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는 어제부로 아르바이트생이 모두 그만둬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남, 여 섞여서 6명이 있었는 데 자기들끼리 사귀고 헤어지고 별 지랄을 하더니 결국은 다 그만 두고 말았던 것이다.
마른 몸과 또 긴다리에 잘 어울리는 검은 색 앞치마를 한 성규는 한숨만 내뱉었다. 자신의 카페는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는 것이 아닌 서빙을 직원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커피를 만들 점원, 서빙을 할 점원, 카운터를 볼 점원 등 많은 점원이 필요했다. 성규는 점원이 구해지기 전까지는 장사를 접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그 사단이 나지 않게 다 남자로만 뽑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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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은 자신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그 소문을 입에 올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분필을 쥔 성열의 손에 힘이 들어가 떨렸다. 종이 울리고 성열은 비웃음이 섞여있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교무실로 향했다.
“이 선생님 교장실에서 부르시는 데요.”
원래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던 심선생 이었다. 하지만 그 소문이 펴지고 난 이후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도 누군가의 지시 때문에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다는 걸 표정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억지로 웃고있는 입꼬리 끝이 경련하고 있었다.
‘더러운 호모새끼.’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성열이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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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기는 맨날 목에 스카프하고 있는거야.”
“사장님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한데. 별 거 아냐. 오늘 술 잘 받는 것 같은데 한 잔 더해. 내가 따라주는 술은 엄청 맛있는 거 알지?”
“사장님이라 하지 말고 오빠라고 하라니까”
“응, 오빠.”
평범한 룸살롱 룸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예쁘장한 사람이 자신의 나이보다 배는 많아 보이는 사장님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안겨있었다. 한 손으로 술병을 잡고 한 손으로는 사장님의 팔을 잡고 잔에 술을 따라 주고있었다. 민트색 스카프가 안 어울리는 화려하기만한 화장을 한 그녀의 앳된 얼굴 아래 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늙은 사장은 노골적으로 그녀의 하얗고 얇은 다리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자기는 왜 2차 안나가? 나랑 하자. 오늘 한 번만 대줘.”
“나 비싸서 안 돼.”
그녀는 야한 웃음을 흘리며 다리에 있는 늙은 사장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
“사장님 차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문이 열리고 검은색에 줄이 들어간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말했다. 늙은 사장은 아쉽다는 듯이 그녀의 어께를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다음에 또 오면 한 번 대주기.”
“그건 잘 모르겠고, 사장님 다음에 또 와. 나 기다린다.”
그녀가 애교 섞인 말투로 늙은 남자에게 말했다. 늙은 남자가 나가고 여자는 소파에 주저 앉았다. 치마 안 쪽이 보이든 말든 다리를 벌린채로.
“2차는 무슨 지랄한다.”
“야 안오므려?”
“왜, 꼴려?”
“미친놈.”
젊은 남자의 구박에 그녀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젊은 남자는 험악한 말과는 다르게 그녀를 위해 룸의 문을 닫아 주었다. 편히 쉴 수 있게.
“아 답답해.”
“야 풀지마.”
그녀의 손이 스카프 께로 올라가자 남자가 저지했다. 너 아직 서브 남았어 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아랑곳않고 스카프를 풀었다.
목젖이 드러났다.
“형, 나 오늘 그만하면 안돼?”
그녀 아니 그, 성종이 말했다.
“까불지 말고 얼른 그거 다시 해라.”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 우현이 말했다.
성종은 여장을 하고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과 그리 굵지않은 목소리로 그럭저럭 들키지 않고 먹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주의 함으로 우현에게 들킨 후에 꼼짝 없이 잘리나 했는 데 다행이도 우현이 무슨 생각인지 마담에게 말하지 않아 계속 일할 수 있었다. 들킨 후에 성종은 우현에게 형이라고 말을 트게 되었다. 물론 둘이있을 때만.
그리고 성종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형도 여기서 나가고 싶죠?”
장난기를 지운 성종의 진지하지만 떨리는 말에 우현은 그냥 살짝 특유의 휘러진 눈꼬리로 웃었다. 바람빠진 웃음소리. 성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돈이 간절한 자신이 계속 2차를 나가지 않는 것을 마담이 의심하는 눈치였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무언가. 우현. 그가 성종을 여기서 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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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서재였다. 방 안의 모든 가구는 무거운 고동색이었다. 그와 어울리는 짙은 빨간색의 카펫바닥과 우아한 샹들리에. 호원은 이 모든 배경과 잘 어울리는 자신의 전 보스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곧은 자세로 책상에 앉아 호원을 꿰뚫어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호원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요즘엔 뭐하고 지내는 건가.”
“일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네가 원한다면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네만.”
“아닙니다. 저 스스로 찾겠습니다.”
“역시 단호하군.”
보스가 굳은 표정을 치우고 웃었다. 호탕한 웃음. 이 웃음에 젊은 시절 안 넘어온 여자가 없었다고 했다. 몸의 체격도 좋고 젊은 시절에는 꽤 잘생겼었을 중후한 지금의 얼굴은 한없는 호원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습니까?”
“요즘 피라미들이 설치고 있어서. 내 걸 노리는 모양이야.”
호원의 질문에 보스가 대답했다. 근엄한 얼굴에 어이없는 웃음이 걸렸다.
“너에게 그 피라미 놈을 맡기지. 반드시 찾아내 내 앞에 데려다 놔라.”
“... 예”
“너는 한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어. 이번에도 물론 그럴거라 믿지.”
호원은 각잡힌 인사를 하고 서재를 나왔다. 칠흙같이 검은 양복 매무새를 한번 정리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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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 일단 썼는 데요. ㅠ 댓글 없으면 연중하겠습니다. ㅠㅠ 하긴 제 글이 똥글이니 많이 봐주시지도 않겠지만ㅠㅠ
혹시 이거 연재가 된다면!! 혹시 텍파로 제작이 된다면!! 가지고 싶으신 분들은 ㅠㅠ
암호닉 만들어서 적어주세요.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