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목에서 좋은 냄새 난다. 떨어지라고? 왜애-. 싫어. 아. 전에는 형 배 말랑말랑해서 진짜 좋았는데 요새는 판판해서 또 좋네. 응? 무슨 말이냐고? 뭐겠어, 그냥 형이 좋단거지. * 스킨쉽이 늘었다. 뒤에서 끌어안거나, 목을 간질이거나 하는건 그냥 평소에도 자주 했었으니, 그렇다고 치지만. 근데 아니, 상식적으로 카메라 안돌아갈 때 마다 같은 남자인데 막 뽀뽀하고, 막 귀엽다 그러고…그게 정상이야? 근데 또 짜증나는건 난 왜 설레냐고. "켄 형, 진짜, 아, 귀여워." 잔뜩 눌린 발음으로 '켄 형', 하는데 듣자하면 '케 녕'에 가깝지만 원식이 특유의 웃음 소리랑 어울리는 내 이름이 어떻게나 사랑스러운지 얼굴이 화닥닥 거렸다. 장난해? 부르지마. 반칙이잖아. 괜히 손을 툭툭 쳐내고 아랫입술을 내밀고 있으니, 눈을 동그랗게 뜬 원식이는 삐쳤어? 하고 시선을 맞춰온다. "아, 하지마." "이 형이 뭐래. 여기 내 작업실이잖아. 싫으면 나가던가." 장난끼 잔뜩 섞인 구박이, 평소라면 배로 되받아칠 단순한 말이었는데도 왜 그렇게 서러운건지.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콧물이 훌쩍여진다. '감기예요?' 하고 돌아보는 원식이가 내 눈물을 보고 당황하며 다가오면, '에잇, 씨.'하고 팽, 밀어버리면서도 세게 안아오는 그 몸뚱아리를 결국 내치지못했다. "왜요, 왜 울어요. 응? 뭐 화난거 있어요?" 옆에 쭈그려앉아 나를 꼭 안아주고,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는게 꼭 어린 동생 달래려는 형아 같아서 빈정이 상했다. 분명이 내가 더 형인데 내가 더 좋아하고, 자긴 내가 자기 좋아하는 줄도 모를텐데, 괜히 혼자 맘 앓이 하고. "됐어. 너랑 안놀거야." 툭 내뱉고 보니, 또 너무 어린 말이라서 귀가 뜨거워진다. 원식이가 웃는데, 귀에 닿아있는 가슴에 울리는 낮은 목소리가 괜히 또 심장을 콩딱콩딱하게 만드는게 못내 북받쳐올라, 또 한번 코를 훌쩍인다. "내가 형한테 뭐 잘못했어요? 말해봐, 응?" "씨이…, 넌 맨날 나 형이라고 하면서, 형 취급도 안해주고. 맨날 나보고 귀엽다 그러고. 손도 안잡아주면서, 스킨쉽은 겁나 해대고, 또 나 돼지라고 놀리고…." 아, 이게 무슨 배부른 헛소리야. 팬 여러분, 미안해요. 내가 여러분들의 로망을 다 받고 있으면서 투덜거리기만 하네요. 이재환 인생 23년 동안 이렇게 벨도 없이 찡얼거려본게 얼마만인지. 원식이도 듣기에 기가 찼는지, 살짝 허, 하는 한숨을 내쉰다. "…씨, 맨날, 나만 지 좋아하고. 지는 나 좋아하는 줄도 모르면서……." 안들리겠지, 하는 마음에 툭 던진 말인데 날 안고있던 원식이의 팔이 움찔 떨린다. 올려다보면, 또 날 내려다보고있다. 눈이 마주치고 시선이 얽히고, "어쩌겠어, 먼저 좋아한 사람이 진거지." 하소연 하듯 말한 후 일어서려하면 원식이는 내 어깨를 꽉 안고 급작스럽게 입술을 부딪혀온다. 놀라서 눈을 확 감아버리면 더욱 강한 힘으로 내 뒷머리를 누른 원식이는, 생각보다 차갑고, 달큰하지도 않아서 소설에서나 보던 '그의 뜨겁고 부드러운 혀는 내 입안을 희롱하며 성감대를 자극했다.' 따위의 묘사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저 노골적으로 다가온 혀는 감추는 것 없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또 빨아당기고, 간질였다.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적도 없다던 김원식은 허리 아래가 뻐근하게 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키스를 잘했다. "…먼저 좋아한 사람이 진거라고?" 입술 사이로 틈이 벌어지자 으르렁거리는 짐승같은 원식이의 목소리가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늘어뜨린 원식이는 내 어깨를 눌러, 바닥으로 눕히며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내가 진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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