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키스
타닥 타닥.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는 조용했다. 그저 누군가의 발소리만이 메아리쳐서 평소보다 크게 들릴 뿐이었다. 날이 밝기 전까진 절대 깨질 것 같지 않던 침묵은 날카로운 총성으로 깨지고 말았다. 어둠 저편에서 소음기가 부착된 총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발소리의 주인공은 걸음을 빨리했다. 곧이어 한 번 더 총소리가 들렸고, 멈출 것 같지 않았던 발걸음이 고장난 시계처럼 움직임을 멎었다. 골목길의 끝에 다다른 명수는 손에 쥔 권총을 장전했다.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자 익숙하게 양손으로 권총을 쥔 명수는 속으로 카운트를 시작했다.
셋
둘
하나
서로 다른 총이 서로에게 겨누어졌다. 총을 겨눈 상대는 명수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천재 킬러 Yeol. 먼저 클립에서 단 1초의 차이로 표적을 가로챘던 실력자이자 킬러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제대로 그어준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누구 하나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고 킬러계의 투톱이라 불리울 정도로 실력이 대등한지라 허점 따위는 없었다. 서로를 경계하며 총을 겨누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반대편 골목에서 희미하게 총성이 들렸다. 저쪽에서 지원이라도 나온 모양이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 Yeol의 오른쪽 어깨에 정확히 조준하고 눈 깜짝 할 새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마자 반대편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했는지 총알이 박히는 소리는 Yeol이 있던 자리에서 훨씬 먼 곳에서 들렸다.
"Yeol!"
멀리서 들렸던 발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왔음을 느꼈을 때 명수는 절망했다. Yeol을 외치는 목소리가 바로 자신이 Yeol과 대치했던 골목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이번 클립의 표적은 자신조차 처리하는데 애먹었던 거물급이었다. 상대편에서 그저 그런 클래스를 보냈을 리가 없는데다 Yeol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표적을 처리하느라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숨을 죽이고 오로지 단련된 청각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발소리만으로 상대의 위치를 어림짐작 하고 있을 때였다. 권총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카운트 다운을 막 마치는데 갑자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며 자신의 입술에 무언가 닿았음을 느꼈다.
"Yeol?"
"쉿"
자신의 입술에 닿은 것이 그 누구도 아닌 Yeol의 입술이라는 것을 눈치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물어볼 법도 하지만 명수는 곧 당황한 기색을 없애고 Yeol의 의도대로 침착하게 키스의 주도권을 빼앗아갔다. 혀와 혀가 얽히고 흥분이 고조되자 명수는 몸을 뒤집어 Yeol을 벽에 밀쳤고,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리드를 했다. Yeol 또한 주도권을 빼앗기자 당황한 기색도 잠시 명수의 목에 팔을 감고 키스에 더욱더 몰입했다. 인기척을 느끼고 명수가 있던 골목으로 온 사내는 맹렬히 키스를 하는 두 그림자가 자신이 찾고 있던 Yeol일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들을 지나쳤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하나는 다시 둘이 되었다.
"3:3 동점이야."
"남우현만 아니었어도."
발소리가 자신들과 완전히 멀어졌다고 생각하자 먼저 입을 연 명수의 말에 Yeol은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이 꽤 볼만한지 명수가 제 입술에 맺힌 타액을 혀로 핥으며 Yeol의 화를 부추겼다.
"분발하셔야겠어, 이성열씨."
안그래도 간발의 차로 선수를 빼앗긴게 분했던 것인지 남우현이라는 이름을 열심히 씹어대던 Yeol이 명수의 말에 고개를 들어 큰 눈으로 명수를 째려보았다. 그리곤 명수의 왼쪽 발을 가볍게 밟고 명수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시니컬하게 쏘아붙이고는 자신을 찾으러 갔던 사내가 간 방향으로 사라졌다.
"Shut the fuck up, Mr. L."
ㅡ
예전에 수열 커뮤니티에 썼던 조각글을 가져와봤어요
글잡에 인피니트 카테고리가 별로 없길래...ㅎㅎ
본문에 나온 클립이라는 단어는 사건을 의미하는 킬러들의 은어로
제가 만들어서 갖다 붙인 것입니다
별 의미 없어요ㅎㅎ
ㅡ.ㅡ♥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