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취조실에서 만난 앳된 소년은 코가 아릴 정도의 강한 핏내를 풍기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소년의 표정을 이루 말 하자면 '아, 아프다… 지독하게 아프다.'
채 스무살은 되었을까, 조막만한 얼굴을 바라보다 무언의 강한 감정에 젖어버릴까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도경수, 살인 동기는?"
굳게 다물린 입술과 음영 드리운 채 곱게 깔린 시선은 넋이 나가 후접지근한 바깥의 여름 공기와는 달리 서늘한 취조실과 동조 되어버린 듯 냉랭하였다.
마치 모든 감정분을 꼭꼭 씹어 마음 속 깊숙히 밀폐하여 감추고 가두기 위해.
그렇게 자신을 감싸안은 채 감추려는 듯.
따지고 소리쳐보아도 앉아있는 앳된 소년에게는 그저 자음과 모음체계의 무의미하고 반복된 기계적인 나열에 불과한 듯 인형과 같은 두 눈을 깜빡거리기만 하였다.
그래. 나는 결국 긴 침묵 끝에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랑하니까요."
…
나는 이미 오래 전 부터 느꼈어, 당신이 점점 제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품 안에서 풍겨오던 그 계집아이의 내음까지도.
그저 고통스러운 순간을 부정하고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인 행동이라 당신은 비판하고 또 말 하고 싶겠지만, 나도 알고있는걸.
싸구려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멋을 낸 듯 한껏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입고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웃음을 짓는 남자를 바라다보며
그 순간 일말의 합리적인 사고체계는 퓨즈가 나간 듯 모두 끊어져버렸다.
나를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오해를 풀겠다는 우아한 판단과 같은 쓰레기는 필요치 않았다.
당신을 잃고만 나는 그저 신에게 버려진 포로나 이방인과 같음이 분명하다.
차라리 줄줄 흘릴 눈물이라도 있었더라면, 느긋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올라간 듯 만 듯 미세하게 떨려오는 입꼬리와 함께 경수는 눈물 없이 우는 눈을 하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신과 같아, 그 신에게 버려졌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이냐고.
"겨, 경수야 아윽,, 으."
무식하게 찢겨나가는 당신의 살결에 의한 파열음에 나는 웃었다.
아, 당신의 마지막은 나와 함께.
당신을 위해 내가 그 곳에 있을게, 다시 태어난다면 나를 꽉 안아줘.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사랑합니다, 내 당신.
너무 짧아서 놀라셨나여ㅎ..(s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