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날
너는 차게 식어가는 작은 고양이를 안고 비를 맞고있었다.
너의 아픈 뒷모습에 나는 지나칠 수 없었고
너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되었다.
나는 너의 다정함이 좋았다.
나를 보며 웃어주는 너의 미소가 좋았다.
말수는 적어도 너의 눈빛은 많은 말을 담고 있었기에,
차가워 보여도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네가 좋았다.
너와 나는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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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그 긴 시간동안 너의 다정함은 여전했지만,
아무리 좋은 그림도 계속 보면 질리 듯
그렇게 나의 마음은 점점 색이 바래갔다.
나를 보며 웃는 너의 미소가 지겨워졌고
말수가 없는 너의 모습에 나는 점점 질려갔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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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요."
너는 그저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의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누구 마음대로 헤어져요,
난 못 놔줘요."
너는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
내가 어딜 가던지,
내가 무얼 하던지,
누굴 만나고 있던지
너는 항상 나를 지켜봤다.
숨이 막혔다.
이제 그만하라고,
너와 나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는 너의 집착에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소리치며 발악하는 내게 너는 말했다.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너는 사랑이라 말하는 이 감정엔 끝이 없어 보였기에,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땐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을까.
-
실패했구나,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힘겹게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과 너의 얼굴이 보였다.
" 도망가려고했어요?"
너는 예전처럼 그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 근데, 그거 알아요?
죽는다고 해도 내게서 달아나지 못할 거라는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