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벌어진 일은 가히 복을 받았다고 하기에 마땅한 일이었다. 꽃의 나라, 화국(華國)은,
이름 그대로 꽃 말고도 많은 것들이 잘 자라나는 곳이었다. 그러한ㅡ축복받은ㅡ자연적 조건 때문에,
강대국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리고 현재 들리는 소식으로는,
나는 그런 강대국의 왕과 혼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뭐 그런 소식이었다.
궁이야 원래 어린 여자 아이들처럼 허다한 소문이 바람 흩날리듯 돌아다니는 곳이었지만,
‘궁’이라는 장소에 걸맞지 않게, 궁 안의 소문은 어떠한 소문이든 불문을 가리지 않고,
하물며 부정 타는 소문도 차마 걸러내지 못하고 물이 물감에 번지듯 순식간에 번지고 만다.
가만히 한 곳에 동상처럼 멈춰 있는 나조차도 매일 자는 순간 빼고는,ㅡ아니 어쩌면 자는 순간까지도ㅡ
앉을 새도 없는 궁인들처럼 재빠르게는 아니지만, 그들보다는 조금 더 느리게 그 소문이 내 귀에 닿을 정도이니,
어쩌면 궁은 저 바깥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정 타는 곳은 아닐까 한다.
따지고 보면, 바깥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듣고, 아는 궁 안의 소식도 다 이 곳에서 제조되어 나르는 형식이니.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그것들은 종잡을 새도 없이 흩어져 버리고 만다.
어쩌면 내 사랑은 애달프고, 애달팠고, 애달플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 운명은, 이렇게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애달픔으로. 미칠 듯한, 그런 애달픔으로.
태민아, 너는 알고 있을까. 어쩌면 알고 있었던 거 인지도 모른다. 너와 나는, 처음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아니, 알고 있음에도, 우리가 거부하려고, 밀어내려고 애써 발버둥 쳤음을.
그리고 우리는 조금 있으면 말이야, 어쩔 수 없이, 그리고 겨우 인정하게 될지도 몰라.
너는 그 소문을, 믿고 있을까. 그래서 지금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서 그 말끔한 얼굴이, 조금은 먹구름으로 가득 찼을까. 절대로 흐려질 날이 없을 걸로 보였던,
네 얼굴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처럼 흐려졌을까. 먹구름이 가득하고,
너무나도 시린. 그것은 마치, 우리 둘 사이의 경계선과도 같았다.
멍하니 문 앞을 바라보던 내 눈앞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필시 문에 비춰진 그림자는 너이리라.
너는 하루도 내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 만남의 시작 선부터. 꽤 오랫동안 달려왔지, 너랑, 나.
“……공주님.”
“……”
“나 좀 들어갈게.”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그리던 네가 내 눈에 비춰졌다.
사실 나는 네 말에 조금 놀랐던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방에 들어오기 전에 들어가도 되나요? 라고 물어보던 너였는데.
그리고 나는 그런 네 젖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공주야.”
너도 알고 있구나.
쓰러지듯, 미끄러지듯 내 앞에 다가와 나를 힘없이 끌어안는 네 모습이 더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공주야.”
얄밉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내 심장은 엇박자로 뛴다.
“왜 공주일까, 우리 공주는.”
그리고 그런 네 말에 나는 힘없이 무너져버렸다. 누군가가 벼랑 끝에 몰린 나를 누군가가 툭, 하고 밀어버려 떨어지듯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우리 공주, 왜 공주마마일까.”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이대로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데,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항상 너는 일을 잘 하기로 유명했다. 뭐든 끊어버려야 할 일은 단 칼에 끊어버리고,
꼭 해야할 일은 어떻게든 해서 꼭 해내고 만다고. 그래서 다들 네가 대단하다고,
가히 공주 마마 옆에 있을………… 호위 무사로도 적합하다고, 그렇게 혀를 내두르고는 했다.
정말, 가히 공주 마마 옆에 있어도 될 만한 아이라고. 그럴 때면 아바마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렇게 꼭 붙여 놓는다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잘 어울린다고.
그리고 그 뒷 말은 듣지 말걸.
정말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을, 동무 같다는 그 말은, 듣지 말걸. 그러면서 그렇지 않느냐,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말걸.
그 뒤로, 내게 있어 네 존재는, 태민아, 네 존재는, 아픈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리 공주…… 왜 공주마마야………”
태민아 너는 왜, 내 호위 무사야.
“태민아.”
“……”
계속해서 불러도, 지치기는커녕, 아프지도 않을 이름아.
“태민아,”
계속해서 부르는 이름에 의해 뛰는 심장보다 더 아려오는, 내 마음아.
“태민아…….”
바라만 봐도 아픈 네 얼굴아.
더보기 안녕하세ㅕ요!!!!!! 분량을 어떻게 조절할 지 몰라서 엉성하게 끊어버렸네요... 하하하ㅏ 인티 글잡은 처음이라서... ☞☜ 굉장히 두근거려요 사실. 분량이 적당하다 생각되시는지 아닌지 말씀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글잡은 처음이라서, 포인트도 어떻게 할 지 고민 고민 하고 허둥대다가 올리는 지라 많이 엉성한 점 이해 부탁드려요 ㅠ.ㅠ 한 분이라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미리 감사드려요!! 줄간격 같은 것들, 읽기 불편하시면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