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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암호닉분들 제 글을 보시긴 하나요...?ㅠㅠㅠ 아니, 저 바쁘시다는 걸 너무 잘 알고있지만 늘 오시는 분들만 오시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 괜히 뒤숭숭하네요.. 그리고 제 글은 구독료를 받지 않습니다! 구독료는 받지 않아요! 비회원분들도 보고 싶으시다면 보실 수 있어요! 아무래도 암호닉분들 중에 비회원 분들이 계셔서 구독료를 걸기가 조금 그렇죠? 그러니까 구독료 걱정은 하시지 마세요ㅎㅎ
조만간 메일링 할까 생각중이에요! 별거 없이 그냥 지금까지 썼던 단편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 ㅎㅎㅎㅎㅎㅎ섹피도 꾸준히 쓰고 있지만 힘들다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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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노인이 껄껄 웃으며 떠난 그 시각, 오 가(家)네 장남 세훈은 발이 닳도록 뛰어 당장 제집을 찾았지. 아랫사람이 와서 누군가가 와있다고 하길래 누군가, 하고 들어가 보니 옆집 박 가(家)네 외동아들 찬열이 세훈을 반갑게 맞아주었어.
"어디 갔다 오느라 이렇게 늦게 왔나?"
"그런 게 있어,"
"기방(妓房)에 놀러 가기로 한 거 잊은 건 아니고?"
그제야 알았다는 표정을 띄운 세훈의 한쪽 팔을 붙잡고 말을 준비시킨 찬열이 싱글벙글 웃었어. 기방에 놀러 가면 어여쁘게 차려입고 한껏 분을 입히고 치장한 여인들이 가득했거든. 찬열에게 이끌려 기방 내부까지 들어가게 된 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저랑 찬열만 있을 줄 알았던 방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거야. 방을 잘못 찾아왔나 싶어 찬열을 힐끗 쳐다본 세훈이 찬열의 말에 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지.
"내 친구들도 불렀으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뭐, 찬열의 뛰어난 사교성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세훈이 술잔만 기울이며 술을 먹는 둥 마는 둥 장난만 치자, 김 가(家)네 집 장남 준면이 세훈을 보고 웃었어. 제 동생이랑 나이가 같다고 들었습니다. ...예.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뭐라고 더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준면은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고 세훈은 계속 손장난만 쳤어. 그런데 갑자기 세훈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딱, 스쳐 지나가는 거야. 그래서 당장 준면에게 가 물었지.
"혹 동생이라는 분의 성함이 종인 되십니까?"
"어이구, 제 동생 놈이 큰 말썽이라도 부렸나 봅니다. 이름이 알려져 있다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럼 동생분 생일이 해오름달 열나흘입니까?"
"이런, 제 동생과 매우 친하신가 봅니다, 생일도 알고 계시고."
허허, 너털웃음을 지은 준면이 세훈에게 제집에 놀러 오지 않겠느냐며 넌지시 물어보자 세훈이 옳다구나 하고 덥석 알았다고 답했지.
술자리가 끝나고 끼리끼리 모여 또 다른 누군가의 집으로 향하려던 무리에서 슬쩍 빠져나와 발걸음을 옮긴 세훈이 혹여 준면을 놓칠까 눈도 깜빡이지 않고 준면의 뒤를 졸졸 따라갔어. 타고 왔던 말은 기방에 맡겨둔 채 나선 세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큰 대문에 눈을 크게 뜨고 놀라 준면을 쳐다봤지만, 준면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지으며 세훈을 집 안으로 안내할 뿐이었지. 겉보기와는 달리 소탈하기 그지없는 내부에 또 한 번 놀란 세훈에게 준면이 설명을 해줬어.
"저희 집안이 워낙 소박한 걸 좋아해서, 마음에 안 드신다면 큰 실례를 범한 것 아닌지..."
"아닙니다, 보기 좋은데요 뭘."
준면이 안내해준 길을 따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내의 모습이 보였어. 희고 고운 준면과는 달리 까만 남자였지. 하지만 마찬가지로 고왔어. 행색을 보니 은은한 빛이 감도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색이 꼭 자기 색인 것처럼 잘 어울렸지. 바로 김 가(家)네 막둥이 종인이었지. 형을 보러 나왔던 종인이 뒤에 있는 외간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냥 형의 손님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어. 하지만 세훈과 종인이 서로 친우(親友)인 줄 알고 있는 준면은 세훈에게 인사를 해 보이며 유유히 사라진 거 있지? 아마도 서책(書冊)을 읽으러 간 것 같아.
일단 무작정 찾아오긴 했는데 무슨 말을 꺼내야 될지 알겠어? 잘 모르지. 그냥 간단하게 통성명만 해 멀찍한 둘 사이로 때마침 샛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팔랑거리며 지나갔어. 가만히 나비를 바라보다가 저 멀리 점이 돼서야 눈을 뗀 세훈이 곱씹듯이 말했어. 꽃을 못 보고 지나가는 어리석은 나비인가 봅니다. ...예? 꽃이라니요... 제 앞에 꽃이 놓여있질 않습니까. 한참 후에야 그 뜻을 알아듣고 수줍게 웃어 보인 종인이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만지며 입술 끝을 살짝 들어 올렸어. 잔뜩 상기된 두 볼이 발갛게 피어올랐지. 그렇게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둘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져 있는 거야. 어색하다고 채 느끼기도 전에 거리가 훌쩍 가까워진 둘이 서로의 눈을 마주하자 피어오르는 수줍음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지둥하였지.
평소의 흰 피부와는 달리 붉은기가 감도는 혈색을 한 세훈이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 종인의 얼굴을 살짝 붙잡아 들어 올리며 입술을 조심스레 가져다 포갰어. 저를 밀치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욕설을 퍼부으면 어쩌나, 하고 눈도 못 뜨고 있는 세훈의 고민과는 달리 종인은 쿵쾅거리는 제 마음을 붙잡으며 눈을 살포시 감고 있었지. 슬쩍 눈을 떠 종인의 얼굴을 확인한 세훈이 입술을 포갠 채로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어 보이자 종인도 따라 입꼬리를 끌어올렸어. 마주 바라본 두 입술 사이로 보드라운 느낌이 싫은 것만도 아니라 둘은 그러고 한참을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