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꼭 덮어줘야 하는 건데."
적막을 채워야 할 대사가 나오지 않았다. 무대 위는 어느샌가 먹먹한 소음만이 가득했다. 경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의 뒤에 서서 어깨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종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곧 낮은 숨을 거칠게 고르며 어금니 사이에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얘야, 난 널, 좋아해."
잔뜩 험하게 나온 목소리가 가장 먼저 경수의 귀로 흘러들어갔다. 가칠한 음성이 목 뒤, 귀 안쪽의 여린 살을 훑었다. 그 기묘한 느낌에 경수는 몸을 작게 떨었다. 바르르 떨리는 그 작은 몸을 더욱 꽉 붙들었다.
"박찬열, 똑바로 해."
뒤이어 나온 말에 찬열은 눈에 띄게 표정을 굳혔다. 무대 위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 준면은 손을 공중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다시, 다시 가자. 찬열아, 대사 안 외운거야?"
"...죄송해요."
"연극제 며칠이나 남았다고 그래. 원래 안 이랬잖아."
"...."
준면은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흩트러뜨리는 찬열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번엔 잘 하자, 알았지? 하며 박수를 크게 치며 다시 가자! 다들 힘내고!를 외쳤다. 혼자 밝은 목소리가 칙칙한 안개가 스며들어온 강당의 벽에 퉁 퉁 튕겨졌다. 먼지가 잔뜩 낀 공기에 스미지 못하고 계속 메아리쳤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물론, 약속하지."
"정말이죠?...정말?"
"그럼. 정말..."
촌장 역의 종인이 대사의 끝을 살짝 흐리며 무대 옆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 막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찬열이 서 있었다. 그 진한 눈빛을 감지한 찬열의 둥그런 동공이 파르라니 흔들리는 것을 그 진한 시선은 놓치지 않았다.
"약속한다니까."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시선을 소년에게로 옮기고, 씩 웃었다.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미소에 소년은 다시 작게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정점이 끝났다. 스텝들은 다음 장을 위해 조명을 조절하기 위해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찬열은 아까 그대로, 그 자리에서, 여전히 떨면서, 그렇게 있었다.
경수도 마찬가지였다.
"오 분만 쉬었다가 하자!"
그 단단하게 굳은 시간을 깨어버린 것은 준면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명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니 조명부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
두매 위의 세 배우, 아니, 두 배우와 막 뒤에 서 있는 한 배우는 말이 없었다.
"..도경수."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있었다.
"도경수."
"..왜."
"끝나고, "
"..."
"집 가자."
"...그래."
"우리, 집."
"...그래."
짧고, 간결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 대화는 찬열을 주저앉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가자! 미안해!"
"자, 정점 끝부분부터 다시 하자, 찬열아!"
"그건, 그건 아니에요!"
하얗게 빚어진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물든다. 그래도, 계속 하얗다.
그렇게 하얀 그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여전히 검다.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해."
그의 앞에서 작게 신음하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그를 껴안는, 그도 보인다.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대사를 읊는다. 밀회의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듯이, 한 밤 달빛만이 아는 목소리로.
조명이 팍 소리를 내며 켜졌다. 금새 둥그런 공간에 빛이 고였다. 찬열은 숨을 고르고, 침을 삼켰다. 저 동그란 자리는 오직 찬열의 두 발만을 기다리고 있는다.
찬열은 마주서서 작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잠깐 바라보았다. 대본에도 둘이서 계속 대화한다는 지시문이 씌여있지만, 분명히 연극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른하게 풀려있는 종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하얗고, 깨끗하고, 텅 빈 얼굴이 있다. 가끔씩 작게 인상을 쓸 때면 한 없이 차갑다. 하지만 금새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도톰한 입술을 종인은 나긋하게 바라본다.
"또, 헛치었습니다."
대사를 밟으며 나아갔다. 갑작스러운 찬열의 등장에 그와 경수 모두 당황한 티를 냈다. 하지만 금새 표정을 다잡고 자세를 취한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비존(非存)을 알면서, 거짓에 속아넘어가는 우매한 민중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여유로웠다.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네, 열이 있는 것 같군요."
품에 그러안긴 그의 이마를 짚으며 그가 말했다. 대본에는 나와있지 않은 행동이다. 이마에 얹혔던 손이 어깨로 내려앉는다. 벌이 꽃잎에 날아앉듯, 그렇게 앉는다. 자연스럽게 몸을 쓰다듬는 그의 안에 시선을 살짝 내리깐 경수의 얼굴에는, 긴 속눈썹이 내린 회빛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나 봅니다."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하며 다시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귀 뒤로 까만 머리칼을 넘겨 준다. 하얗게 드러난 귀는 누구보다 지독한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담는다.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줘야 하는 건데."
두 문장의 대사를 끝마치자, 두 쌍의 눈동자가 나를 담는다. 그 오롯한 시선들 중, 하나를 마주하며 말한다.
"얘야,"
도톰한 입술이 잘근, 한 번 씹힌다.
"난 널,"
안절부절 못하는 시선이 무대 위로 흐트러진다.
"좋아해."
마침내 내뱉어진 나의 대사의 끝자락에,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굵은 핏줄이 돋아나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나는 멈추지 않고 대사를 마무리한다.
"...아픈 것 좀 빨리 나아 주렴."
그는 희미한 미소를 올리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 작은 온점을 끝으로, 그의 희미한 미소는 흩어지고 만다. 거칠게 그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종인의 손에. 무대 밑에서는 찬열아 잘했어! 과장된 박수를 치며 연습을 마무리하는 준면과 다른 스텝들이 분주하다. 어느새 무대 아래쪽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하는 그 둘의 그림자를 쫓으며 나는 황덩그러니 무대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한편에 던져두었던 교복 마이를 집어들며 그가 말했다. 가는 길에 먹을 것 좀 사갈까. 그의 마이를 받아들며 대답한다. 그냥 있는 걸로 내가 해줄게. 소매부분까지 먼지를 꼼꼼히 털어 다시 그에게 건낸다. 그는 어깨에 팔을 올리는 듯 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가방을 끌러내린다. 그는 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결국, 남겨진 흰 구름과 함께 터덜터널, 무대에서 내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험내일끝난당!!
고2인 징들은 알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문학교과서에 실려잇음 파수꾼!!희곡ㅋㅋㅋㅋㅋㅋㅋ나름 공부한거다...그런거다...
내일 문학보는데 잘보라고 한 번만 생각해죠....
상황설명이 안되있는데
종인이랑 경수랑 사구리는지 암츤 서로 오래 좋아하느ㅏㄴ대ㅔ 맨날 둘이 붙어다니다가 새 학년이 되서 찬열이랑 셋이 친해진겨 근데 차뇨리는 둘이 사구리는 거 모르고(마치 태연과 백현이 사귀는걸 모르고 백혀니를 ㅈㄴ핥던 내친구처럼) 경수를 좋아했고 그걸 고민상담한답시고 조니니에게 말한거임 종잉이 개빡. 근데 셋이 같은 연극동아린데 이번에 연극제에 나갈 작품이 파수꾼. 촌장이 종이니 파수꾼 다가 경수고 나 찬열이야^^알고있겠지????? 좀더 작품의 의미를 살리고 싶었으나 나에겐 작품의 의미<<<<<<<<<<<<<<<<<<<<<<<<<<<<<<<<<<<<<호모질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