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sangsang에 대한 필명 검색 결과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sangsang 전체글ll조회 1200l 1

 

 

[EXO/찬열경수] 망향 04

 

[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

 

"지금 넌 그걸 원하는거야?"

 

병신같게도 찬열의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전생에선 완벽하게 외로웠던 나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전처럼 그냥 죽기엔 미련이 남았다. 바로 너 때문에. 나에겐 이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어쩌면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혼자가 아니게 해주는 당신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은 나 혼자 생각했다. 그가 이런 내 생각을 이미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날 알아준다면, 자신이 전적으로 필요한 날 이렇게라도 알아준다면 그가 날 떠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 그의 품속에서 내 울음소리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내가 진정이 좀 된 것같자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나를 들어올리더니 자기 어깨에 날 가뿐하게 걸쳐 올린다. 순간 느껴지는 민망함에 눈물,콧물 범벅인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뭐야.내려.'하며 등을 세게 치는데도 허허 웃으며 말한다.

 

"다 울었으면 이제 집에 가야지.늦었잖아."

 

.

 

찬열이 밝은 빛을 순식간에 내는 동안 금세 집 앞 골목길에 도착해있다. 아, 처음에 그곳에 갈때도 그냥 이렇게 순간이동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할걸,하는 괜한 생각도 들만큼 허무함이 쏟아지듯 밀려왔다. 아무 말없이 찬열의 어깨 위에서 내려와, 터덜터덜 어제 아줌마와 함께 왔던 그 집 대문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 녹슨 쇠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줌마가 계시겠지? 아까 울어 부은 눈을 벅벅 손등으로 비비며 문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아까까지만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던 찬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항상 저렇게 말없이 사라진다.

 

한숨을 한번 옅게 쉬고나서 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쇳소리가 귀에 따갑게 와 박혔다. 아줌마와 함께 하교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아줌마가 집에 계신지, 집안 불은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다.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가 현관까지 난다. 어느새 하늘은 쪽빛으로 물들고 잔잔한 저녁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살아있다.

 

 

[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

 

 

"재수없어. 악마같은 년."

 

오늘, 그러니까 오늘이 무슨 날이냐면 내가 이 학교를 다닌지 4일째 되는 날인데, 지금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처음보는 여자애들에게 욕을 먹었다. 이 학교에서 대놓고 욕을 먹은건 처음이였다. 당장 반에 달려가 다이어리에 표시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뭐 그렇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던가 하는건 전혀 아니었다. 그저 신기했을뿐. 이 정도 욕은 예전 학교에서 먹던 쓰레기같던 욕의 새발의 피였으니까, 그냥 귀여운 정도였다. 손을 씻고 있는 내 바로 뒤에 서서 아니꼬운 표정으로 날 위아래로 훑는 여자애들 두명을 보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좀 유치하다 너네.

 

"웃겨? 허 웃긴가보지?"

"..아..."

"아파? 근데 이걸 어째, 여긴 도경수도 오세훈도 없는데."

 

그 둘 중 단발머리를 한 애 한명이 빠르게 내 머리카락을 확 움켜쥔다. 급작스럽게 잡는 바람에 '아,'하는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간헐적으로 두피에서 오는 찌릿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화장실 저 끝에 찬열이 두 팔을 팔짱끼고 무표정하게 서있는게 내 두 눈에 비친다. 언제 나타난 건지 모르는 그의 앞에서 망가진 내 모습을 보인다는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를 으득 갈며 일부러 고개를 팍 돌려 찬열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까까지 위풍당당하게 자기들을 비웃던 내가 자기 친구의 손에 쩔쩔매고 있는 꼴을 보며 즐거워하는 듯하던 다른 여자애가 '오세훈'이라는 낯선 이름을 꺼냈다.

 

"....오세훈?"

"여기 너 도와줄 사람없다고.미친년아."

 

걔는 또 누구야. 오세훈? 의문에 답을 얻기도 전 단발머리는 '미친년아'라는 말을 끝으로 날 바닥에 패대기 친다. 전부터 항상 익숙했던 괴롭힘이라 딱히 뭐 보복해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쟤네도 내가 재수없다는 이유말곤 괴롭힐 일이 없던 애들이었다. 그 둘은 내 발밑에 침을 퉤 뱉고 '진짜 재수없어.','싸가지없는 건 똑같네.' 지들끼리 뭐라뭐라 떠들며 화장실을 나갔다. 익숙한 괴롭힘이지만, 이유없이 맞았다는 사실에 속상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일거다. 그렇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속상한 티를 안낼수는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두번째 삶을 사는 내가 전생과 똑같이 이렇게 사는게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진다. 어찌 되었든간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아까 애들이 대걸레를 빨았던 것지 구정물로 범벅이었던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교복에 더러운 물이 옮겨묻어있다. 아,하며 휴지를 찾느라 무심코 아까 찬열이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찬열은 사라지고 없다.

별수없이 젖은 치마를 쭉 짜낸 후, 화장실에서 나와 반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옆 분단에서 항상 그래왔듯, 도경수가 날 빤히 쳐다본다. 이제 별로 신경도 안쓰이네. 필통을 소리나게 찍 여는데 도경수가 일어나 내 자리 앞에 와 선다. '누가 그랬어.', 차분한 도경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때 방과후, 미안하다고 하며 내 품에 안겨서 운뒤로 내게 말도 안 걸고 그냥 쳐다만 보기만해서 이제 나한테 말 안걸려나보다 했는데 학교온 날 이후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내가 바라본 도경수는 여태껏 보지못한 화난 얼굴이었다. '머리는 또 왜 이래.'하며 산발이 된 머리를 자기의 손으로 조심스레 정리해준다. 아까 거울보면서 머리가라앉힌다고 가라앉힌건데 도경수 눈에는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다 알아챌 수 있나보다. 멍하니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가 날 이렇게 선뜻 도와줄것처럼 신경써주는건 처음이였다. 도경수의 도톰한 입술사이에서 '누구냐니깐.'하는 한숨섞인 목소리가 다시금 들린다. 아, 이런 말을 하면 대답해줘야하는건가..? 어려웠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

 

"..난 괜찮아."

"...."

"신경써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웠다. 내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아까까지만해도 무표정했던 내가 입에 은근한 미소를 대롱대롱 매달고 고맙다는 말을 하자 반에 있던 애들이 일제히 하던 것을 멈추고 나와 도경수를 쳐다본다. 내가 무슨 잘못말했나.., 애들이 '쟤 도경수한테 고맙다고 한거야?','뭐야?' 하는 소리가 간간히 귓가에 들려온다.

분명 아이들이 쑥덕대는 걸 들었을텐데도, 도경수는 커다란 눈으로 날 쳐다보기만 한다. 알 수 없는 눈이었다. 곧 아무 말없이 내 손목을 잡고 날 일으켜 함께 반을 빠져나간다. 도경수에게 어처구니 없이 잡혀 끌려나가다, 윗층 복도 끝까지 와서야 내 손을 놓는 도경수였다. 과학실 앞이였다. 아이들 교실이 있는 층이 아니라 한산했다. 아픈 손목을 매만지고 있는 날 진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이야기 한다.

 

"이제부터 애들하는 소리 듣지마."

"뭐?"

"그거 다 개소리니까. 믿지말라고. 너가 이 학교에서 믿을 건 나밖에 없어."

"그게 무슨.."

"내 말 들어.예전이나 지금이나 너한테는 나밖에 없을거라고."

"....."

"지켜줄께.믿어줘."

 

도경수를 믿어야할지 믿지 말아야할지, 이 시점에서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켜주겠다고하는 그의 말에 '응'이라고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말하면서 도경수가 잡았던 내 손을 슬쩍 뒤로 빼내었다. '고맙긴한데...' 라고 말하는 순간, 아랫쪽에서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놀란 마음에 경수를 뒤로하고 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보았다. 도경수도 놀란 건지 안그래도 큰눈을 더 크게 뜬채 내 옆에 서서 함께 뛴다. 소리는 아래에서 들렸다. 복도 창문을 열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비명을 질러대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떤 학생이 자살시도를 한 듯 목이 꺾인채 깨진 머리에선 피가 흥건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잠깐 본것임에도 그 광경은 참혹하리만치 잔인했다. 도경수가 내 두 눈을 자기 손으로 가려주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잔상에 몸전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나도, 내 몸도 저랬을까. 5층에서 떨어졌는데도 저렇게 참혹한데, 25층에서 떨어졌던 내 몸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을게 뻔했다. 무서웠다. 징그러웠다.

그런데 아이들이 한번 더 소리를 지른다. 아까보다 더한 비명이었다. 경수 손가락 사이로 본 광경은, 두번째 학생이 자살을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친구의 바로 옆에 떨어져 똑같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말도 안돼. 몇몇 아이들이 옆에서 구역질을 하고 있었고 엉엉 우는 아이들과 급히 1층에 내려와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는 선생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여전히 경수가 내 눈을 가리며, '저런거 보지마.'하며 날 반으로 이끌려 했지만,나는 그런 경수의 손을 치워 떼어내야만했다. 차례로 학교 옥상에서 떨어진 두 아이들이, 아까 날 괴롭히던 그 아이들인것 같아서. 단발머리,곱슬머리... 아까보다 몸이 심하게 떨려온다. 전에 찬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널 죽게 할 수도 있어.',아까 날 괴롭히던 아이들이 나가자 함께 조용히 사라졌던 찬열이가 떠올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하던걸, 경수가 붙잡아줘 간신히 버티고 있다. 눈물이 주륵주륵 났다. 찬열이 그랬을리 없다. 좀 눈치없긴해도 찬열이는 착하니까, 그랬을리 없다. 병원에서 화목해보이는 가족들을 부러운듯 바라보던 찬열이 눈에 스치듯 지나간다. 현실을 부정하듯 혼자 도리질을 치며 우는 날 경수가 자기 품에 안고 토닥여준다. '왜 그래, 왜 이렇게 떨어 여주야.'

 

 

[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

 

 

학교가 끝난 뒤 찬열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 발빠르게 가방을 챙겨 반을 빠져나갔다. 학교에는 사고를 수사하러온 경찰들이 많이 와있다. 괜히 침을 꼴깍 삼키며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 운동장을 통해 나가는데 어디서 본듯한 고급세단이 운동장 한켠에 세워져있다. 퇴원하고 탔던 차였다. 저번에 보았던 익숙한 얼굴을 한 검은 양복 아저씨들이 날 본건지 차안에서 나와 내게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에 나 역시 얼떨결에 함께 인사했다. 그리고 내 뒤에다 대고 한번 더 90도로 인사를 한다. 이상한 눈으로 아저씨들을 쳐다봤다가 뒤를 돌아보니 도경수가 있었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그렇다는 걸 알게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퇴원하고 난 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날 다치게했던 도경수란 애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탄 차가 도경수의 차였다니. 게다가 아줌마도 도경수의 차인걸 알면서도, 밉다면서도 결국 도경수의 차를 탔다는게 웃겼다. 이게 무슨 코메디람.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비소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경수는 내 어깨를 한손으로 감싸며 아저씨들께 말한다.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얘가 오늘 많이 울어서 몸이 안좋아요. 같이 태워서 가죠."

 

.

 

"도경수."

"왜?"

"여기 우리집 가는 쪽 아닌데?"

"응."

 

응이라니.참 간단하게도 대답한다. 몇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지금, 도경수와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직감한 나는 갖은 인상을 다 찌푸리며 아저씨에게 직접 말했다. '아저씨.우리집으로 가주세요.'.. '아뇨.우리집으로 가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저렇게 말하는 도경수가 어처구니 없었다.장난하나, 빨리 안가면 아줌마가 걱정하실텐데..어제도 늦게 들어가서 걱정많이 하신 것 같던데.

 

"나 장난하는거 아냐. 빨리 집에 보내줘. 엄마 걱정하신다고."

"나도 장난하는거 아냐. 어머님께 따로 연락드리고 허락도 맡았어."

"..허어...그럼 내 허락은?"

"어차피 내일 토요일이잖아. 우리집에서 좀 쉬고 가."

 

창밖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저렇게 말하는 도경수의 동그란 뒷통수를 따갑게 노려보았다. 찬열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도경수네 엄마가 살인을 시켜 이 몸을 죽이려했다고, 뭐 실패해서 혼수상태가 되긴 했지만.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좀 무서웠다. 도경수네 엄마가 날 또 죽이려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죽이려고 칼이나 총으로 막 어떻게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도경수네 집에 간다는 사실은 호랑이 굴에 내 발로 찾아 들어가는 꼴 아닌가 걱정스럽다가도.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냥 걱정을 확놔버렸다. 뭐 당장이라도 죽이겠어 뭘하겠어. 그리고 또 도경수가 아까 과학실 앞에서 진지하게 믿으라했으니까, 믿는 수 밖에...처음에 학교에서 만났을 때 내가 기억 안난다는 걸 아니까, 자기 이름을 자상하게 말해주고, 미안하다고 내 품에서 애처럼 울기도 하고, 또 말하거나 행동하는거 보면 아주 나쁜놈은 아닌 것 같아서. 아까 애들 두명 자살소동났을때 내 눈을 가려주던 다정함과 자상함이 어딘가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지금 내 마음 속에서 처음 도경수를 조심해야겠다던 그 다짐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또 찬열때문에 머리아프기도 하니까. 경수에게 조금은 기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얘도 찬열이만큼 날 생각해주는 것 같으니까.

 

 

[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

 

 

도경수의 집은 내가 생각했던 집이 아니였다. 우려했던 도경수의 엄마나 아빠, 형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집이라기 보단 자취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을것같았다. 그렇다고, 자취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다랗고 좋은 곳이었다. 아줌마와 내가 사는 집보다 아니,예전에 엄마,아빠,나 세 식구가 살던 집보다 훨배 컸으니까. 드라마에서 볼법한 타워에서 도경수는 혼자 지내는 듯 했다. 가방을 어깨에 들쳐매고 촌뜨기처럼 입을 헤에벌리고 집안 곳곳을 보고 있던 나를 발견한건지 픽 웃는게 보인다.

 

"좋지.나 따라오길 잘했지."

"..뭐 괜찮네."

"씻고 좀 쉬어. 너 지금 안색이 많이 안좋아."

"....."

"배는 안고파?"

 

배는 안고파? 다정하게 말하며 거실 쇼파에 앉아 잠궜던 하복 상의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버렸다. 안에 흰티를 입은 것 같긴한데,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있기는 민망했기 때문이다. 도경수는 날 신경 안쓰는거같은데 괜한 긴장감에 이마에 식은 땀이 나 손부채질을 했다. 아까 '씻고' 좀 쉬어.하는 말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했다면 나만 썩은 걸까... 도경수가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갔다. 방이 여러개인데, 다는 안쓸 거 같은데도 신기하게 가구는 다 채워져있었다. 보통 안쓰는 방은 창고나 그런걸로 두기 마련인데, 이 방의 침대와 가구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방에 딸려있는 화장실로 가서 가볍게 씻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니 도경수도 그새 씻은 듯 머리위에 수건을 올려두고 티비를 보고 있다. 뭐야 재미없게, 다큐멘터리 보네. 말없이 도경수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온 걸 안건지 날 쳐다보며 싱긋 웃는 경수.

 

"예쁘다."

"....."

"예뻐."

 

.

 

내가 배고프다고 하니 밖에 나가서 초밥을 같이 사먹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아이스크림까지 물고 도경수네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영화를 보자는 도경수에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세상 연예인들도 다 처음보는 사람들이라 도통 적응이 안됐다. 영화가 지루해질 무렵, 옆에서 보니 도경수도 좀 졸린 듯 눈이 풀려있었고, 나도 영화를 보는둥 마는둥하다 오늘 자살한 그 여자애들이 흘려말하듯 했던 '오세훈'이 떠올라 경수에게 물었다.

 

"있잖아."

"어?"

"너 오세훈이라고 알아?"

"...글쎄, 잘모르겠는데."

 

내 물음에 한참동안 말이 없던 경수가 잘 모르겠다며 여전히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긋나긋 말한다. 그에 입을 꾹 닫고 다시 티비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세훈은 누굴까, 우리 학교인거 같았는데.

 

 

[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EXO/찬열경수] 망향 04 | 인스티즈

 

 

영화를 보다 잠들었나 보다, 경수도 나도, 아직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소파에 사이 좋게 앉아 어깨에 기대어 서로 잠든 꼴이란.깊게 잠든 건지 내가 머리를 빼는데도 여전히 쿨쿨 자고 있는 도경수를 스크린에서 옅게 뿜어져 나오는 빛에 의존한채 소파에 제대로 눕히고 도경수 방에서 얇은 이불을 끌어와 덮어줬다. 스크린을 끄고, 아까 영화보며 먹었던 과자를 대충 치우고 나서야 내 방에 들어갔다. 불을 키지 않고 조용히 침대로 걸어가 누우려는데 침대위에 뭔가 볼록 솟아나 있다. 사람형체였다.

 

"...찬열이예요..?"

"....."

 

대답이 없었다. 대신 이불 속에서 따뜻하고 큰 손이 불쑥 튀어 나와 내 손을 꼭 잡은채 안으로 끌어당긴다. 찬열이 맞았다. 날 품에 안고 장난스럽게 '자장자장'하며 낮은 목소리를 내는 찬열 때문에 아까 그 자살소동이 생각나 울컥 눈물이 나왔다. 너 아니지.. 너가 그런거 아니지.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데 그럴리 없잖아. 한참을 품에 안겨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데, 내가 우니 말없이 날 안고만 있던 찬열이 입을 연다.

 

"내가 그런 거 맞아."

"거짓말 하지마요.."

"너 괴롭혔잖아. 나 이제 가만히 안있어."

"그러면 안돼요....그러지 마요..이제 다시는 그러지마요..."

 

그 말을 뚝뚝 끊어 말하다, 품에 안겨 엉엉 울어댔다. 찬열에게서 알겠다는,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찬열에게 꽉 끌어안겨진채 목놓아 울어대었다. 밉다고, 그러면 정말 미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말은 하지 않아도 찬열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게끔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한참을 울다 지쳐 목이 멘 상태로 찬열에게 말을 건넸다.

 

"있죠. 난 그 쪽이 좋아요."

"나도 너 좋아. 계속 지켜주고 싶어."

"...이렇게 나쁜 짓을 했는데도, 그래도 당신이 좋아요."

"...."

"떠나지마요."

 

내게 찬열은 그랬다. 갑자기 찾아온 사람일수록, 갑자기 가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사람. 떠난다는 말도 않고 바람처럼 가버릴까봐 무서웠다. 오늘 그가 처음으로 무섭다고, 두렵다고 느끼면서도, 보고싶었던 이유는 추잡한 살인 안에 품었던 그의 고결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떠나지말라는 내 말에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어 머리를 받치고 여주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얇게 흩날리는 하얀 커튼 사이로 비치는 달빛에 찬열과 여주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그리고 여주가 있는 문 앞에 서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소리를 듣고 있던 경수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독자1
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우와 제가 첫댓이예요?
10년 전
독자3
ㅠㅠㅠ이런장르너무신선해서조항여....사랑해여앞으로도쭉수고해주세여그대!!!!
10년 전
독자4
헐레몬사탕입니다 경수애....경듀야....아련하다.......요정이니까 징어한테만 보이지않아요? 경수한테봉이는줄몰랐어...
10년 전
독자5
찬열이잔인해....근데좋다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찬열아...ㅜㅜ경수한테도 보이는지 몰랐네요 경수가 어떻게할까요..?ㅜㅜ
10년 전
독자7
허류....헐헐...경수한테 들켰어ㅠㅜㅜㅜㅜ아 근데 어쩌면 도경수는 이미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다른 사람인걸 눈치채지않았을까요..조금만 변해도 눈치챈다했으니까ㅜㅜㅜㅜㅜㅜㅠㅜ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요ㅜㅜㅜㅜ
10년 전
독자8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마 찬열이가 경수한테보이는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경수도 찬열이 볼 수 있는건가요ㅜㅜㅜㅜㅠ? 이런전개ㅜㅜㅜㅜ아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10
헐 뭐지ㅠㅜㅠㅠㅠㅠㅠㅠ도경수 너 뭐야...? 너....누구야....???아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1
경수가 보이나요?? 찬열이도??
10년 전
독자12
아니 뭐래 경수도 찬열이가 보이나요?? 데헷
10년 전
독자13
잉? 머지 찬열이랑 경수가 음? 먼가잇눈건가 요정인데 와 겅수한테 보이는거지!??!
10년 전
독자14
엥...? 경수도 볼 수 있나요....? 찬열이를...? 못보는줄..... 그럼 학교에서는...? 뭐지
10년 전
비회원234.204
엥 서로볼수잇는건가여..어어..?
10년 전
독자15
헐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 경수가 들었어ㅠㅠㅠㅠㅠ 어떻게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어ㅓ어 다음편이 시급해여ㅕ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6
잉? 경수한테 보여요??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7
찬열이도 여주를 좋아하네요.. 놀랐다는.. ㅠ ㅠ
그리고 경수도 뭔가 알고 있는거에요??
세훈이를 모를리가 없을텐데.. 왜 모른다고 했을까요..??
세후니도 평소 여주를 도와주는 이였다면.. 여주가 학교에 등원했을때 보러왔을텐데..
세훈이 나름의 무슨 사정이 또 있는거겠죠???
경수가 방에서 여주랑 찬열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아.. 이부분은 왠지 무섭네요.. ㅠ ㅠ
근데.. 찬열이가 하는 말을 경수도 듣을 수 있나요?? 여주가 하는 말만 들은건가??
경수도 마음이 아프겠어요.. 여주가 다른 사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찬열이가 요정세상에 다녀온 이유도 뭔가 있겠죠?? 궁금증 투성이입니다..
조금이라도 해결하러 가야겟죠?? 다음화로 ㄱㄱ

10년 전
독자18
헐ㅠㅠ반전....다음화보러갑니다ㅠㅠㅠ
10년 전
독자19
아 완전 대박이에요 경수는 찬열이가 보이는 건가요????아 정말 찬열이의 사랑방식이 무서우면서도 좋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2 11.25 01:33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713 sangs.. 07.23 03:49
엑소 [EXO/종인] 엑소고 훈남 실체;; (김종인편)31 sangs.. 07.09 02:12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515 sangs.. 07.08 23:45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420 sangs.. 07.05 23:10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317 sangs.. 07.05 17:17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222 sangs.. 07.05 00:20
엑소 [EXO/찬열경수] 망향 0123 sangs.. 07.03 23:49
엑소 [EXO/세훈] 공대훈남 下107 sangs.. 07.03 02:34
엑소 [EXO/세훈] 공대훈남 中111 sangs.. 07.01 21:10
엑소 [EXO/세훈] 공대훈남 上109 sangs.. 06.30 00:27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7 sangs.. 06.28 01:20
엑소 [EXO/민석] 지하철 훈남 上82 sangs.. 06.27 19:13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7 sangs.. 06.27 18:58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46 sangs.. 06.27 03:08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55 sangs.. 06.27 00:05
엑소 [EXO/경수] 1954 : 悲劇19 sangs.. 06.26 01:42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9 (부제:버스안에서)87 sangs.. 06.11 00:13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8 (부제:이름)87 sangs.. 06.06 03:56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7 (부제:진실의 엘레베이터)107 sangs.. 06.04 01:25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2 sangs.. 06.02 00:24
엑소 [EXO/오세훈] 우연29 sangs.. 06.01 21:09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여사친 EP26 (부제:떨림,그것은)108 sangs.. 05.29 03:05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여사친 EP25 (부제:resolver)83 sangs.. 05.26 02:36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여사친 EP24 (부제:너란 사람의 의미)118 sangs.. 05.24 14:37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3 (부제:사랑이란)127 sangs.. 05.23 01:23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2113 sangs.. 05.21 02:05
엑소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남사친 EP21 (부제:차마 그 말은 못해도)116 sangs.. 05.19 02:59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슬픈 왈츠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三쏟아지는 빗줄기 사이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담벼락에 붙어있는 등은 돌의 굴곡에 따라 따끔거렸고 치솟은 긴장과 흥분감에 숨..
thumbnail image
   기다림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四“ 야마구치 타카히로. ”식탁 위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던 세 남자 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의 부름에 앳된 얼굴의 청년이 고개를 들..
thumbnail image
  검은 새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二연. 외자도 아니고 말 그대로 성씨가 없는 이 이름의 사연을 알게 된 건 어린 나이였다. 쌍둥이인 태형과 투닥거리며 장난을 칠 정도의 나..
thumbnail image
  낭만의 시대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五정국은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도 자꾸만 아까의 상황이 그려졌다. 저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과 살랑이던 바람. 하천의 물결 위로 올라탄..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너의 그 빌어먹을 컬러링 때문이야.”우리는 조용히 타이 음식을 비운뒤 옆 카페로 자리를 이동했다. 묘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흘렀다.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나의 비밀을 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녀 또한 나의 비밀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thumbnail image
  검은 새 - 남혜승 및 박상희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경성블루스 一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피가 잔뜩 배어 너덜너덜해진 수의를 입고. 꽤 오랜 시간 곪은 듯한 얼굴 상처는 짐승이 뜯어 먹은 듯..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