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뜨겁게 쨍쨍 비추는 무더운 여름의 어느 주말
공원에는 분수대 근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나무그늘 아래 앉아있는 우현뿐이었다
우현은 옷을 흠뻑 적시며 노는 아이들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귀여운 몸짓과 예쁜 웃음을 지으며 뛰어놀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우현은 성규와의 추억을 회상시켰다
‘으아, 차가워!’
‘미끄러질라, 내 손 꼭 잡고!’
‘아, 내가 무슨 애냐 -.’
‘하는 짓 보면 애거든’
우현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성규를 놀리면 성규도 장난스럽게 우현을 툭툭 쳤다
우현은 맞으면서도 좋다고 헤헤 웃기만 하였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 보면 어느새 둘은 흠뻑 젖어 마치 비를 맞은 듯하였다
그럴 때마다 우현은 항상 갖고 다니는 점퍼를 성규에게 걸쳐주었다
우현은 즐겁던 성규와의 추억을 떠올리자 행복하기도 하였고, 아련하기도 하였다
우현은 잠시 쓸쓸한 미소를 짓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현은 내려두었던 가방을 다시 메고 카페로 향한다
성규과 자주 오던 카페, 예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와 보니
꽤 많은 사람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수다를 떨거나 업무를 보고 있다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쭉 훑어보고 있자 한 직원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 안녕하세요”
우현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건넨다
직원은 우현 주위를 둘러보다가 오늘은 같이 오던 분과 왜 안 왔냐고 물어본다
우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죽 … 었어요.”
“어머, 어떡해. 죄송해요 ….”
“아니에요, 괜찮아요”
우현은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하다가 바닐라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다행히도 성규와 앉던 자리가 비어있어 그곳에 앉았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역시, 여름이니 비가 많이 오나 보다
어제도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고도 오늘도 내린다니
우현이 창밖을 보며 쓸데없는 생각에 빠졌을 때,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우현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바닐라라떼를 보며 성규를 떠올렸다
‘넌 왜 맨날 아메리카노만 마셔? 쓰기만 한데’
‘단 커피는 별로야’
‘난 쓴 커피는 별로던데, 못 마시겠어’
궁금증에 한 번씩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던 성규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닐라라떼를 들이켰다
그때마다 우현은 크게 웃으며 그러게 왜 먹냐고 하였다
바닐라라떼를 벌컥벌컥 마시던 성규를 생각하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우현은 궁금하여 바닐라라떼를 한 모금 마셔보았지만, 역시 강하게 느껴지는 단맛에 아메리카노를 바로 마셨다
아메리카노를 조금씩 마시며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거리를 보았다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보다 가방이나 손으로 비를 겨우 막으며 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비가 오니 저절로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성규가 떠나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 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
…
‘나 지금 거의 다 왔어! 횡단보도만 건너면 돼!’
“어, 그래 보인다”
우리는 그 날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먼저 카페 안에서 기다리던 나는 비가 오자 성규가 걱정되어 카페 밖에서 성규를 기다렸다
횡단보도 건너에서 빨간 우산을 쓰고 손을 흔드는 성규를 보고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신호등에서 초록 불이 켜지고 성규는 뛰어왔고 나는 뛰어오는 성규를 보고 가져온 우산을 펼쳤다
우산을 펼치고 있는데 요란한 소리가 났고, 내가 우산을 펼치고 썼을 때에는 … .
“서, 성규야 …….”
조금 큰 트럭이 넘어져 있었고, 성규 주위는 피와 비가 섞여 주홍색이 퍼져갔다
성규가 쓰고 있던 빨간 우산에는 우산보다 더 빨간 피가 흘렀다
나는 우산을 던지고 성규를 향해 뛰었고,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성규를 끌어안고 울부짖었고, 성규는 너무 차가웠다
…
우현은 다 마신 아메리카노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창밖을 보니 비는 이미 그친 듯하였다
우현은 카페 밖으로 나가 맑은 하늘을 보았다
성규야, 잘 지내?
난 …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