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안녕하세요, 저는 젤리고등학교 학생회 임원, 2학년 5반 이재환입니다! 저희 젤리고에서는 학생들의 익명을 보장하고 제보를 받아 학생들이 직접 하지못했던 말들을 대신 전달해주는 얼굴책 페이지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젤리고 학생에 대한 폭로, 혹은 짝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하는 고백,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인사 등 젤리고 학생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 전부 대신하여 말을 전달해드리며 면전에 대고 직접 물어보기 좀 뭐... 했던, 직접 물어볼 수 없었던 질문들까지 전부 제보받아 대신 질문해드립니다. 젤리고 학생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제보는 얼굴책 메세지나 카톡(bignoseken)으로 보내주세요♥] 재환이 정성스레 쓴 홍보 포스터는 학교 곳곳에 붙여졌고, 그 날 이후로 재환은 쏟아지는 제보로 인해 눈코뜰새없이 바빠졌다. 몇학년 몇반 누가 수업시간에 자면서 코를 고네, 몇학년 담당부장쌤 발냄새가 지독하다, 얼굴책 페이지를 관리하는 이재환은 카톡아이디처럼 코가 엄청 크네, 하는 등의 영양가 없는 제보가 하루에 수십통씩 쏟아졌다. 재밌자고 만든 페이지였으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제보들만 가득한 탓에 재환이 슬슬 페이지 개설을 후회할 즈음 꽤나 흥미로운 제보, 아니 질문이 재환의 카톡을 통해 접수되었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3학년 3반 축구부 주장 정택운선배 사귀는 사람 있으세요? @익명 좋아요 303 댓글 710] 택운을 향한 익명의 질문이 페이지에 뜨자마자 3학년들은 환호를 지르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답이 없는 택운을 태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않는 오전엔 핸드폰이고 뭐고 잠 자기에 급급한 택운이라 같은 반 아이들조차 한 교실 안에 있어도 얼굴보기 힘든게 사실이였고, 오후엔 밖에 나가 훈련하느라 핸드폰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택운인지라 페이지에 질문이 올라온지 사흘이 지나도 택운은 묵묵부답이였다. 아니, 택운은 학교에서 그런 페이지를 운영하는지도 몰랐고 그 페이지에 자신을 겨냥한 질문이 올라온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관심이 없었다는 소리였다. 며칠째 택운이 대답이 없자 차학연을 선두로 3학년 학생들은 택운을 향해 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고, 그제서야 어리둥절하게 택운은 친구들 다 하길래 어플 다운받아서 가입만 해놓은 얼굴책에 들어가 자신이 몇 번이고 태그된 젤리고를 핫하게 달구고 있는 문제의 그 '질문'을 보게되었다. 사귀는 사람 없는데. 며칠만에 얻어낸 질문치고는 너무나 짧아 흥미롭게 지켜보던 학생들 모두 허무해하긴 했지만 이내 또 올라온 질문 덕에 모든 걸 잊고 다시 좋아요 클릭과 댓글에 정택운 태그를 시작했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택운선배 사귀는 사람없으면 연하는 어때요? @익명 좋아요 486 댓글 910] 상관없는데. 택운의 댓글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페이지에는 금세 다른 질문이 올라왔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택운선배 이상형이 뭐예요? @익명 좋아요 458 댓글 894] 첫 느낌이 좋은 사람. 어쩐 일인지 택운도 올라오는 질문에 즉각 답을 해주고 익명의 질문자는 택운이 댓글 달기를 기다리는지 택운이 답을 달면 5분도 안되서 페이지에 질문이 올라왔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택운선배 외모나 스펙은 안 따지는 거예요? @익명 좋아요 398 댓글 904] 별로. 둘의 질답을 지켜보던 3학년들이 댓글에 정택운 얼굴본다, 얼빠다, 정택운 베이글 좋아한다 등등의 댓글을 달았지만 택운은 이에 개의치않고 질문에 대답만 할 뿐이였다. 실시간 채팅을 하듯 페이지를 통해 한참 질답을 주고 받는 둘에 중간에 끼여 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재환만 죽어나고 있었다. [젤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다 됐고, @정택운 선배 1학년 8반 이홍빈이 좋아한대요. @이홍빈 힘드니까 작작 보내 개새끼야 좋아요 928 댓글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