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2
인터폰 안에선 종대가 웃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멤버가 모두 모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손에는 아기 용품들이 가득했다.
"....뭔데?"
"아기 낳았다며!! 축하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새끼 뒷북ㅋㅋㅋㅋㅋㅋ"
"하, 그래. 고맙다.ㅎㅎ"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기용품들을 받아든 남편이 5살이 된 딸에게 이게 과연 맞을지,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대가 그를 지나쳐 들어오며 말했다.
"헐, 거의 10년? 만인데 얼굴들이 그대로네."
"너도 tv에서 보던 얼굴 그대로네."
경수의 말에 종대가 씩 웃었다.
"오히려 더 잘생겨졌겠지. 카메라 마사지가 괜찮드라고.ㅋㅋ"
"루한아- 아저씨들이다아-"
징어가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 종대의 뒷모습을 못 봤는지 루한의 신발만 벗겨주고 있었다.
답답한 그들은 그저 징어가 빨리 고개를 들기를 바랄 뿐이었다.
제 14화
살아가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생각보다 잔인한 말이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잠들기 전까지 후회하다가 일어나서도 후회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후회를 한다.
떠난 종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엄마는 전화도 걸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갑자기 엄마가 떠나니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분명 아빠가 계시고, 새엄마가 계시고,
항상 곁에 종인이가 있었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진 못했다.
텅 빈 집이 익숙했는데, 왜 이렇게 낮설어졌는지, 왜 이렇게 외로워졌는지.
교복 그대로 입은 채 나와 찬열이네 집으로 향했다. 원래 집에 잘 안 초대했는데 요즘 들어 자주 초대했고, 항상 집에 혼자있었다.
아버지가 일나가서 요즘 심심하다나, 집도 가까우고 하니 자주 이용했다.
"야야. 교복 안 불편하냐? 좀 갈아입고 오지."
신발 벗는 나를 잡아주는 찬열이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집으로 들어왔다. 방석 위에 자리 잡고 앉으며 말했다.
"요즘, 다 비어버린 것 같아."
"뭐가."
찬열이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다 나를 떠나가는 느낌이야.."
"그 후로 경수랑 연락 안 해?"
"알잖아, 학교에서는 예전 같아. 근데, 따로 연락은 안 해."
그래서 그런가? 경수도 요즘 예전 같지가 않았다. 매일 하루에 한 번씩은 전화나 문자가 왔는데 장례식이 끝난 후로 단 한번도 먼저 연락이 온 적이 없었다.
불안함에 내가 먼저 연락한 적은 많아도..
"마음 단단히 먹자고 했잖아."
"그랬지,"
"그럼 이렇게 약해져서 쓰나."
"모르겠다아,"
찬열이를 보았다. 너도 그대로인데, 다들 그대로인데 내가 가장 의지하던 사람들이 변했다.
"종대 웃으면서 갔어. 너한테 잘 간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니까."
"그래.. 그래도,"
"엄마 빈자리는 종인이네 엄마로 채우면 되잖아. 집에 혼자 있는 거 외롭고 슬프다며. 자꾸 안 좋은 생각들만 든다며.
그러면 그냥 원래 너희 집으로 들어가 살아."
"그럴까..?"
"종인이네 엄마 분명 눈물 흘리시며 좋아하겠다. 주말에 너 아버지 잠깐 한국 들린다며. 그때 말씀드려."
"그래야지,"
"나도 너 혼자 있는 거 자꾸 걱정되고 그런다고. 안 좋은 생각 할까봐."
찬열이의 진지한 눈이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 곁에 두고 너무 슬픈 생각만 했나.
"고맙네. 너가 이런 말도 다해주고."
"ㅋㅋㅋㅋ꺼질래? 소름 돋을 거 같거든?ㅋㅋㅋㅋ"
장난스러운 모습을 돌아온 찬열이가 말했고 나도 괜히 민망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 내 옆에 앉은 찬열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항상 받던 경수의 위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위로였다.
경수만큼 따뜻했다. 가장 힘들 때, 옆에서 날 위로해주는 찬열이가 너무 고맙다.
주말이었다. 정말 잠시 들리는 거여서 미리 공항에 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주머니가 날 반겨주었다.
그래도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인지 미소만 지은 채 나에게 다가오셨다. 그마저도 말을 걸고 싶어 움찔거리시는 것 같았다.
용기 내어 먼저 말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입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응. 징어는?"
"저도요."
김종인이 나를 힐끔 보았다. 나도 그런 김종인을 보았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그가 짓는 미소를 따라 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를 보았는지 김종인이 작게 말했다.
"니 웃는 모습 오랜만에 보네."
"그런가?"
"어, 온다!"
아주머니가 소녀처럼 달려가 아빠에게 안기었다. 얼마 전에 보았으면서도 좋으신가보다.
"저번엔 왜 안 왔었어, 딸. 아빠 섭섭했다."
"그래서 지금 왔잖아여.ㅎㅎㅎ"
"밥은? 먹었고?"
"아니. 아직요."
"밥 먹으러가자. 그 정도 시간은 되니까."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조금 나와 간단한게 칼국수를 먹으러 들어갔다.
자리에 앉고 주문을 했다. 용기낸 김에 말씀을 드리려 했다. 근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김종인의 손이 보였다. 살짝 잡으니 나를 보는 김종인.
"왜?"
"후, 저요. 집에 다시 들어가려구요."
아빠가 물을 마시다 멈춰 섰고 아주머니, 아니 엄마가 젓가락을 쥐다가 멈춰 섰다.
핸드폰을 놓고 내 손을 꽉 잡아주는 김종인 덕분에 말을 덧붙였다.
"혼자 살기, 외롭고.. 엄마랑, 친해져야 되니까.."
잠깐의 정적 끝에 아빠가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아주 잘 생각했어."
"징어야.."
"종인이한테 아들이라 부르듯, 저한테 딸이라고 불러도 되요. 그동안 죄송했어요, 엄마."
말주변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말을 못하겠다. 그런데도 엄마는 한동안 말없이 눈을 붉히셨고 난 그런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철들 때도 됐지.
갑작스럽게 말한 건데도 다들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주었다. 이사는 언제쯤 할까, 방은 항상 비워뒀으니까 전에 쓰던 방 쓰면 된다.
가출했던 아들이 돌아올 때, 아무런 말없이 받아주는 가족마냥 나를 받아주었다.
난 원래 이들의 가족이었다. 스스로가 부정하였지만, 진짜 진정한 가족이었다.
"경수야."
"응? 아, 왔어?"
학교 옥상에 있던 경수를 찾는 것은 쉬웠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그곳이었다.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여기서 뭐해?"
"그냥, 좋아서."
저번과 같은 대답을 하며 웃는다. 분명, 웃는데.. 왜이리 너의 모든 것이 불안할까.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할 것 같았다.
내가 잘못한 거므로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난 널 잃기 싫다. 그냥, 경수가 내 친구로 영원히 남아 있는 게,
내 작은 소망이자 바램이었다.
"징어야."
"어?"
"내가 옷 사줄까? 저번에 못 갔었잖아. 그치?"
나도 모르게 울컥이며 울음이 올라온다. 2주간의 냉전 아닌 냉전 중이던 우리의 사이가 드디어 녹아내린다. 얼마나 불안하고 고민됐는지,
난간에 기대 있던 경수가 바로 일으키더니 내게 다가왔다.
"짧은 거 안 되는 거 알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나를 다시 받아주는지 몰라도 경수에게 너무 고마웠다. 경수같은 친구를 잃는다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정도로
경수는 좋은 친구였다.
"응. 알아. 알지 당연히."
자꾸 울컥하며 올라오는 나를 경수가 안아주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토닥여주었다. 예전의 경수처럼.
고마워, 경수야.
"둥아!!!"
"왜?"
"오늘 방학식!!!!"
"응."
등굣길에 만난 김준면을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걸어가니 쫒아온 준면이가 말했다.
"둥이 너 김종인네 집에서 살기로 했다며?"
"응."
"올. 잘 생각했어!ㅋㅋㅋㅋㅋ"
"별로 너한테 칭찬 들으려고 한 짓이 아니라서."
"야박하네. 둥이 너 가방은?"
"방학식날 누가 촌스럽게 가방매고 옴? 뭐야 니도 안 맸네."
"너 오늘 책 들고 가야 되잖아.ㅋㅋㅋㅋㅋ"
".......미친."
아 미친. 난 병신 중에 상병신이었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는데 뭔가 잊은 것 같기에 오늘 이삿짐 옮기는 날이었지!! 했던 내가 병신이었다고.
"내가 너 그럴 줄 알고 또 빈손으로 왔지.ㅋㅋㅋ"
"그건 뭔 개소리야."
"난 이미 다 집에 있거든. 내가 들어줄게!"
"오오오오. 김준면! 좀 멋있다?"
"알아.ㅋㅋㅋ"
그냥 씹고 지나갔다. 역시 저런애는 씹어야지.
오랜만에 오는 집을 둘러보다 내 방에서 고3이니 공부나 할까 하고 책을 펴니 전화가 온다. 역시, 난 공부할 운명은 아닌가보다.
그냥 좋은 엄마나 되야지.
김민석
"여보세요?"
-야 나와. 할 말 있어.
"응? 엉."
집 밖으로 나오니 김준면도 있을 줄 알았는데 김민석 혼자뿐이었다. 김민석을 바라보았다.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꿈지럭거린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지..
<후보탈락>
후보1 김종인
탈락 사유 : 이복형제
후보3 김종대
탈락 사유 : 유학
<후보제외>
후보2 도경수
제외 사유 : 친엄마의 호적상 아들
후보 5 김준면
제외사유 : 징어가 싫어하는 성격
<남은 후보>
후보4 박찬열
후보6 김민석
ㅎㅎㅎㅎㅎㅎ |
+여러분 여러분 느껴지시나요??! 다음편이 마지막화라는 어마어마한 팩트가?ㅎㅎㅎㅎ 아 이게 얼마만에 여러분에게 말하는 건지..ㅠㅠㅠㅠ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ㅠㅠㅠㅠ말도 못하고ㅠㅠㅠㅠ 여러모로 징어에게 좋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여러분!! 이건 꼭 읽으셔야 합니다!! 누가 남편 같으세요? 댓글로 남편의 이름만이라도 뙇! 써놓으시면 맞히신 분께는 제가 마지막화와 함께 어마징징한 선물을 드릴거에여.ㅎㅎ 기대는 당연히 안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닿ㅎㅎㅎㅎㅎㅎ (기간은 다음화가 올라올때까지 입니다!!)
+++암호닉이여!!!♥ 시카고걸/체리/크림치즈/버블티/매매/죽지마/규야/정동이/슈웹스/구금/안녕/크런키/눈누난나/세젤빛/뭉구/김종이 키야, 벌써 마지막 화네여..ㅎㅎㅎ마지막까지 함께해여!!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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