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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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힘찬도 우리 외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확신한 모양인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뒤를 돌았고 나는 그 틈에 녀석에게서 벗어났다.
바싹 마른 입을 축이고 본 앞에는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맙긴 하다만, 비웃음이라니.
대체 언제부터 보고있었길래 비웃은 거지? 내가 꼬시다가 역관광 당할뻔한게 웃긴가?
내 앞에 서 있던 그는 내 또래 쯤 되보이는 앳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깨나 큰 키로 김힘찬을 살짝 내려다봤다.
김힘찬도 큰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나저나 외부인인가? 이 시간에 어떻게 여기를 들어온거지?
허전한 그의 손목을 살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려고 긴장했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입이 벌어짐과 동시에 작은 탄성을 뱉어냈다.
"아,"
그의 시선은 내 손목에 향해있었고, 순간 든 수치심에 손목을 뒤로 감추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외부인은 아니였다. 외부인이라면 내 팔찌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지을 리 없다.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만 같이 숨이 막혔다.
어렸을 적 부터 봐왔던 우열감에 넘치는 미소도, 쓰레기 같다는 표정도 아니였다.
그는 모종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가면을 쓴 듯한 얼굴은 감독관의 그것과 비슷해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켰다.
들리지 않는 경고음이 머리속을 울렸다. 김힘찬과 키스 할 뻔 한 것보다 더, 이곳을 당장 빠져나가고 싶었다.
고마움에서 궁금증으로, 궁금증에서 무엇인지 모를 묘한 감정으로. 나타난 우연은 나를 동요하게 만들었다.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과는 달리 그의 입꼬리는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고, 새어들어오는 불빛때문에 보이는 하얀 손이 김힘찬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하던거 계속 하세요."
지극히 예의 바른 듯하면서도 비꼬는 말투였고,
딱 봐도 어린놈이 자신을 비웃은게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김힘찬은 표정을 구기며 신관으로 통하는 문을 큰소리나게 열어재꼈다.
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불쾌한 기분에 그를 노려보았다.
계속해서 웃음을 터뜨리던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또 봐."
그는 유유히 신관으로 걸어갔고,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이 닫힐 때 까지.
재미없어.
떨려오는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그가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무엇이였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B1A4] 밤 삼킨 별 ; 02 나비효과
숙소 문이 벌컥 열렸다.
욕설을 내뱉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움추렸다.
감시원이 온 모양이였다.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이고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제의 일부터 시작해서 일진이 좋지 않아 식당에도 가지 않았다. 평소에 식탐이 많은 편이였지만 이상하게 두시 정도 됬는데도 배가 고프질 않았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 듯 큰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있는 화장실까지.
그리고, 화장실 문이 열렸다.
내 머리카락이 손에 휘어잡힘과 동시에 나는 방으로 질질 끌려나갔다.
"여깄었네 씨발년."
손바닥이 얼굴을 향해 날라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 능력이 밝혀진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내가 ESP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였지만, 능력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가장 낮은 취급을 받는 8급의 강화계 능력자보다 훨씬 못한 취급을 받았다.
카운트 능력자(상대방의 신상정보를 볼 수 있는 투시능력의 일종) 의 과실이 아니냐는 소리가 돌 정도로.
하지만 능력이 밝혀진, 그 날. 나는 간단한 테스트와 함께 기관에서 단 두명뿐인 암시능력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로도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변한것도 없긴했지만 감시원들이 찾아와서 나를 샌드백 대용으로 쓰는 일은 아주 뜸해졌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시원은 내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체력이라고는 조금도 기르지 않았기에 내 몸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감기는 눈을 부릅뜨려고 애쓰며 주먹을 맞아냈다.
뜨거운 액체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술을 살짝 핥으니 비릿한 피가 침과 섞여 넘어갔다. 목이 쓰라렸다.
반항을 하면 더 맞는 다는 것 쯤은 오래전부터 알고있었지만, 오늘따라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국을 경험해서 그런건지.
00아, 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진영이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듣고 싶어 악을 쓰고 눈물을 삼켰다.
감시원의 숨이 거칠어졌고, 내 몸은 딱딱한 바닥에 뒹굴었다.
온 몸이 저려왔다.
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지에 문질러 닦는 감시원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얼굴을 나도 모르게 구기고 말았다.
나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진영이와 차선우는 그 어린 나이에도 큰 버팀목이 되 주었다.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바깥을 종종 나갔다왔던 진영이는 나에게 몰래 책을 가져다주었고, 그 덕에 혼자있을 때에도 책을 보며 심심함을 달랬다.
감시원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
여느 때처럼 감시원은 담배를 피우다 한때 내 방이였던 비좁은 지하실을 찾아왔고, 내 손에 붙들려 있던 책을 목격했다.
그리고 감시원, 아니 그 악마새끼는 책을 불태웠다. 내 눈앞에서 진영이의 선물이자 처음으로 소유할 수 있었던 '내 것' 이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책을 읽어. 그냥 대가리에 든 거 없는 개가 되면 되는거야.
웃으며 자신의 발을 핥게 했던 악마는 내 방을 쥐 잡듯 헤집어 놓고 물건을 하나하나 태웠다.
그 감시원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감시원으로 일하고 있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했다. 진영이에게 더 이상 기대지 않는 것도 그 이유였으니까.
다행히 감시원은 표정이 썩창이 된 나를 보지 못한 건지, 상부와 연결하는 듯 전화를 받고 있었다.
들켰더라면 분명 발로 밟혔겠지.
손을 몇번 털던 감시원은 간단한 대답을 반복하다 나를 노려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 더럽다는 시선으로.
피를 닦아냈다. 하얀 면으로 된 소매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감시원은 청소부에게 몇 마디 말을 했고, 답지 않게 걸음을 재촉했다.
끝이라는 생각에 온 몸에 긴장이 풀렸다. 거울을 본 내 모습은 역시나 망신창이였다.
아까 소매로 피를 닦은 탓에 피는 여기저기 엉겨붙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사바나에 사는 사자처럼 부스스해져 엉켜있었다.
차선우가 봤으면 존나 못생겼다고 놀렸겠다. 꼴이 이게 뭐야.
실없는 농담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머리를 정돈했다.
잠시후, 노크소리에 연 방문 앞에는 아까 그 청소부가 있었고, 청소부는 나에게 옷 한벌을 가져다 주었다.
군데군데 얼룩진 내 옷과는 다르게 세탁이 된 깨끗한 니트에서 낯선 섬유유연제향이 밀려왔다.
감시원에게 맞은 날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진영이는 아직도 내가 맞는다는 걸 몰랐다. 적어도 진영이에게는 들키면 안됬다.
이 숙소를 얻어준 것도 진영이였고 진영이에게 나와 사귄다는 더러운 소문이 나게 된것도 나와 붙어있어서였으니까.
그런 소문이 나고 차선우는 욕설을 내뱉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지랄하고 있네, 진영이 형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년이랑 붙어먹냐, 병신들. 이라며.
그 덕에 이제는 잠잠해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오늘은 다행히도 얼굴에 큰 상처가 나지 않았다. 부운 뺨은 얼음 찜질을 하면 대충 가라앉을 테고, 긴 옷을 입으니 보이는 상처는 부르튼 입 뿐이였다.
아직 몸 여기저기가 쓰라리고 아렸지만 참으며 옷을 갈아 입었다. 니트의 얇은 실이 몸을 스쳐지나갔고, 짧은 신음소리가 났다.
옷을 준걸 보면 어딜 가야하는 걸까.
감독관들은 이상하게도 내 버릇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상부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던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내 버릇은 일종의 유희와 비슷한 것이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거 말고 내가 요 근래에 저지른 것은 하나도 없었고, 진영이의 생일파티도 들키지않았다. 그럼 대체 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다시 노크 소리가 두어번 들렸다.
평소라면 한번도 없을 누군가의 방문이 이상하게 잦았다.
한숨을 내쉬고 문고리를 당겼다.
반쯤 열린 문 앞에는 입국한지 2주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보이질 않던 녀석이 서 있었다.
남자에게서는 잘 나지 않는 진한 향수냄새로 코끝이 저려왔다.
용어정리 |
초능력의 종류
ESP(ExtraSensensory Perception) ; 초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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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
최대한 빨리 업데이트 한다고 해놓고 꼬박 하루가 걸리네요..ㅋㅋㅋㅋㅋ제가 뭐 그렇죠. 원래 비축분이 있었지만 1화에서 내용을 살짝 틀어서 아주 처음부터 다시 써야할것같아요. 새벽에 글을 싸지르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다음편은 일주일 정도 후에 가져올게요. +) 1편 재업데이트 했으니까 어제 1편 못보신 분들은 꼭 가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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