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99%
01
10년 전, 내가 다니던 유치원에 경찰이 들이닥쳤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뻔한 레파토리의 이야기들이, 내 어린 시절에도 일어났었다고나 할까. 원장은 게이였던건지, 아니면 쇼타콤이 있었다던지. 그 더러운 새끼가 겁탈한 것은 새하얀 남자아이였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웃음만큼이나 하얬고 이뻤던 아이. 난 그 하얀아이를 굉장히 아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갈 때면 나는 손에 묻은 흙을 털고 혹여 아이에게 남은 흙이 묻을까싶어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다가갔었다. 그 순하고 하얗던 아이가 눈물도 떨구지 못한 채 울고 있을 때, 어린 나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었다. 나는, 그 하얀아이를 좋아했던 것일까.
*
“부산에서 전학 온 ㅇㅇㅇ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형식적인 인사를 끝내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리면,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내게 쏠리는 시선들을 무심히 지나쳐 여자아이의 옆자리에 가방을 걸고 앉았다. 인기척이 느껴진 건지, 고개를 내게로 돌린 아이에게 입을 뻐끔거렸다.
‘안녕.’
내 소리없는 인사를 읽은 듯 한 아이가 다시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그녀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없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손톱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리듬을 타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고개를 든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얼핏 본 그 남자아이는 17살의 건장한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아름다웠다.
*
“김현아.”
항상 창 밖만 바라보는 짝의 이름. 전학 온 지 일주일 째, 그제서야 난 그녀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림에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 아이. 그녀에게 말했다.
“...밥, 같이 먹어.”
“......”
*
나의 제안 이후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그녀와 나는 같이 다녔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매점을 다녔으며, 같이 등하교를 했다. 그렇다고 서로 대화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침묵 속에서 그녀와 나는 서로를 알아갔고, 조용하게 서로를 파악했다.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비밀을 알아챘고,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다. 김현아나 나나, 쓸데없이 함부로 입을 놀리지는 않으니까.
전학온지 8개월 째, 겨울방학을 맞았다.
방학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한 현아가 옷가지를 챙기기 위해 잠시 제 집에 들렀다.
단촐하게 정리된 그녀의 집에서는, 무척이나 하얬던 아름다운 아이가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 아이. 현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오세훈.”
아름다운 아이의 이름이 하얗게 박혔다.
어린 시절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울던 하얀 그 아이처럼, 아주 새하얗게.
=================
첫 편이라 짧지만 갈수록 분량은 늡니다.
댓글달고 구독료 돌려받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