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하녀 "안녕히 다녀와요." 제법 많이 불러온 배를 자신의 한 손으로 바치고 인사를 하는 그녀에 세훈이 입을 맞춘다. 배때문에 껴안을 수는 없지만 세훈의 키는 충분히 컸기에 허리를 조금 숙이는 것만으로도 깊은 키스를 나눌 수 있었다. 조금은 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질척한 소리. 분명히 세훈이 자신의 팔을 감은 허리와 마구 빨고 훔쳐대는 입술은 그녀의 것인데 세훈의 눈은 정확히 준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준면은 꼭 자신이 당하는 것만 같아서 다리가 부들거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준면의 얼굴에 세훈은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하아- 하-" "......다녀올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 인사를 하는 세훈. 그리고는 준면에게 소리없이 입술로만 뭐라고 말을 한다. 준면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세훈의 말을 알아듣고는 가쁜 숨을 내뱉는다. 재밌는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준면을 훑은 세훈은 집을 나선다. "...흣-" '예쁘게 하고 기다려.' 아아, 역시 저 키스는 저 여자가 아닌 나에게 하는 키스였다. 준면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일을 하러 서재로 향했다. - 하녀가, 물론 여자는 아니지만, 이 큰 대저택에서 내가 갖는 역할이었다. 똑똑한 머리를 가졌지만 무언가를 지시내리고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이 되지 못했다. 처음 신입사원때는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나를 보며 기대를 하고 고속승진을 시켜주던 회사들은 정작 상사의 역할은 전혀 수행해내지 못하는 나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퇴사를 권고했다. 나는 그 수많은 권고사직과 해고에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아, 나는 명령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구나. 그 이후로는 철저하게 명령을 받고, 복종해야하는 것 위주로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은 것이 바로 하녀, 이 집안의 고용인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놀랐다. 일류대학 졸업에 왠만한 대기업은 다 들어간 이력서를 내밀었으니까. 전 복종만 할 줄 알아서요. 조금은 이상하게 보던 나이가 좀 있는 여자(알고보니 집안을 총괄하는 집사였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어딘가에 갔다오더니 내일부터 출근하면 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게 내가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시작이었다. - 하얀 셔츠, 얇은 소재의 회색 하이웨스트 팬츠, 깔끔한 디자인의 하얀 에이프런을 허리에 묶는다. 매일 아침 내가 하는 복장. 남자하녀(하인이 바른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하녀라는 호칭이 더 좋다)는 몇명 없기 때문에 딱히 복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난 이 저택의 하녀복과 가장 흡사한 이 차림을 즐겨입었다. 물론 사장님께서 하녀복을 입으라했으면 그 짧은 스커트차림의 하녀복도 흔쾌히 입었겠지만 첫 날 내가 이 저택에 와서 받은 것이 이 옷이니 이 옷이 사장님의 뜻이려니 하고 입고있다. "커피 한 잔 부탁하지." "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청소다. 아무래도 남자이기때문에 힘이 세기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맡는 곳은 주로 사장님의 방과 사장님의 욕실이다. 덕분에 가끔가다 샤워가운 차림의, 혹은 알몸의 사장님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의 몸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큰 키에 하얀 몸, 잘 짜여진 근육에 남자라면 부러워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훌륭한 그의 것. 난 지금까지 내가 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저런 남자에게 복종하는 수단이라면 기꺼이 그의 것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기있습니다 사장님." 케냐AA를 진하게 내린 잔을 사장님의 책상에 올려두었다. 대학 때 취미삼아 바리스타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번 에스프레소 머신이 고장나는 바람에 내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사장님의 커피는 거의 내가 담당하다싶이 하고있다. 새하얀 잔에 담긴 새까만 커피가 침이 넘어갈만큼 맛있게 생겼다. 아니, 커피가 아니라 그 커피잔을 들고있는 하얗지만 단단한 손에 식욕이 돋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시고싶나?" 거의 홀린 듯 커피잔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낀건지 물으시는 사장님에 잠시 대답을 못하고 멈칫댔다. 당연히 마시고 싶지 않다고 해야하는 게 정답이지만 당신의 입술이 닿은 그 까만 액체는 너무나도 유혹적이다. 입만 옴싹달싹대는 나를 비웃듯 피식 웃음을 터트린 사장님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나를 부른다. 아, 어떻게 저 손짓 하나하나까지 미친듯 강압적일까. 태생부터 누군가를 부리는 게 몸에 배어있는 사람답게 그의 명령은 나를 부들부들 떨 정도로 고취시켰다. 한발한발,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몸을 숙이라는 듯 손짓을 한다. 다리를 접자 그를 올려다보려면 꽤나 시선을 올려야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 상태로 고개를 치켜들어 그를 빤히 보자 그가 커피잔을 들어올리고는 "...아" 내게 붓기 시작했다. 이마부터 내 콧대를 타고 흘러내려와 내 입술을 적시고는 턱을 따라 흰 와이셔츠를 질척히 적시는 커피. 적당히 따뜻한 온기가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자 나는 옅은 신음아닌 신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맛있게 마신거면 좋겠군." 정말 당신은 나를 완벽하게 복종하고 싶게 만드는 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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