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어, 그게... " 재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택운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 순간에도 택운의 머릿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보고 싶었다고 할까, 그동안 너 못 봐서 미쳐버릴 뻔 했다고 할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너가 날 내치지 않을까. 재환은 많은 생각에 잠겨있는 택운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택운의 입에서 대답을 들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거니, 지레 짐작하며 옥상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 선배님, 저 여기 그대로 있을테니깐 대답 생각나면 불러주세요. " 택운은 재환의 나른해보이는 웃음에 괜스레 떨려 가슴을 부여잡았다. 웃지마, 안 그래도 너 때문에 떨리니깐. " 아, 참. 선배님, 생각하는 게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잠시 제 옆에 누우셔도 됩니다. " 재환은 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누워도 된다며 선심 쓰듯이 말했다. 그리곤 그대로 눈을 스르르 감았다. 옥상에는 잠을 청하는 재환의 숨소리와 그를 지켜보는 택운의 숨소리로 가득했다. 택운은 조심스럽게 재환이 가르키던 자리 옆에 앉아 재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붉은 빛을 띄던 머리는 여전하네. 머리는 어떻게 저렇게 멋지게도 세웠는지. 재환의 세워진 머리를 손바닥으로 살살 쓸었다. 머리를 쓸 때마다 왁스로 굳어져 딱딱한 머릿결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오늘도 머리 세운다고 낑낑댔겠다, 그치? 머리만 주시하던 태운의 눈은 조금씩 내려가 재환의 감긴 눈으로 향했다. 남자 주제에 속눈썹은 왜 저렇게 긴 지, 만져보고 싶게. 재환의 길다란 속눈썹이 택운을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만지고 싶지? 나 만져도 돼, 만져 봐. 어차피 자는 걸. 그래, 살짝만 만져보자. 닳는 것도 아닌데. 택운은 자신의 길다란 검지 손가락을 뻗어 재환의 속눈썹을 톡 하고 건드렸다. 아, 신기해. 한 번만 더. 택운은 다시 한 번 재환의 속눈썹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 탁 ' 잠잠하던 재환의 손이 호기심 가득한 택운의 손목을 잡아 저지했다. " 어, 어? " " ...대답이 이겁니까, 선배님. " 재환은 눈을 천천히 뜨며 택운을 주시했다. 재환의 시선에 택운은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는 걸 느꼈다. 가슴 한 켠에 무언가 못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순간 좌절감이 일었지만 택운은 아이가 아니었다. 아이는 들켰다는 생각에 좌절하여 눈물부터 뚝뚝 흘리겠지만 택운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나름대로의 변명을 해야 했다. 변명하려고 입을 연 택운을 재환의 말이 가로막았다. " ...혹시 저 좋아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