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밤 고백은 *
" 안녕. "
" 아, 네. 선배 일찍 오셨네요. "
" 어, 그냥. "
아오, 씨 어색해 죽겠네.
간만에 동아리실에 일찍 왔더니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고 진기선배 혼자 핸드폰만 만지고 있더라.
가뜩이나 지난 밤 술김에 고백했던 것 때문에 얼굴 보기도 민망해 죽겠는데
어쩜 저렇게 태연한지. 내겐 신경도 안 쓰는 저 태도에 나만 불편하고 나만 애가 탄다.
근처에 가기 민망해 그냥 손만 매만지며 문 옆에 서있으니 빤히 나를 바라본다.
꼭 입을 열 것처럼 하더니 다시 입을 꾹 다물고 핸드폰만 바라본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게 나를 신경쓰면서 짜증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아오, 망했나 진짜로.
" 후배, 다리 안 아파? "
" 아, 네? 네. 저 괜찮은, "
" 앉아, 구두 신었잖아. "
" ...아, 네. 그럼 앉을게요. "
대답은 네로 시작해서 네로 끝나고.
앉으라고 본인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는 선배의 손길을 애써 무시하며
소파 끝에 겨우 엉덩이만 걸쳤더니
선배가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더니 핸드폰을 또 뚫어져라 바라본다.
윽, 언제 이 어색함이 풀릴까.
" 후배. "
" 네, 왜 부르세요? "
" 손 좀. "
" ...네? 아, 네.. "
되묻다 눈을 바라보며 반항 없이 오른 손을 내밀었다.
선배는 그 손을 바라보다 무심한 듯이 살짝 잡더니,
예고없이 본인 쪽으로 휙.
어느새 가까워진 얼굴과 몸에 당황스럽기도 잠시,
선배가 평소 보이지 않던 순한 웃음을 보이며 웃었다.
어, 나한테... 웃었네?
" 자꾸 불편해하지. "
" 아, 그, 그게.. "
" 나 안 보고 살 거야? "
" 아니, 충분히 지금도 잘 보고 있는, "
" 연애 안 할 거야? "
" ...네? "
" 대답도 안 듣고 혼자서 울면서 가면, 내가 뭐가 돼. "
무슨 전개, 무슨 스토리. 당황스러움을 표정에 다 띄우곤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평소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살짝 넘겨준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 좋아해, 나도. "
" .... "
" 말하려고 했는데 가버려서 얼마나 당황했는데. "
" ...어, 그니까.. "
" 고백은 후배가 먼저 했으니까 사귀자는 말은 내가 할게. "
" .... "
" 연애할까, 우리? "
순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내가 어떻게 거부를 해요.
미칠 것 같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이자 내 코 끝을 손가락으로 톡 치곤 웃는다.
" 그럼, 앞으로 술 마실 때는 오빠 데리고 가, 애인. "
" 아, 어, 네.. "
얼떨떨한 감정이 컸지만 설렘은 그것보다 더 컸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냥 행복했고 좋았다.
제발 이게 꿈이 아니길.
내 앞에 있는 이진기가 꿈 속의 남자가 아니길.
나는 날 바라보며 웃는 선배에게 환하게 웃어보였다.
내가 많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