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너무 아팠고 아직까지도 나는 T가 나를 강제로 안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내가 T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 혼자 했던 상상이었더라면! 몸도 몸이었지만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T가 자면서 작게 들이쉬었다 내쉬는 숨소리에도 수억 조각으로 흩어진다. 평온하게 잠에 든 천사같은 얼굴의 T는 내게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얼굴을 하고 익숙한 냄새가 난다.나는 T를 사랑했다. 형으로서니 친구로서니 그런 어줍잖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와서 셔츠를 벗을 때, 나를 위해 사람을 시켜 음식이나 볼거리를 방 안으로 가지고 올 때, 그저 가만히 있어달라며 조용하게 입을 맞출 때,나는 사고가 나고 T의 집에서 눈을 떴던 그 날 이후로 1초도 T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다.그러나 그는 내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그에게 사랑한다고 마치 예전에 사람들에게서 음식을 구걸할 때처럼 사랑을 구걸하면 그는 정확한 대답은 내놓지 않고 조용히 키스해주었다. 내가 병신이군! 그의 정확한 답은 듣지 않고 내 멋대로 생각한 내가 병신이다.하지만 나도 알고 있듯이 T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T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이런 엿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네게 몸을 대주는 창녀가 아니란말야 T! 너를 사랑해. 그냥 단지 그것 하나 뿐이었다. 너를 사랑해. 그런데 T는 그런 나를 알면서도 나를 병신으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엿같은 관계를 지속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T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그래서 나는 온 구석이 쑤시는 몸을 일으켜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주워입는다. 윗옷은 흉하게 늘어진 채로 이 방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이었지만 안 입느니만 못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힘겹게 문고리를 돌렸다. 몇 개의 미로같은 복도를 지나 현관에 마주하자 그가 이렇게 나를 순순히 보내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아래로 끌어내리니 의외로 손쉽게 열리는 문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면서 허탈하게 한다. 네게서 벗어나는 게 이렇게 손쉬운 건지 진작 알았더라면! 그러면 네게 몸을 뺏기기 전에 달아날 수 있었을까? 대답은 아니오, 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큰 대문을 여는 순간, 탕! 큰 소리가 닌고 어깨가 아프다."G."T는 나처럼 바지만 걸친 채로 풀 위에 엎어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손 끝에는 예전에 그가 장식용이라고 말해주었던 방 한 쪽의 벽에 걸려있던 은색 총이 들려 있다. 어째서? T, 대답해, 어째서? 치명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굉장히 아팠지만 죽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네가 어떻게 나를 벗어날 수가 있겠어 G."그리고 나는 그의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동감한다. 네 행동 쯤은 예측할 수 있었지, 자신만만한 T의 목소리에 그를 사랑한다면서도 그의 행동 하나 예측하지 못한 나의 아둔함을 원망한다. 아니 사실 이건 정상적인 T의 행동 안에서 예측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그는 지금 미쳤다."사실 G, 너를 너무 사랑해."그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평소처럼 입을 맞추어준다. 어깨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그와의 키스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T, 고마워, 그런데 나 너무 아파.""아프게 해서 미안해."이제 곧 괜찮아 질거야. 그는 자신의 심장에 내 심장을 겹치도록 나를 올바르게 껴안는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다. 나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해서? 이제 곧 닥쳐올 그 무언가가 두려워서? 그의 손 끝에 걸려있던 총의 차가운 총대 끄트머리가 내 등에 닿는다."이거면 괜찮아질 것 같아."나는 왠지 떨고있는 T를 격려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러니까 T, 네 손가락을 움직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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