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어서 눈을 떴다.
오랫만에 깊게 잠들었었는지, 한참을 멍- 하니 눈을 뜨다가, 창문 틈새로 내려쬐는 햇빛에 눈이 부셔서 고개를 비트니, 푹신한게 느껴진다.
"일어났네?"
흠칫,
옆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버뜩 일어나 보니, 내 어깨가 기대져 있지 않은 손에 논문을 쥐고 읽고있는 경수쌤이 있다.
뭔가 뒤에서 흘러내려서 보니, 경수쌤의 가운이다.
"어...몇시에요?"
"7시. 잘 자서 그냥 뒀어. PDA도 안울리고. 내가 걔속 환자 보고 있었으니까 용서해 주는거지?"
암요...그렇고 말고요.
해사하게 웃는 경수쌤의 얼굴에, 잠시 넋이 나갔다가, 순간 눈가에 눈곱이 꼇나, 반사적으로 눈을 비비니,
눈 빨개진다며 손을 잡고 내린다.
엇,
순간 잡혀진 따뜻한 손에 정신이 바짝, 든다.
뭔가 의식할 새도 없이 다시 자연스럽게 손을 떼고 앞머리를 정돈해준다.
연애를 안해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일단 의예과에 가기위해 고등학교때는 정말 뿔테쓰고 공부만하는 일명 딱풀이였지만,
소위, '시한부처럼 노는' 의예과때는(의예과 2년은, 교수들도 놀으라고 권장한다. 본과들어가면서 근 10년을 못노니까) 미팅도 나가기도 해봤고,
짧지만 그 중 인연이 닿아서 사귀기도 했었다.
하지만 첫사랑이 누구에요? 이러면 참 애매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짱잘생긴 짝꿍이요- 이러기는 하지만,
난 걔 이름도 모른다.
한마디로, 연애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인지, 그냥 동경심에 나오는 감정인지, 순간 설레서 나오는 감정인지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김교수도 그렇다.
남자 스킨냄새 핑계를 댔었지만, 여튼 부축해주는 손길이나, 째려보는 그 눈매에서 걱정해주는 티가 난다거나, 밴드를 붙여주는 그 과정이 불쾌하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좋았지.
그리고, 퇴근할 때마다 잘가라고 손흔들어주고, 내 말이면 항상 눈을 바라보며 들어주는 경수쌤도 좋았다. 진짜. 가끔 심장을 부여잡을 정도로.
솔직히 오세훈도, 동기라 그렇지 가끔 날 생각해서 툭툭 뭔가를 주면, 그것만큼 감동되는것도 없었다.
박교수님도, 수술을 할 때마다 나른한 듯 힘이 들어간 그 눈동자만 보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고,
가끔 나한테 사탕먹으라는 장난기 서린 눈을 할때면,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나 지금 네명한테 모두 설레고 있는것이다.
"무슨생각해?"
"에?"
"뭔생각을 하는데, 초점은 없으시고, 논문 책장은 안넘어갈까~"
톡톡, 손가락으로 정수리를 누르면서 기분좋게 말하는 경수쌤의 얼굴과,
꾹꾹 밴드를 붙여주며 크핫 거리며 웃었던 김교수의 얼굴이 보인다.
동시에, 사탕먹으라며 푸스슷 웃는 박교수의 웃는 모습도 보인다.
헐, 거기다가, 셀쭉거리며 웃는 오세훈의 얼굴도 보인다...!!!
미친거다 아무래도.
"오늘 레지던트 회의 있는 것 알지?"
"아, 그렇네..."
"왜 지금오냐"
"응? 나 민지 병실에 있었어. 환자 차도 볼려고"
"근데...아니다"
뭐야, 뒤가 구리게?
당직이었으면 5시부터 자기 시작해서 세상모르고 잠들어야 할 놈이, 두눈 뻘개진 것을 참아가면서 레지던트 실에 앉아있던 것도 이상한데,
갑자기 친오빠 노릇을 하는것처럼 어디갔다가 왜 지금들어오냐고 타박한다.
왜그런데- 중얼거리며 커피포트에 가서 커피를 따르려 하는데,
"너 경수쌤 좋아하냐?"
"...어?"
"아. 아까 보더니만 어깨에 기대서 잘만 자고있더만. 근무태만아니야?"
"아.....뭐야. 난 또 뭐라고. 경수쌤이 어깨 빌려주신거야. 난 어깨에 기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잤지 뭐."
"그 쌤은 네가 어디가 좋다냐? 너 못생겼잖아"
"아 어깨 한번 준게 무슨 좋아한다고 설레발이야. 뭐? 내가 못생겨? 야, 니가 나한테 성형하라 돈 만원이나 줬냐?! 아침부터 시비야?!"
퉁명스럽게 너 자는것 봤다며서, 나보고 경수쌤이 좋냐고 했다가, 갑자기 경수쌤은 니가 어디가 좋냐고했다가 취조를 하는것에 대답을하다가,
마지막 못생겼다는 말에 울컥한다.
야, 그래도 내가 고등학교때 애들이 안경벗으면 이쁘다고 했거든?
고생만 안했으면 몇 남자 후리고 다닐꺼라고 그소리까지 들었거든?
...근데 지금 고생을 하고있으니....... 소심해져서 성질을 내니, 피식- 웃다가 정색했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가.
...왜,왜저러는건데?
"야야야야야야야, 오늘 레지회의있는거 아냐? 오늘 안건 대박이더라?"
"뭔데요?"
"첫째는 수술한 환자들 협진에 대해서 얘기할테고, 둘째. 신축공사 건물에 입주할 과 결정 1차회의."
"헐. 드디어!"
"원래 교수회의로 가는거 아니에요?"
"이번에 일이 워낙 커서 레지던트하고 펠로우도 참가시키는것 같어. 3차만 교수진만 들어간데"
"와, 대박이네. 백현쌤은 당연히 신경외과 쪽?"
"당빠. 김종대는 좋겠다. 벌써 성형과는 결정났자너"
"하하하. 근데 내가 그쪽으로 갈지는 모르는거잖아"
"설마 김준면 교수님이 널 보낼라나? 너 이번 8월쯤에 자리 비는거 들어간다며. 아 부러운새끼"
"음하하. 이 형이 좀 능력이 좋지!"
"혹시 몰라요. 김교수님이 교수되기 전에 차분해지라고 귀양 삼아서 보낼수도"
"오세훈 저새끼가아?! 야, 지금도 충분히 유배야. 유배. 맨 꼭대기층에서 현미경 들여다 보는 그 기분을 알아? 차라리 메스라도 하고싶다"
"징그러워요"
"아아아아아 시바, 나는 언제 김교수님이 자리 줄라나. 치프 시켜줄때는 이제 우리 사랑 시작인가 했는데 나보고 어제 이대로면 평생 펠로우로 남을생각하래더라"
"...진짜 그럴것 같아. 어떡해?"
"아, 김종대 넌 조용히 해. 줄은 존나 잘서가지고."
"줄? 야, 나 이번에 논문 의료 잡지에 1면에 실렸다고! 그것땜에 점수 딴 거거든? 원래 주제는 현미경 속이 아니라 바깥에서 나오는거야"
"뉘에뉘에. 어련하시겠어요. 아 놔. 어떻게 너는 술먹다가 논문 아이디어가 떠오르냐? 레지 3년때도 교수과제를 회식자리에서 해결하지를 않나..."
펠로우가 된지 2년도 조금 덜되서 의료 저널 1면을 차지할 만한 소스를 찾아낸 종대쌤은, 이번 8월에 해외로 가시는 성형과 교수 자리 후임 1순위 인가 보다.
종대쌤은, 가운을 안걸치는 의사선생님으로 유명했다.
회진할때나, 수술할때 외에 대신 진료를 하거나 회의에 나갈때도 안입었다. 불편하다는게 단순한 이유였고,
거기에다가 무슨 고난도의 과제가 있으면 꼭 옥상을 나가 산책하거나 술을 먹거나, 노래방을 가는 등 별 생 쇼를 다한 뒤 그곳에서 소스를 얻는댄다.
백현쌤이, 종대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의학천재일지도 모른다지만,
말끝을 늘이면서 장난을 좋아하고, 거기다가 맨날 경수쌤한테 디지게 맞는걸 보면, 그렇지도 않아보인다.
종대쌤 자신도, 자기는 책상 위에서 생각하는것보다 놀고있는 무방비상태에서 문득 일을 생각하면,
그것만큼 유연한 아이디어가 나올수가 없다고 그냥 비법이지 천재는 아닌것 같다고 한다만,
백현쌤이 레지 3년차때 그걸 따라했다가 발푯날 숙취를 못해서 발표를 못했지.....그때 김교수한테 짤릴뻔한걸 생각하면.......
다같이 레지던트 회의를 가는데, 문득 세훈이가 김교수 세명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와 이제 김교수님이 두명, 아니 세명이네.어떻게 구별하지?"
"도레미 어때 도레미. 둘다 키는 비슷한데...그래도 구별은 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교수님? 레교수님?"
"그래. 도경수 교수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고"
"뭔 키여 키는! 김교수님 둘을 준교수 민교수라 하는것처럼 나도 종교수라하면 되잖아아!"
"걱정하지마 김종대. 너........ 레야"
약을 빤듯한 변쌤의 아이디어에, 잠시 피로를 잊고 복도가 떠나가라 웃을수 있었다.
"송도 신축공사에 입주할 과 결정 1차회의를 실시하겠습니다"
무덤덤하게 회의를 보는 준면의 진행 아래에, 각 과의 과장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대기한다.
"우선, 결정된 사항은, 송도 한국병원은 총 본동은 5층, 일반 병동은 4층, 연구동 7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은 매점 및 접수창구, 간호사실이 들어올 예정이고,
현재 3층이 성형외과, 5층이 수술실로 결정이 나 있습니다. 현재 본동 2층, 4층에 들어갈 과를 정해야 하는데, 투표권은 교수와 과장들에게 있지만 큰 일이기에 레지던트와 펠로우 들에게도 이 경위를 알리고자 모두 참석시켰습니다"
생 쇼를 하는군- 과장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민석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박찬열, 김준면도 그 생각인지, 점점 표정이 굳어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가 들어가 환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창출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주 부족했다. 그저, 지들이 관심있는게 기업쪽이니까.
민석과 준면, 찬열은 대학병원이라는 것에 기업이 개입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연구비가 몇배로 지원되고, 시설같은것도 좋아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치료비가 비싸지고, 의사가 아닌 기업의 간부들이 병원을 쥐게 된다.
하지만 과장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이 과장이 되고, 병원장이 무시하지 못하는 힘을 갖기 위해 기업을 이용해버렸으니,
또 이들 뒤의 기업들이 커야 자신의 지분이 높아지면서 이번 과장과 병원장 선거에서도 무시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게 된다.
"과장님도 아시겠지만, 아직 입주가 된게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과에대한 기업의 투자금액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돈 다 어디갔습니까? 내과는 이 투자금액을 다 어디에 이용했냐는 말입니다"
"어........김교수. 그 말은 지금 회의에 어울리는 질문이 아닐세"
"그냥, 궁금했습니다. 과장님들이 기업들에게 받고 있는 투자금액은 일반 사립 병원에 투자되는 기업들의 액수와 맞먹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병원은 건물 하나를 지었을 만합니다.
만약, 만약 과장님들이 해당하는 과가 입주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누가 그 이 투자금액을 감당해야 합니까? 환자들입니까? 아니면 은행?"
민석의 날카로운 질문에 아무도 답을 할 생각도, 대꾸할 생각도 못하는 과장들이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제 아버지- 김재준 과장의 얼굴은, 분노와 당황스러움으로 얼굴이 하얘졌다, 붉어졌다, 카멜레온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쳤군- 미쳤어"
"아버지한테는 좋은 말이잖아요. 과장들한테 기업 관여되면 자리 힘든건 아버지이신데요"
"그래도- 그렇게 되면 어두운 손이 더 커지지. 변하는게 없어. 김민석은 참을 줄을 몰라. 그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게 없는데 말이야"
오늘 회의에서 던진 폭탄같은 민석의 말을 두고 탄식을 하는 제 아버지에게 대꾸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위치도 떠올라 어쩔수 없이 말을 삼킨다.
민석은 말을 잘한다. 날카롭게, 가장 모순되는 지점을 찾아 한마디로도 사람을 당황시킬 수 있었다.
찬열은, 말에 힘이 있다. 자신의 신의를 어떤 사람앞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말할수도 또 행동 할 수 있을정도로 배짱도 컸다.
하지만 자신은?
준면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너무 착하다고 생각했다.
민석이나 찬열은,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데에는 핑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물론, 준면도 그 쪽에 속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성중추는 이 모든걸 이해하는 합리화가 이루어진다.
이 것은, 상황판단에 좋다. 찬열과 민석도 교수회의나 중요한 회의때 반대쪽의 의견을 정리하기 위해 준면에게 설명을 듣곤 했다. 상대의 입장을 파악해야 허점이 보이니.
하지만, 어쩔 때는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자신이 완벽하게 칼을 빼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는 뭐가 잘나서 이 외로운 길을 선택한 것일까?
"준면아, 송도에 가서 따로 힘을 키우는게 어떻겠냐?"
아버지는 점점 힘이 약해지고 있고, 그것에 대하여 자식인 저는 알게모르게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점점 그가 거절을 하는데에 시간이 오래걸리게 한다.
현명한 대처방법을 생각해야할때가 왔구나- 좀더 아버지 생각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준면이다.
"오!!!!!!!프!!!!!!다!!!!!! 오프라고!!!!!!!"
1년차 때 1년에 정확히 8번 있던 오프다. 그리고 올해 2년차, 4월에 접어들자 드디어 꿀같은 오프가 생겼다.
사실 오프는 있었다. 그래도 꼴에 직원들 인권은 보장해 주는것처럼 오프는 있었지만,
말이 오프지........오프 전 날 응급수술 들어오면 집에 갈 힘도 없고 그냥 당직실에서 쓰러져 잠들다가, PDA 받고. 뉘에뉘에 거리면서 수술방 기어들어가고.
교수님 과제 하느라 밤새고 자느라 오프 날리고,
없다고 씬나서 짐싸다가 당직좀 바꿔달라는 선배말에 쭈구리가 되어 바꿔주고...(부들부들)
드디어, 드디어 무사히 오프를 받게 됬다.
전날 저녁 10시에, PDA가 울릴까봐 손만 물어뜯고 있다가, 잠잠한 PDA에 뽀뽀 한 번 날려준 뒤,
자기는 당직 봐야 한다며 깨워달라는 세훈이를 깨울 겸 레지던트실 떠나가라 소리질렀다.
"내가 오프라고!!!!!꺄항"
"아....시끄러워. 염장지르냐?"
"뭐뭐뭐. 너 오프 언젠데?"
"내일 모레. 아 근데 기분이 쎄한게. 이번에도 퉁길것같아"
"쯧쯧. 불쌍한 넘. 이 누나는 오늘 나간다~"
머리를 감싸쥐며 절규하는 오세훈을 뒤로 한 채, 마지막으로 경수쌤이 부탁했던 자료들을 정리한 파일을 가지고 퇴근을 한다.
"경수쌤!"
"어- 여주다"
조용히 현미경을 바라보고 무언갈 작성하는 데에 너무 집중하길래,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살금살금 다가가서 콕콕 찌르니, 여주다- 이러면서 웃는 쌤이다.
"왜?"
"이거, 그때 부탁하신 자료"
"아아아. 벌써 다 했어? 다음주까지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막 밤샌거 아냐?"
"아뇨- 저 내일 오프라...신나게 놀라고...어제 무리좀 했어요,..ㅋㅋㅋ"
"드디어! 오프구만?"
레지던트 2년차에 오프를 받게된걸 축하한다며,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나한테로 마주 보더니,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럼 내일 시간되겠네?"
"아..그쵸? 아마 12시 이후부터..?"
"저녁이나 같이 먹자. 내가 내일은 일을 해야되서 오래는 못있을것 같은데, 저녁은 먹을 수 있겠지"
"그럴까요? 음. 뭐먹을까요?"
"뭐 좋아해? 맨날 중국음식만 먹어서 니 취향도 까먹었겠지만. 먹고싶은것 있어?"
"음....아! 설렁탕!"
"설렁탕?"
얼큰한게 먹고 싶어 설렁탕을 외쳤더니, 파스타나 뭐 이런걸 외칠줄 알았는지, 눈이 동그래져서는 놀랜다.
"나도 그거 먹고 싶었는데, 잘됬네. 나 잘하는집 알아. 오늘 쉬고, 내일 5시 반까지 나와. 너네 집 앞 편의점 앞에서 기다릴께"
"네에!"
"이쁘게 하고 와~"
연구실 복도에서, 경수쌤과 약속을 잡고 하이파이브를 한 뒤, 신나게 퇴근을 하다가, 복도 저 끝에 박교수가,,,있다?
내가 나가자 마자, 바로 경수쌤 연구실로 들어가는 박교수다.
뭔일이지- 잠시 궁금하다가도, 그저 집에 갈수 있다는것에 들떠서 곧 생각을 지운다.
우연히, 경수에게 말할 게 있어서 연구실 복도를 지나가다가, 여주와 경수가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오프인지, 들떠보이는 여주와, 그에 장단을 맞춰주면서도 차분하게 약속을 잡는 경수.
속에서, 알수없는 감정이 끌어오른다.
20대 초반에나 느꼈던 질투심인데, 후배한테 느끼고- 나 자신도 웃기지만, 그렇다고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김민석도 불안한데, 아무래도 경수는 확실한것 같다지.
잠시, 권력남용을 해볼까 한다.
"경수야"
"어, 네 교수님"
"이거, 선행 논문들이야"
"아, 이거 정리해야되는거죠? 언제까지 하면 되죠?"
"내일 저녁."
",,,,,,네? 이걸요?"
아마 내가 펠로우였다면, 지도교수가 이 양의 논문들을 주고 다음날 저녁까지 해오라고 했으면 멱살을 잡았을것이다.
말도안되는 양이었다. 지금 모든걸 제쳐두고 해야 될까말까인데,
경수는 또 다른 교수의 요청을 받아 하는 연구 1차 컨퍼런스가 내일 모레까지 잡혀있었다.
"아...교수님, 한 내일 모레정도까지는,,,안될까요?"
"이게, 니가 정리한 걸로 내가 또 다른걸 정리해야해. 이번달 안으로 급하게 써야할 논문이 있어서."
"아.........네...."
한아름 있는 논문을 보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래다가, 시간을 미루면 안되냐고 차근차근 이야기 했다가, 안된다고 하니 그 동그란 눈이 쳐진다.
그러고서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눈을 굴린다.
지금까지 본 도경수는, 내가 내일 점심까지 해오라고 해도 해온다고 말할 아이인데 곧바로 알겠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 더 울컥 하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알겠어요. 해오겠습니다"
무언가 결심한 듯이 핸드폰을 들더니, 해오겠다고 말하고는,
"사실, 내일 저녁에 여주랑 약속을 잡아놨었거든요. 취소해야겠네요."
앗싸-
꼭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확 풀려버리는 내 자신도 참 웃기는 노릇이었지만,
좋은걸 어떡해.
"경수야"
"네?"
"만약에, 너랑 나랑 좋아하는 여자가 곂치면, 너는 어떻게 할거냐?"
딱봐도, 김여주 얘기임을 알것이다. 경수는 똑똑하니까.
잠시동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눈동자를 한번 굴리고는, 푸슷, 하고 사람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아, 알겠어요 교수님."
".....?"
"내일 저녁까지 해오겠습니다. 아마 그걸 할려면 내일 약속은 취소를 해야할것 같고요. 당연하죠.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 오더인데요."
"......."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포기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게 교수님이던, 병원장님이던간에"
내 눈썹이 살짝 올라간 것을 보지 못했는지, 다시 살짝 웃으면서, 논문을 읽기 시작한다. 아유. 오늘 밤새야겠네요- 이러면서.
설렁탕은 못먹고, 결국 이탈리안 파스타집에 왔다.
어제 저녁, 퇴근하자마자 잘려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경수 쌤이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약속을 미루자는 문자가 왔고, 십분뒤에, 저녁 약속을 잡는 박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약속이 비었으니 잡았는데, 자연스럽게 저녁 메뉴도 박교수님이 추천한 파스타가 되었다.
레스토랑에 와서, 엉거주춞 앉아 기다리니, 정확히 여섯시 반에 박교수님이 나타나있다.
의사복을 입지 않고 적당히 꾸민 박찬열 교수님은, 186이라는 엄청난 키에 걸맞게 비율이 대박이랄까.
캐쥬얼하게 입었는데...진짜 잘생기긴 잘생겼구나...
환하게 웃으면서 일찍왔네-? 이러면서 앉는데, 상상 이상으로 잘생겨서(...) 놀랬다.
"참, 가운벗고 병원 밖에서 밥먹는 건 처음이네. 그치?"
"네, 그렇네요"
"여주씨 레지던트 4년 되기 전에 사탕말고 밥 한번 사줄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떻게 오프를 빨리 잡았어. 운도 좋아ㅋㅋㅋ"
"그래도 PDA는 항상 최대로 해놓고 있어요- 직업병인가. 삼십분에 한번씩 PDA 본다니까요?"
"원래 그때는 잠도 편하게 잘 못자ㅋㅋㅋ 나는 쇼파 아니면 잠도 못잘정도였어."
"아 근데, 교수님은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빨리 교수가 되셨어요?"
"나? 나야 뭐. 운이 좋았지. 과고 가서 2년만에 졸업하고. 군대 특기자로 튕기고. 대학 유급 안되고..."
"우아- 대박이네요"
"너도 대박이거든요- 여주는 또래보다 한살 많지 않나? 1년 재수?"
"아- 대학은 붙었는데 가정형편때문에 1년 못다녔어요"
"아...그리고 대학가서 세훈이를 본거야?"
"그쵸. 대학 친구에요. 박교수님도 민교수님이랑 준교수님이랑 대학때부터 친구에요?"
"그치. 나는 그렇고, 민석이랑 준면이는 고등학교도 같고. 내가 걔네한테 친구해달라고 했지. 걔네 성격 알지? 아웃사이더"
"ㅋㅋㅋㅋㅋㅋ그럼 교수님도 아웃사이더셨네요?"
"그렇...지? 근데, 우리 셋은 진짜 성격이 다 다른데 정말 친해. 아직도 술마시면서 어떻게 친해졌나 모른다고 맨날 그래. 종대하고 백현이봐봐. 둘은 성격이 비슷한데, 준면이는 좋아하고 민석이는 몸부림을 치잖아ㅋㅋㅋㅋ"
"백현쌤 불쌍해요.. 근데, 정말로 레지던트때 민교수님이 C 때리셨어요?"
"C가 어디야. 프리페일(무조건 탈락) 주려다가 그래도 심지가 볼만하다고 C였어.그래도 민석이가 정확하게 봤지. 지금 그래도 민석이가 제일 아끼는 펠로우야."
"대박....대박....근데, 솔직히 민교수님 처음 보고 어떻게 백현쌤이 그 밑에 있나 했어요. 원래 경수쌤하고 민교수님하고 더 잘 어울리는것 같은뎈ㅋㅋ"
"왜? 둘은 어떤것 같은데?"
해맑게 웃으시면서, 낮은 목소리로 여유롭게 얘기하는 박교수님의 페이스에 잘 리드되면서
가정형편 얘기도 하는 진지한 얘기도 했다가,
자연스럽게 종대쌤과 백현쌤 얘기를 했다가, 경수쌤과 민교수 얘기가 나오니, 살짝 목소리가 낮아지면서 둘을 어떤것 같냐고 물어보신다.
"뭐...잘 모르겠지만, 경수쌤은 좀 나긋나긋한것 같고. 민교수님은 좀 날카로운면이 있는데, 그렇다고 찔릴 정도는 아니고? 뭐라는거죠?"
뭔가 둘의 느낌은 알겠지만 표현을 하려니 말이 꼬이는것 같아 파스타를 한 입 물고서 모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하니, 큭큭 대며 웃는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떤것 같아?"
"박,.박교수님이요?"
뭐지 이건?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눈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웃음기 띈 얼굴로 나한테 저가 어떠냐고 묻는데...난 어떻게 말해야해?
"어...멋있으세요. 파워풀하고"
"좋...은거야?"
"..약한것보다 좋은것 아닌가요?"
뭔가 멋있다고 하니 기분은 좋은데 파워풀이라는 단어에 걸렸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나는 좋은 뜻이었어!
"여주쌤은 연애 언제쯤 할꺼야?"
"저, 저요? 지금은 바빠서 누굴 만날 시간도 없고... 잘 모르겠어요, 바빠서 제 감정도 처리를 못하는 시긴거 아시잖아요"
그래, 박교수 너말이야. 너하고 도경수하고, 김민석, 거기다가 걔속 신경쓰이는 오세훈까지. 네명이 내 뇌세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뭐 가슴속 메아리지 뭐.
고개를 쳐박고 파스타에 집중하니, 흠- 이러면서 나를 바라본다. 저사람은 왜그런는거야?
"누구를 딱히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음, 좋아하는사람은..지금은 없는것 같아요. 아니 있나? 에이. 잘 모르겠어요"
"마음에 있는 사람은 있는거야?"
"아뇨- 그냥 가끔 멍때리면서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부분은 잘 생각도 안해요. 왜그러세요 외롭게ㅋㅋㅋㅋ"
"미안미안. 궁금해서 그랬지. 한창 또래 여자들은 연애할때잖아"
"하긴. 근데 교수님은 좋아하는 여자 없으세요?"
"나? 나...있긴 하지. 근데 뭐 좋아한다고 다되나. 쌍방이여야지"
"헐, 짝사랑?"
"그니까 말이다. 여주씨는 짝사랑하지마. 이거 되게 짜증나. 걸리적거리는 남자들이 너무 많아"
무,.무섭다. 걸리적거리는 남자들에 포크를 수직으로 세게 꽂은뒤 파스타를 돌돌 마는데, 흠칫- 하고 놀래니, 큭큭 대며 웃는다.
-삐리ㅣ이이이이익ㄱㄱㄱㄱㄱㄱ
순간, 좋은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다.
ㅅ..ㅂ....순간 욕이 나올것 같았지만, 차분히 PDA를 드니, 호출이다.
"네, 김여주입니다"
"여주선생님. 빨리오세요. 김민지 환자, 심장에서 부작용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세균에 감염된것 같아요. 경수선생님이 보시기는 하지만, 재수술 여부를 파악해야 할것 같아서요."
"갈게요."
"왜. 응급실이야? 뭔데 오프를 불,,"
"교수님, 민지, 민지가 부작용일어난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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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에....오타가 많을수도 있어요....등록이 안될수도 있고요......다보는데 까먹는거에요......고자라........서....
우시거나 삐지시지 마시고, 박력있게 다시 등록해주세요!!! 빠른 피드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암호닉은, 최근글에 박력있게!
**************암호닉*************이렇게 달아주세요!! 최근글에 없는 암호닉은 죄송하게도 제가 등록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꼭꼭, 최근글에!!!!!!!
하하하, 완결까지 모든 개요 완성! 독자여러분은 이제 따라오시면 됩니다 (박력) ...어짜피 쓰면서 많이 달라질수도 있지만...
질질 끄는걸 못하기 때문에 휘몰아치는 엄청난 진도로 아마 15화?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남주 한명과 시즌 투로 해서 빙의글로 쓸수도..있고...아직 그건 맘을 못정했...ㅋㅋㅋ
모두들 행쇼하세요^^ 읽었으면 흔적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