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 뭐해요? 형. 시간있어요? 형. 나랑 잠깐 만날래요? 끈덕지게 달라붙어 이런저런 수작을 거는 놈을 어떻게 해야할까. 다른 년들이 붙으면 귀찮아서라도 억지로 떼어내지만 이 앙큼한 녀석은 옆에 있으면 귀엽고, 또...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으니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작업멘트를 걸어도 그냥저냥. 동네 똥강아지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다리를 잡거나 애교를 부리는 모냥과 똑같았다. 그렇게 먹을 것을 주고 애교도 받아주며 있으니 이제는 또 학교가 아닌 밖에서 둘이 만나자고 한다. 이걸 어찌할까-라고 고민하다가. ㅠㅠㅠ씹어요 형? 이라고 말하는 애에게 단호하게 싫어. 라고 보낼수는 없어서 다른 약속 있어. 라고 돌려말했다. 그에 바로 누구랑요? 하고 물어보는 너의 말에. 어디서 튀어나왔는 마음인지 모르겠다만 골려주고 싶어서 그만 애인이라고 보내버렸다. 항상 일분안에 답했던 너인데. 2분, 5분, 10분이 되어도 오질 않는 너에게 미안함 마음과 이 놈이 정말..?하는 마음이 섞여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 소리가 들리고, 전화는 연결되었는데 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가 이상하여. 영재야-? 듣고있니? 라고 말하니. 또 네.. 라고 말해주는 너의 모습이 상상되어 자꾸만 웃음이 실실 나오고 표정관리가 안돼자 아 정말 새삼 무엇인가 느껴오기 시작한다. "형, 정말로.. 애인있어요?" 떨리며 말하는 너의 목소리에 혹시나 우는가 싶어서 바로 표정이 굳혀지긴 했지만, 이놈이 정말 그렇구나 하는 확신에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어. 지금 만날라고" "..." "그래서 말인데, 영재야. 지금 만날래?" 곧이어서 이쁘게 하고 와. 라는 일방적인 통보와 그와 함께 들리는 그 놈의 헐이라는 목소리. 원래 이럴게 아니였는데 이 놈 앞에선 나도 어쩔수가 없다. 빨리 보고싶다. 울어서 눈가가 빨개진채로 나오면 놀려줘야지. 어릴때 나를 잘따르던 동네 똥강아지 한명을 집에 데려와서 키우고, 사랑을 해준 적이 있었다. 또 내가 사랑을 해줄 강아지가 더 생긴 것일까? 2. 아무 말 없이 차가운 공기가 맴돈지 삼십분. 오랜만에 만나는 너와 나, 이지만 서로에게 잘 지냈냐- 라는 소리 없이 카페에 와서 평소에 먹던 것을 주문하고, 평소에 같이 앉았던 곳에 평소처럼 앉아 기다리고. 평소와 같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평소와 같은 우리의 모습에 너와 나는 익숙해지고, 질려버린 것일까. "영재야." 다정하게 부르지 말아요. "잘지냈니" 아니요 전혀. 당신이 그녀와 있는 걸 보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나한테 오지 않은 걸 보고, 그럼에도 내가 잘못본거라 믿은 내 모습을 보고 깨달으며. 어떻게 잘지낼수 있겠어요. "..하" 한숨 쉬지 말아요. 우리가 전할 수 있는 말은 더 많잖아요? "미안하다. 너는 참 좋은 애인데.." 그런 말 말고. 그냥 차라리 바빠서 연락을 자주 못했다고 해줘요. "그냥 내가 너무 나쁘고 못됬어. 미안해." 당신은 나빠요. 그래도 나한테 잘해줄 시간이 있잖아요. 내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기회를 주잖아요. "그만 만나자." 근데 왜 잡질 않아요? "그동안 고마웠어. 좋은 사람 만나라" 당신은 참, 나빠요. "…형도. 잘 지내세요. 고마웠어요" 잘가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에 후회가 없게끔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그 시간들에 서로를 너무 많이 알아 서로의 평소가 되었을테지만, 그래도 평소의 모습에서 빠져나오도록 노력할게요. 세심하게 챙겨준 모습들이 기억이 날지도 모르고, 같이 걸은 곳을 혼자 걸을 때마다 같이 있을 때 주문하던 커피를 혼자 마실 때마다 조금씩 젖어드는 외로움과 슬픔에 눈물이 차오를 수도 있지만. 억지로 이어지는 연은 나만 힘들꺼라는 걸 알기에, 그대를 보내드립니다. 사랑했어요. 재범이형 3. "최영재씨, 2014 하반기 회사 경제전망 연구 서류 오늘까지 제출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아, 네. 지금 마무리 하고 있는데요.." "지금 마무리해서 어쩌겠다는 거죠? 최영재씨가 한번에 서류 통과될 일도 없지 않습니까," 압박과 함께 은근한 디스를 내보이는 임재범 팀장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네네, 빨리하고 보내드리겠습니다.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속으로만 나쁜놈, 나쁜자식, 저 새끼는 꼭 나한테만 저래. 라고 말하며 팀장을 잘근잘근 씹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기는 평범한 사원이고 팀장은 상사인데. 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마무리된 서류를 정리하고 팀장실 앞에 서서 문을 똑똑 두드렸다. 곧이어 들어오세요-하는 낮고 매력있는 목소리가 들리고는,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팀장이 보인다. 작업에 열중 하는 모습은 멋있다만 지금은 너무 밉기만 하다. "서류 승인 받으러 왔습니다." "여기 올려놓고 잠시만 기다려줘요." "네" 하라는 대로 올리고 팀장이 서류를 꼼꼼히 훑어보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릴 때, 목소리가 툭 튀어나온다. "집에 갈때 같이 가요. 혼자 먼저 가지말고" "..싫은데요. 먼저 집에 가있겠습니다." "그러지말고. 야근 시키려는 것도 안해줬는데. 이럴꺼예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퇴근하는 길에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갈까요? 며칠전에 영화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내 대답에 실실 웃으며 특유의 눈웃음을 날리는 채로 대답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차마 나 삐졌다고, 너 보기 싫다고 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내가 졌다-라는 심정으로 빨개진 얼굴을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봤자 빨개진 귀는 가릴 수 없단걸 알면서도. "..알겠어요. 맛있는거 사주셔야 되요." 그 말에 아이같은 웃음을 짓는 그를, 팀장이라는 내 애인을 보며 같이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작업을 거는 모습은 굉장히 멋있었으니까. - 시험기간인데 뭐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근데 니네가 너무 이쁘자나...ㅜㅜ... 공부나 해야지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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