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Acuusstic ver.)
걸을 수 있겠냐는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아, 많이 놀랐나보다. 라는 말을 중얼거린 채, 핸드폰 시계를 보는 선배였다.
ㅡ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라는 선배의 말에 종대오빠와 열나게 롤을 하고 있을 도경수를 떠올렸다. 아, 오빠한테 전화 해볼게요. 라며 옆에 놓은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아까의 충격이 가시지를 않았는지 덜덜 떠는 손을 보더니 옆에서 선배가 ‘괜찮아. 걱정하지마.’ 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눈물이 핑 돌았다.
울고 싶어지는 눈가를 꾸욱 누르고는 통화키를 눌렀다.
[어. 왜.]
ㅡ..오,오빠
[뭐야? 도여주?]
ㅡ아 그,그게.
무슨일이야? 라며 단번에 목소리가 바뀐 오빠의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왔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니깐, 오빠 그게. 라고 말하기도 전에 다급하게 다쳤어? 아, 씨발 너 어딘데. 야. 제대로 말해. 뭔데. 라며 따발총 쏘듯 쏘아 붙이는 오빠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아, 그러니깐.을 몇 번을 반복했다.
톡톡.
그런 내 어깨에 선배가 한 손가락을 톡톡 건드렸다. 네? 라며 선배를 쳐다보니 핸드폰. 이라며 손을 내민다.
건너편에서 성이 잔뜩 난 도경수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지는 핸드폰을 선배에게 건네자,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ㅡ여주가 지금 혼자 못 걸을 것 같아서요. 여기가 지금 어디냐면.
위치까지 알려주고 전화를 끊은 선배가 나를 쳐다보았다.
ㅡ괜찮아. 오빠 금방오신다고 했어요.
ㅡ가, 감사합니다.
ㅡ제가 뭘요. 요새 안그래도 저 놈 때문에 단지가 들썩여서 방송까지 했는데 못 들었어요?
ㅡ아...
ㅡ밤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가요.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
오빠가 여동생을 타이르듯 차분하게 말을 하던 선배가 쓰고 있떤 스냅백에 그림자가 져서 답답했던 건지 살짝 눌린 머리를 붙잡고서는 뒤로 썼다.
그러자 맑고 하얀 피부가 달빛에 예쁘게 빛이 났다.
Campus Life 02
ㅡ사실대로 말해
ㅡ뭘?
ㅡ어제 그 사람 누구냐?
, 어제 그 공포감에 오빠의 옆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던 터라, 일어나보니 오전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전역한지 두 달이 넘어가는 오빠가 와서 국이나 퍼먹어. 라며 나를 주방에 앉혔다.
취미로 요리학원에 다니는 오빠의 맛은 일품이었다. 콩나물 국에 밥까지 말아서 그릇까지 싹싹 비워놓고 있었는데, 오빠가 한다는 말이 저거였다.
ㅡ아.
ㅡ아?
ㅡ과 선배님이야.
ㅡ진짜 과 선배 그 뿐이지?
수상하다는 듯 자신의 뿔테안경을 한 번 들었다 놨다 한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ㅡ응. 얼굴만 알아. 종대오빠도 알껄?
ㅡ그래? 그럼 뭐. 국 더줄까?
ㅡ아니, 그만 먹을래.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1시 수업이라며 빨리 준비해. 라며 앞치마를 두른 오빠를 뒤로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까무러치듯이 누웠다.
밖에선, 종대오빠와 전화통화를 하는 듯 '어, 김종대냐?'라는 오빠의 통화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괜찮은데, 아직도 오빠는 걱정이 되나보다.
오빠가 저렇게 내 주변 남자들에 대해서 민감한 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학교 때 그 사건이 일어난 후 부터겠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고개를 내저으며 기지개를 켜며 침대 위에서 두 눈을 꿈벅였다.
아, 이러고 있으니깐 또 잠올 것 같아. 학교가기 존나 귀찮다.
* * * * *
아르바이트 끝나기 10분전에 연락하라는 말을 신신당부한 오빠는 결국 강의실 안까지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나 때문에 오늘 아르바이트도 못 간다고 했다던데. 전화했을 때 안데리러 온게 미안하긴 했나보다. 검은색 맨투맨을 입고 건물 밖을 유유히 빠져 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짠해온다.
강의실은 강의 시작 10분 전이였던 터라, 시끌시끌한 분위기였다. 옆에서는 보미와 은지가 어제 소개팅한 남자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디 아프냐는 은지의 걱정스런 물음에
뭔가 말할 기분이 아니였던지라
몸이 좀 안좋네. 라는 말과 함께 복도가 보이는 강의실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ㅡ어?
선배다.
손에는 무언가를 잔뜩 들고는 가는 폼이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어디를 저렇게 빨리 가는 거지? 보이지도 않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보일리가 없었다.
땀까지 흘리면서 어딜 저렇게 가는 거지. 괜한 궁금증이 일렁였다.
ㅡ도여주 어디가?
ㅡ화장실!
ㅡ5분 남았는데?
ㅡ얼른 다녀올게.
보미에게 걱정 말라며 살짝 웃어보이고는 강의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왔지만 아까보았던 선배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 보이지 않는다.
쳇. 괜히 헛수고했다는 생각에 복도의 끝까지 갔던 몸을 돌렸다. 아, 근데 나는 왜 그 선배를 찾으려고 복도까지 나온거지.
멍청했던 나를 자책하며 사람들을 지나쳐가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강의실 입구에서 이내 낯익은 얼굴에 걸음을 멈추었다.
ㅡ아, 안녕하세요!
뭘 그렇게 보고 있었던 건지, 아까와는 다르게 하얀색와이셔츠를 팔 끝까지 올린 선배가 내 인사에 화들짝 놀란다.
어, 어. 여기 있었네. 라며 다시 씨익 웃는다. 그러고보니 어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ㅡ어제말이에요.
ㅡ네?
ㅡ제가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을 못 드린 것 같아서요..
ㅡ아, 아니에요.
아니라면서 씨익 웃는 선배의 모습에 나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혹시 오늘 수업언제 끝나세요? 라는 말에 선배가 아... 라며 말 꼬리를 늘린다. 괜히 곤란하게 했나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럼 오늘 바쁘시면 다음에라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선배가 입을 연다.
ㅡ오늘 수업 없어요.
조금은 단호한 듯한 그의 말에 아.. 라며 이번에는 내가 말꼬리를 늘렸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어색해진 분위기가 숨이 막힐 때 쯤, 건너편에서 교수님이 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잘 되었다는 생각에 그럼 들어갈게요. 라며 고개를 숙이고는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ㅡ수업 잘 들어요.
라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 *
ㅡ와 그걸 가만히 내버려뒀냐?
ㅡ존나 나같았으면 고자킥을, 확!
ㅡ여자애들이 못하는 말이 없어.
나의 얘기에 분노한 보미와 은지에게 종인이가 주문한 감자튀김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너무 일찍 끝이 난 강의였던 터라, 그냥 집에 가기도 뭐해서 다같이 카페에 왔다. 물론 요새 한참 썸을 타고 있는 오세훈은 빼고 말이다.
ㅡ야, 근데..여주야
ㅡ응?
ㅡ그 새끼 거기는..음 컸..
ㅡ정은지 작작해라. 어?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은 김종인이 들고 있던 감자튀김을 은지에게 내던졌다. 재밌다며 헤헤 거리는 폼이 김종인 놀리려고 한 말이다.
재밌다는 듯 옆에서 보미가 더 거들었다. 아, 진짜 니네 지지배들 맞냐? 라며 김종인이 결국 입을 삐죽였다. 이럴 때, 오세훈이 옆에 있었으면 더 자세히 얘기해볼까? 라는 등의 어이없는 발언으로 오히려 보미와 은지를 더 당황하게 했을텐데. 하여튼 저 새끼도 요령이라고는 눈꼽떼기만큼 없는 놈이였다.
ㅡ야. 근데 김종인 너도 군대 미뤘다며?
ㅡ그게 미룬거냐. 떨어진거지. 씨발!!
ㅡ쯧쯧. 국가에서도 너같은 쓰레기는 안 받아주나봄
ㅡ뭐래. 아 맞다. 나 학회하기로 했어.
뭐? 라는 은지의 말에 멋쩍은 듯 종인이가 나, 체육부 들어가려고. 라며 멋쩍은 듯 웃어보인다.
ㅡ부장은 누군데?
보미의 호기심 어린 물음에 김종인이 고개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ㅡ민석이 형.
그 끝에는 어떤 여자의 말에 웃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 사 담 |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에서 도여주로 바꿨어요! 여주는 경수의 하나뿐인 여ㅋ동ㅋ생ㅋ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비글 형제들도 곧 출현 예ㅎ정ㅎ
전 편에 댓글달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열시까지 댓글 하나두 안 달리면 그냥 자삭하려고 했었는데..흐규 어린 간장 한 명은 기뻐 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은 피드백도 받아요!! 하튜하튜 즐거운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