툭툭. 겨우겨우 결과가 나왔고 하나씩 스크롤을 내려가며 그 행성의 정보를 찾아보려 애썼다. 그렇지만

 없었다. 하나도. 싸그리. 위치도.

 시크릿 플랜트. 모든것이 비밀인 미지의 행성. 쿠르릉 거리며 천둥과 번개가 치길래 명수는 탁자 위에 있는 전자동 시계를 쳐다 보았다. 원래의 오늘 날씨는 맑음인데. 속으로 의아해 하다가 기상 당국이 일기 오류를 냈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다들 지구를 떠난다니까 너도 나도 짐을 싸기에 바쁜가 보다. 날씨가 뭐 어떻든. 요즘 들어 날씨와 예보가 너무 어긋나서 말이지. 몸을 일으켜 남은 옷가지를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김명수. 레미니신스라는 행성 말이야.'

 

 불현듯 생각난 자신과 우현의 행성을 기둥삼은 대화. 명수의 손이 멈칫 하고 달달 떨렸다. 가파라진 숨소리와 흥건하게 내려지는 식은땀.



 '거긴 다른 통칭이 존재한데.'

 '어떤?'



 지학 교사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시크릿 플랜트의 다른 외전.



 '백색 왜성.'



 하얀색의 외져버린 행성. 명수는 그걸 듣고서 말이 되냐며 우현을 비웃었다. 우현도 자기가 뱉어놓고 웃겼는지 킬킬거리며 입술을 막았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책으로 툭 치자 그지? 하면서 발언한 자도 부정을 해 버렸다. 쿠르릉. 마른 하늘에 번개가 내리쬐고 이내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PM 4:00. 아직 저녁이 되지 않은 시간에 스탠드 불을 켜야 했다. 칠흑같은 어둠. 도래하는 멸망. 명수는 캐리어의 지퍼를 잠구고 방 문간에 세워 두웠다. 차갑게도 혼자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백색 왜성.'



 하얗고 멀리 있다는 행성이겠지 하고 의미를 두며 라디오의 전원을 키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인공 강우의 소리가 더욱 커져서 명수는 배게로 귀를 조금 막아버렸다. 라디오는 작은 볼륨이여도 혼자 나불나불 떠들어 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들리지 않았고 방에는 적막이 찾아 들었다. 더불어 어둠까지. 고요한 명수의 숨소리가 새액새액 들렸다.



 -거주 이전지의 배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정부에서 지원하는 우주선을 탑승하시어 각 거주 이전처로 이주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사오니. 지구에 남겨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탑승 날짜는 닷새 후 금요일 입니다...-



 

 *





 학교에서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거주지를 밝히는 이야기가 다수였다. 선생님들도 이제 끝이라며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분위기였다. 우현과 성종도 호들갑을 떨며 너 어디로가? 라며 명수의 거주지에 질문을 던졌다. 레미니신스. 책에 집중하며 건성으로 대답하자 우현이 놀랜다. 성종도 뭔가 놀라는 눈치였다. 다들 왜 그래. 명수가 느릿하게 안경을 벗으며 물었다.



 "나도 거기 가는데."

 "나도."



 거주지 이전 통보서를 명수에게 내밀어 팔랑거리며 둘이 대답했다. 부모님은? 그 말에 맥없이 비식 웃어버리는 명수였다. 다 갈라졌어. 에틸렌으로 가시더라. 무덤덤한 명수의 말에 둘은 놀란다. 계속 놀라는 것도 흥미가 없어서 명수는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하긴. 혈연 관계도 떨군다고 했잖아."

 "정부도 독하긴 독해."



 전산 처리가 어떻게 됬길래 이런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냐. 안 그래? 남우현이 어서 동요하라는 눈치로 명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위로였으리라. 건성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가진 자의 위로 였으리라. 덤덤하게 잃은 자는 가진자들의 거짓된 위로를 계속 들어야 했다. 조잘조잘.



 "이제 지구는 텅 비어. 그리고 재생성을 하겠지."



 뭐라도 안다는 듯이 지구에 대해 말한다. 지구는 이제 텅 빈다는 건 명수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재생성이 아니라 폭발 아닐까. 잃은 자는 조용히 떠도는 말의 오류를 수정했다. 당황스러운 낮빛. 다시 정정되는 말. 아직 한시인데도 하늘은 밤인 냥 거무죽죽 했다. 기상 시스템의 오류는 오늘도 발생할 것 같은 위태로움 이었다.



 "다들 우산은 가져 왔어?"



  저걸 봐. 명수가 무덤덤하게 거무죽죽한 하늘을 가리켰다. 아. 우현은 뭐됬다는 듯이 얼굴이 죽상이 되어 버렸다. 이들도 다 알지 않는가. 성종은 우산이 있다는 뿌듯함에 어깨를 으쓱했다. 서로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명수의 앞에 무언가가 엎어졌다. 차갑다.



  "ㅇ, 엄마야! 죄송합니다!"



 그 자세 그대로 그대로 앞을 쳐다보자 깊은 눈을 가진 소년이 명수의 운동화와 바지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 액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년이 퍼득 놀라 다다다 가져온 휴지로 명수의 운동화를 닦았다. 하얗던 운동화가 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렸다. 명수는 오늘 집에 갈때는 실내화를 신고 가야된다는 생각에 발이 시려워졌다. 슬리퍼. 그리고 봄같지 않은 지구. 우현과 성종은 젖어있는 명수를 보고 당장 체육복을 가져오겠다며 복도를 떠났다. 하. 오늘 일진은 뭔가 좋지 않은 모양새였다. 열심히 내 운동화를 닦는 소년을 보자 다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인다. 다행히 그냥 주스란다. 선생님들에게 날라다 바치는 주스.



 "됬어. 이렇게 닦는다고 지워지지도 않아."

 "그래도...!"

 "가. 그냥."

 "...네."



 파란 플라스틱 명찰에 단단히 박힌 이름 석자를 몰래 쳐다 보았다. 이성열. 이성열이라는 소년은 쟁반과 엎어진 컵들. 물이 먹어 무겁고 축축해진 휴지 뭉치들을 정리해 이내 사라졌다. 자신만의 것에 손을 대는 행위를 끔찍이도 회피하는 명수로선 충분히 미간이 구겨졌다. 우현도, 성종도, 부모님들도 자신의 공감과 그 부속물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풍겨내는 아우라. 저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둘이 체육복을 가지고 나타났다. 우현이 명수에게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되게 미안해 한가봐. 그래? 명수는 그냥 무심히 반응해 주었고 바로 앞 화장실에 들어가 탈의실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세탁실의 위치를 곱씹으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파직. 파직. 아직 위태로운 전구의 불빛. 그리고 지직대는 방송의 소음.


 -학생들은 전학 동의서에 싸인을 받아 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씨. 그쪽에도 학교는 있나봐. 투덜대는 투였다. 우현은 교무실에 가자며 명수를 잡아 끌었다. 성종도 쭐래쭐래 같이 가자며 먼저 가버린 둘의 뒤를 좆았다. 운동화가 매꾸러운 바닥에 직직 끌리는 소리 뒤로 어두운 인영이 빛에 나왔다가 사라졌다. 파직. 위태로웠던 전구가 필라멘트가 나가버려 빛이 사라졌다.
 


 *


  
 레미니신스. 담임 선생님이 명수를 아니꼽게 쳐다보며 전학 동의서를 건네 주었다. 명수는 고개를 숙이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우현과 성종도 차례대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담임은 계속 아니꼬운 눈초리로 세명을 쳐다 보았다. 도데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것인지. 명수는 체육복을 아래로 내리며 손을 뒤로 모았다.


 "우리 학교에서 총 네명만 간다고 하더만."


 지나가던 수학 담당 선생님이 명부를 들추며 운을 띄웠다. 그래요? 담임은 예리한 귀로 수학 선생의 말을 캐치해 했다. 너네 셋이랑, 이성열. 명수는 석자의 이름에 퍼득 놀랬다. 주스를 쏟아버린.


 "가서 잘 살고. 인연이 있다면 다시 보겠지."
 "네."
 "가봐."


 예의로 건네는 걷치레의 인사말. 대강 반응하고 교무실을 나가려 문을 열었을때 순간 보이는 사람에 명수는 놀라 뒤로 자빠질 뻔 했다. 다행이 뒤에서 성종과 우현이 밭쳐 주어서 넘어가진 않았다. 어지러운 정신을 잡고 그 사람을 보자 이성열이였다. 명수는 비실 웃었다.


 "너가 레미니신스에 간다던?"
 "응? 아. 맞아."


 수학이 알려주더라. 우현이 성열에게 대화를 걸었다. 입 싼 수학. 성종은 툴툴대며 전학 동의서를 접어 교복 바지에 넣었다.

 
 "어? 아까 주스..."
 "...괜찮아."

 
 성열이 명수를 보며 넌지시 주스를 엎은 일을 팠다. 괜찮다고. 입에서 무시 못할 욕이 나올 것 같아 어거지로 꼭 다물었다. 지나간 일은 들춰내지 않는게 더 신상에 이로울 듯 싶은데. 못마땅한 눈빛을 명수가 풍기자 성열은 아. 아. 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가볼께. 기가 죽어 교무실로 들어가는 성열을 보며 성종이 명수를 나무맀다. 저럴 필요까진. 닥쳐. 명수는 성종의 말을 숭덩 잘라버렸다. 오류화된 기상 사스템의 비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지구가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가고 있었다.


+++

말 그대로 짤린겁니다
2편과 동시에 01-2편을 들고오겠습니다
타자 치는게 참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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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어어ㅓ어어어어ㅓ구ㅜㅜㅜㅜ내가 이것만 기달렷는데ㅜㅜ
12년 전
노 텔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ㅠㅠㅠㅠ
12년 전
독자2
우어어어어 언제나 브금은 이 글이랑 잘어울리는거 같아요ㅠㅠㅠ
12년 전
노 텔
잘 고른건가요?ㅎㅎㅎㅎ
12년 전
독자4
네!!!!!!!♥
12년 전
독자3
똑똑이폰이에요ㅠㅜㅠㅠㅜㅠㅜㅠㅜㅡㅜㅜ와진짜그대짱이다ㅠㅜㅠㅜㅜㅠㅜㅜㅜㅜ내사랑드세요ㅠㅜㅠㅜㅠㅜㅜㅜ다음편기다하고잇을께요
12년 전
노 텔
금스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대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기대할께요ㅠㅠㅠ
12년 전
독자6
우와ㅠㅠㅠㅠㅠ완전 신선해요!!!ㅠㅠㅠㅠ담편도 기다려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7
브금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신세계다잉? 재미있어요! 핳 담편기대할게요! 브금너무조으다
12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ㅠㅠ오 그대 기다리고잇어요 진짜 몰입하게되네요 !!!
12년 전
독자10
아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를 울게 하시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제목부터 스토리 설정까지 다 마음에 듭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11
그대진짜한마디로짱인것같아여.대박.스토리도인물도설정도진짜너무대박이에요.그대진짜금손ㅠ다음편기다릴께영!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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