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점점흘러서 보충은 어느덧 일주일을 남겼고, 보충이 일주일 남았다는 것은 뭐겠어. 내 소중한 방학도 같이 끝나간다는 소리지.
루한과는 꽤 많이 친해져서 서로 오면 눈인사도 하고,내가 모르는 문제 물어보면 열심히 알려주고(루한은 정말 공부를 잘했다.) 장난도 가끔치고 저녁에 배고프면 군것질도 같이 할만큼 서로 많이 친해졌어. 이렇게 친해지게 된 것은 아마 매일 집에 같이 가다보니 서로가 꽤 편해진 것도 있는거같아. 그리고 얘기하다보면 가끔 이상한 기류가 슉 하고 지나갈 때가 있는데, 말했잖아. 나 금사빠같다고. 이상하게 난 그럴 때마다 왠지 얘 얼굴을 못쳐다보겠는거야. 루한은 그럴 때마다 나보고 얼굴 빨개졌다고, 나 보라고 장난치고.ㅋㅋㅋ
루한 얘기를 해줄 때마다 친구들이 왠지 루한도 나에게 관심이 있는거같다고, 한번 잘해보라는 둥, 그린라이트 같다.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 그럴 때마다 난 그냥 미소만 짓고 넘어갔는데 수정이가
"그러는 너도 걔한테 아주 마음이 없지는 않은 거 같은데? 너 요즘 우리랑 얘기할 때마다 루한이라는 남자애 얘기만 잔뜩 하는거 알아?"
그때 뭔가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느낌이었는데. 아 이게 좋아하는 건가 .. 기분이 좋지 않아도 루한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한테 말 걸어 주고 연락할 때마다 붕 떠서 설레고. 설레서 잠 못자고..아..어쩌면 처음 봤을 때부터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이게 좋아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미치자마자 또 빨개지고..ㅋㅋㅋㅋ
"어?ㅋㅋㅋㅋㅋㅋ○○이 얼굴 빨개졌다ㅋㅋㅋㅋㅋㅋㅋ"
"어휴ㅋㅋㅋㅋㅋ그렇게 좋아여?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렇게 친구들한테 루한 얘기를 할 때마다 가슴 떨리고 설레는데.. 루한은 어떨까. 나랑 같은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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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이 끝나자마자 난 바로 독서실로 직행했지. 친구들은 오오 하면서 놀려대기에 바쁘고. 난 멋쩍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학교를 빠져나왔어.
1월 말의 칼바람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래도 그 바람마저도 기분좋게 생각했다는..아 나도 미쳤나봐..
칼바람을 뚫고 독서실 건물로 들어가서 꽁꽁 언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독서실로 들어갔지.
들어가자마자 히터의 온기에 몸이 풀리는 느낌에 내 자리로 들어가서 루한이랑 항상 똑같이 인사하고 각자 공부에 집중했지. 중간중간에 모르는 문제가 생겨서 휴게실로 가서 루한이 설명해줬고.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저녁이 되었는데
내가 학교에서 점심 별로라고 해서 많이 안먹었단말야. 그래서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엄청 크게 안났어. 깜짝 놀래서 주변을 보는데 다행히 공부에 집중하느라 아무도 못들은 모양이야. 그래서 난 바로 자세를 고쳐잡고 공부에 다시 집중할려는데 딱 루한이랑 눈 마주쳤지.
얘..아무래도 들은 모양이야...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그냥 고개 숙이고 문제집만 쳐다보는데 노란 포스트잇을 내 문제집에 올려두더라.
'배고파? 잠깐 나갔다올래?'
포스트잇과 루한을 번갈아보며 배에서 다시한번 꼬르륵소리가 나자 루한 특유의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미소를 짓는거야. 그래서 나도 끄덕끄덕 거리고 겉옷과 지갑만 챙겨서
루한을 따라 나갔지.
들어온 곳은 독서실 근처의 조그만 카페였어. 루한은 카페모카. 난 고구마라떼를 시키고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있었어.
주고받은 이야기는 이제 보충도 끝나가고 방학도 끝나가는데 아쉽다. 이제 진짜 고3인데, 독서실은 개학해서 계속 다닐꺼냐하면서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가
"아, 너희는 보충 언제끝나?"
"우리? 이번주 금요일에."
"그러면.."
난 무슨 얘기가 나올 지 궁금해서 혹시 내가 기대하는 그런 얘기가 나올까봐 고구마라떼를 마시면서 루한을 쳐다보는데
"보충이 끝나는 주말에 우리 같이 놀까? 그동안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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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느덧 루한과 약속한 토요일이 되었고, 루한이랑 놀러가기로 했으니까 엄청나게 들뜬 마음을 가지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평소에는 시간 없어서 대충 말리던 머리를 그날 만큼은 정성스럽게 말리고 화장은 그냥 간단하게 비비랑 틴트까지만..잘 못해서 그런거 아냐...
친구들과의 단톡에서는 헐이라는 감탄사만 열심히 내뱉고 건투를 빈다며 이따 저녁에 톡하라는 메세지만 남기고 끝냈지.
치마..입고 싶었는데 가기로 한 장소가 놀이동산이라..치마를 입을 순 없어서 셔츠에 니트에 검은색 스키니를 입고 외투를 입고 얼른 서둘러 나갔지.
근데 루한은 진짜 사복이..bb 교복만 입었을때도 애가 진짜 잘생겼는데 키도 되고 얼굴도 되니까 사복을 입어도 태가 나는거야.
내 얼굴을 봤는지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날 반겨주었고.
놀이동산에 도착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 설레는 거야. 아 뭐부터타지 막 고민하고 있는데, 딱 저기 바이킹하나 보이더라.
내가 루한한테 바이킹 가리키니까 애가 얼굴이 사색이 되더라고.ㅋㅋ 그게 너무 귀여워서 저거 나혼자 타기 심심하다고 막 내가 지금도 생각하면 그 애교에 토할꺼같아.
애교아닌 애교를 부렸거든. 근데 그 때 얘 얼굴이 조금 빨개진거 같았는데..
아무튼 나랑 같이 바이킹을 타고 나왔는데 애 얼굴이..난 그때 몰랐는데 얘가 고소공포증이 있었더라고..나도 살짝 그건 있긴한데, 심하지는 않아서 엄청 높은거 아니면 다 괜찮게 타거든. 근데 나때문에 같이 탄거니까 미안해서.. 잠깐만 벤치에 앉아있다가 좀 걷자했어.
벤치에서 좀 쉬다가 루한이 좀 괜찮아진거 같아서 점심을 먹고 이제 둘 다 놀이기구에 흥미는 떨어져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얘기하고 손에 따뜻한 거 들고 기프트샵에 들어가서 동물 머리띠 알아? 그거 골라주고ㅋㅋㅋ
루한이 나 토끼 골라주었는데 귀엽다고 이거 꼭 쓰라고 지르더라..벗을라하면 눈빛으로 못벗게하고..흡..
시간이 지나서 퍼레이드까지 보고 버스 시간이 다 되서 버스타고 집근처에 도착하니까 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더라구.
내가 말했잖아, 얘기 잘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기류가 슉 하고 지나간다고.
갑자기 어색해지는 바람에 아 어쩌지 하다가 나도 모르게
"루한, 내 친구들한테 너 얘기를 좀 해줬더니 너랑 무슨 사이냐고 물어봤어."
"그래서 넌 뭐라고 말했는데?"
"어..친구 사이라고 말했지.."
친구 사이라고 말하는게 왜 그렇게 마음이 시큰거렸는지. 난 루한을 친구보다 더 큰 감정을 갖고 있는데 루한은 나랑은 다르게 그냥 편한 여자애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때문에.
내가 한 말을 끝으로 루한은 아무말도 없었는데, 우리집에 도착하자마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아, 내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처음 사귄 내 친구가 말해준건데."
"...."
"남녀사이엔 친구가 없대."
.. 뭐 아예 틀린말은 아니었지. 내가 딱 그 꼴이었으니. 그러곤 루한은 벌써 내 마음을 눈치챈건가 싶었지. 그리곤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어.
"둘 중에 한명은 친구 이상의 마음을 가지고 있대."
아, 루한이 무슨 의도로 말을 한건지는 모르겠어.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가는 늦은 밤. 그리고 묘한 분위기. 나는 시선을 내리깔면서 눈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고.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는데.."
"...."
"난 이상하게 처음봤을 때부터 너에게 뭔가 모를 호감을 느꼈어. 그리고 지금은.."
난 그런 루한을 빤히 바라보며 어떤 말이 나올 지. 루한도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까.
"그 이상의 마음이 생긴 거 같아."
그리고 다시한번 빠질만큼 예쁘게 미소짓고 있었지.
아, 진짜
그래 얼른 행쇼해..너희들이 다해먹어..ㄸㄹㄹ..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오글오글,,,
아ㅠㅠㅠㅠㅠㅠㅠ
분량이 어제 똥이어서 오늘은 조금만..조금만 길게 했는데
거기서 거기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뭐지ㅋㅋㅋㅋㅋ
이거 조만간 삭제할꺼야ㅠㅠㅠㅠㅠ 이건 저도 못보겠네요....ㅎ..
암호닉 신청해줘서 고마워요!
암호닉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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