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한 머리위로 얹힌 학사모가 신경쓰였다. 졸업, 졸업이다. 입을 벌려 작은 탄식을 뱉어낸다. 따라 흩어지는 뿌연 입김 뒤로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을 모른척 눈을 돌렸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늘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시선에 무섭도록 익숙해졌나보다, 하고 성규가 천천히 졸업장을 쓰다듬었다. 등 뒤로 꽃다발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익숙한 향기.
"이젠 나한테서 해방이네."
"……해방?"
"그래, 끝."
왜 이제 끝이야. 목 끝까지 서러움이 가득 올라찼다. 울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발장난만 치던 성규가 손에 달려있는 이름모를 꽃 한송이를 매만졌다. 그런 성규를 지켜보다 부스럭거리며 꽃다발을 매만지던 우현이 학사모를 벗어내리며 뒷머리를 정돈했다. 자, 선물. 멋없이 내밀어진 꽃다발에 성규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네 꽃다발은?"
"네건 내꺼. 내건 네꺼."
머쓱하게 웃은 우현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붉은색 카드.
"너랑 어울릴것 같아서 샀어."
"……."
"사는김에 편지도 좀 썼고."
"……."
"감동받아서 울지는 마라."
난 이제 니 눈물 못닦아줘. 살살 성규의 볼을 쓸던 우현이 손을 떨어트렸다. 어색하게 떨어진 손을 한번 쥐었다, 폈다. 꼭 읽어봐. 형 간다. 휙 돌아선 우현이 깨끗하게 걸어갔다. 세상 미련은 모두 털어버린듯 가볍디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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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은 덜..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