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틀? 사흘 만인가요...? 그 동안 바빠서 귀찮아서 피톨을 데려오지 못했네요;;;
피톨은 한 에피소드 마다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되는 형식으로 가져올꺼구요
일단 오늘은 쌍콤하게 카디로 시작하죠. 후훗.
데려오는 커플 순서는 순전히 제 맘대롭니다. 카디를 데려온다음 루민을 데려올수도 있고 루민을 쓴다음에 또 루민을 쓸 수도 있고...
사실 제일 많이 쓴 아이들이 제일 자주 등장하겠죠....
각 에피가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도 큰 그림으로 보면 어쨌든 모두의 이야기가 될꺼예요...(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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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모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말만 믿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오늘 날에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아주 철썩같이 믿고있는 증명된 이론중 하나다.
하지만 잠깐. 만약 우리가 이 이론을 아주 살짝 비틀어, 원숭이만이 아닌 다른 동물들또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인간의 형상을 하게 되었다면 어떨까?
오늘 날 정부는 이들의 존재를 비밀리에 붙히고 그들을 통칭 '반류' 라 부르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고, 반류들 또한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며 인간들 속에 섞여 지낸다.
그 반류들 중에도 희귀 중종들, 예를 들어 토종 여우라던지 아니면 백사자 등은 희귀종으로써의 가치를 높히기 위해 여러 혜택을 받는다.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지금 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그들. 반류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같이 계급이 있고, 직업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자손 번성을 위해 결혼을 하고 짝짓기를 한다.
개체수가 부족한 그들에겐 '자궁 생성 벌레' 라는게 있는데, 이 벌레에게 물리면 남자도 자궁을 가질수 있어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흑표범家의 둘째아들 이자 후계자인 김종인이 이렇게 태어났다.
흑표범인 아버지와 재규어인 다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귀하디 귀한 아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도 귀한 아들이었기에 너무 곱게, 오냐오냐 키워진 탓일까.
종인은 완벽하지만 어딘가 결핍된채 17살이 되던 해, 반류들을 위한 학교인 수만 특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왜?"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종인은 무엇인가를 보고는 걸음을 멈춰섰다.
덕분에 같이 걸어가던 종인의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인 토종 백호가문의 막내아들 오세훈이 특유의 무심한 얼굴로 눈을 반쯤 감은 채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종인을 뒤돌아봐야 했다.
"저기. 눈 커다란 애. 어떠냐?"
"?"
세훈이 다시 걸음을 옮겨 종인의 곁으로 갔다.
종인의 기다란 손끝을 따라가니, 어떤 쬐끄맣고 하얗고 얼굴에선 눈밖에 안보이는(전적으로 세훈의 시점에서) 남자애 한명이 뽈뽈거리며(이것또한 세훈의 시점에서)자기만한 물통을 들고는 화단의 꽃들에 물을 주고있었다.
"...글쎄. 눈이 크네."
세훈은 대충 대답을 하고는 하품을 했다.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무슨 종 같냐고."
"딱봐도 경종같은데. 그것도 제일 아랫급."
세훈의 말에 종인은 씨익 웃고는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세훈은 종인의 미소를 보고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아...이 새끼,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했구나..'
종인은 난봉꾼이었다. 그것도 타고난 난봉꾼.
어떻게 하면 상대가 자신의 밑에서 설설 기며 앙앙거릴지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세훈은 예전부터 그런 자신의 친구가 한심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대단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딱히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중종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권한 같은 것이기도 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난봉꾼 친구를 말리고 설득하기가 세훈은 너무나도 귀찮았다.
"가자."
"..."
긴 다리를 움직여 빠르게 복도를 걸어 가면서도 종인의 입가에선 사악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그 시각 문학의 레이더에 걸려 재수없게도 개학 첫날 부터 화단의 꽃에 물을 주는 아주 귀찮은 일을 떠맡게된 토끼집안의 장남 도경수는 잔뜩 툴툴거리며 꽃에 물을 홍수가 되도록 뿌리고 있었다.
평소 조용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지만 많고 많은 아이들 중 하필 자신을 골라 첫날부터 이 고생을 하게 만든 문학을 용서할수는 없던 탓이다.
"거기 등치 좋은 박찬열도 있고 그 옆에 딱 달라붙어있던 변백현도 있고 시끄럽게 떠들던 김종대도 있는데 왜 조용히 있던 나냐고 왜!!"
한참을 투덜거리던 경수가 문득 자신을 관찰하는것같은 시선을 느끼고 2층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을때는 이미 종인과 세훈이 자리를 뜬 후였다. 누가 있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던 경수는 토끼답게 민감한 청각으로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어이-도갱수!!! 개학 첫날부터 뼈빠지게 고생하는 느낌이 어떠냐?캬캬캬캬"
"아하하히히힣"
곧 모습을 드러낸것은 다름 아닌 경수의 친구 백현과 찬열, 종대였다.
"어떨거 같냐? 도와주려는거 아님 꺼져"
"에이-갱수. 생리해? 왜 이렇게 까칠하냐-"
"크크크캬ㅑ캬캬"
"...."
"낄낄낄깔깔깔"
"하하핳아앜앜"
"야 이 새끼들아! 안꺼져?!!"
계속 옆에서 깐족거리던 백현과 종대에 결국 폭팔한 경수가 소리를 지르자, 그저 옆에 있을 뿐이었던 찬열이 백현의 팔을 잡고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워-워-진정해. 도경수. 그런걸로 사람 치는거 아냐."
"야 이 빌어먹을 늑대시끼!!!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안그래도 일해서 서러운데 자꾸 깝죽거릴래? 가!! 가라고!!!"
불쌍한 토끼의 분노어린 절규와 물뿌리개의 어택에 기겁한 찬열은 어느새 자신에게 매달린 백현과 아까부터 계속 웃고만 있는 종대를 데리고 황급히 사라졌고 한동안 씩씩거리던 경수는 신경질적으로 다시 물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다시금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이건 분명 빌어먹을 변백현이다. 라고 단정지어버린 경수는 눈을 번뜩이며 물뿌리개에 들어있던 물을 자신의 뒤에 서있던 사람에게 부어버렸다.
너 이 못된 강아지 새끼. 딱걸렸어.
"쌤통이다!!!변배..ㄱ...ㅎ..ㄴ...."
"..."
"....."
"......"
하지만 불행하게도. 바득바득 이를 갈던 경수의 뒤에 서있던 사람은 예상했던 백현이 아닌...그를 보러왔던 종인이었다.
*
잘 손질된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깔끔하게 다림질 되었던 교복 셔츠가 빠르게 젖어가는 것을 느끼며 종인은 새로운 놀잇감을 발견하고 좋아졌던 기분이 급격하게 더러워지고 땅 밑으로 곤두박질 치는것을 느꼈다.
"씨발..."
종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자, 안그래도 놀라 크게 떠져있던 경수의 눈이 더욱 커지면서 멍하니 있던 정신을 차리고 우왕좌왕 당황하기 시작했다.
"미...미안해! 나, 나는 친구인줄 알고...정말 미안ㅎ..."
"닥쳐."
"..."
종인이 눈을 뜨자 중종 특유의 황금빛 가느다란 동공이 경수를 노려보고있었다.
그와 동시에 오직 경수에게만 쏟아지는 살기와 분노가 담긴 페로몬 때문에 경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히끅. 히끅"
경수가 딸꾹질을 시작하자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종인이 겁에질린 경수를 벽에 밀어부쳤다.
"야. 경종."
"히끅-"
"하...씨발. 귀엽게 생겨서 놀아주려고 와봤더니."
"무,뭐?"
"다짜고짜 사람한테 물을 뿌려?"
"히끅-그, 그건 실수.."
"안닥치냐?"
"..."
"너. 이거 어떻게 변상할꺼야."
"무,뭐?"
"내 교복. 무사히 넘어갈줄 알았냐? 오늘 내가 입고있는 모든게. 너네집 1년 벌이 보다 더 나간다고. 알아먹었냐? 멍청한 경종?"
"그치만...난 돈 없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그깟건 내 알바 아니야. 변상해. 지금."
"다,다른걸로 하면...안되...겠지...?"
말을 하고서도 종인의 눈치를 보던 경수는 어색하게 말을 얼버무렸고 종인은 순간 눈을 번뜩였다. 오호라...딱걸렸어.
"안되지. 네가 뭐든지 한다고 하면 모를까."
"뭐,뭐든지 할께!!그렇게 해서 네 화가 풀린다면..."
걸려들었다. 속으로 씨익 웃은 종인은 겉으론 매우 화난척(실제로도 짜증난 상태였지만)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흐응...뭐든지 하겠다고?"
"응응!"
"후회안해?"
그럼 어떡하냐, 이 빙구야. 속으론 눈물을 삼키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 경수는 살짝 촉촉해진 눈으로 자신보다 한뼘은 더 큰 종인을 올려다봤다.
"좋아. 그럼 너. 빌어먹게 유치하긴 하지만...내 셔틀. Okay?"
"뭐?!"
아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으헝....어머니...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요....포근하고 몽실몽실한 우리 어머니...어머니 아들이 지금 이상한 새끼한테 걸려서 노예가 될판이라니깐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향해 소리없는 절규를 내뱉은 경수는 눈을 꼭 감고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디있든, 언제 부르든, 니가 뭘 하고 있든. 내가 부르면 그 즉시 달려와야해. 내가 뭘 시키든 군말없이 따르라고. Understand?"
"아..알았어..."
"중간에 못해먹겠다고 때려치면...글쎄.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 한번 해보든가."
시크하지만 무시무시하게 내뱉은 마지막 말에 경수는 다시금 힉! 눈을 질끈 감았다.
겁에 질려 눈을 꼬옥 감고 벌벌 떠는 경수를 빤히 쳐다보던 종인은 손을 들어 경수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실 눈을 감고있어 지금 꼴리는대로 확 키스를 해버릴까 하다가 그랬다간 눈앞의 작은 소년이 저를 더 피하게 될까 꾹 참았다.
뺨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감촉에 눈을 슬쩍 뜬 경수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던 것이 종인의 손임을 알고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종인을 쳐다봤다.
아. 귀여워. 이 녀석 정체가 뭔데 이렇게 귀여운거야? 쪼끄만한걸로 봐서는 쥐 같기도 한데 눈을 보면 사슴같기도 하고 겁이 많은 걸로 봐서는 토끼같은데?
"야. 너."
"오,왜?"
"너 정체가 뭐냐?"
"뭐?"
"무슨 종이냐고. 쥐? 사슴?"
"...토끼."
그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피식-웃은 종인은 경수의 볼을 한번 콱 잡고는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과 함께 손을 휘휘- 흔들며 자신이 왔던 길로 사라졌다.
"하아...무서워 죽는줄 알았네...히잉...어머니이..."
종인이 떠난 후 그의 페로몬에 눌려 잔뜩 겁먹었던 경수는 숨이 탁 트임과 동시에 벽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