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커플링은 없이 썼는데, 이성으로는 읽으실 수 없을거에요
참고하고 읽어주세요
나는 붉은 도화(桃花) 가 활짝 핀 그 곳에서 너를 기다렸다.
너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님을 따라간 장터 끝자락에는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어머님은 화방에 다녀올테니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라 이르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를 만났다.
너는 여느 사내아이들과 같지 않았다.
남사당패가 진을 펴고 있는 그곳에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분을 칠하고 입술을 붉게 칠한 너는
그들 사이에서 꽃나비라 불렸다.
넋을 잃고 너를 쳐다보던 중에 너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져 따라가 본 곳에는
곱게 차려입은 양반집 사내아이가 있었다.
애초에 나와 같은 아이들은 양반집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남사당패 큰어른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나를 향한 눈길은 끊어지질 않았다.
남사당패는 우리 마을에 며칠동안 머무르며 장터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라 했다.
너는 남사당패 무리에 속해있는 무동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색동 옷을 입고 있던 네가 잊혀지지 않았다.
꽃나비라는 호칭이 잘 어울릴만큼 화려한 네가 잊혀지질 않았다.
집에 돌아와 호롱불 아래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따스한 물에 발을 담가 잘 준비를 할 때에도,
포근한 이불 안에서도 너를 생각했다.
다음 날 서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장터에 들렀다.
네가 궁금했다.
아버님이 아시면 경을 치셨겠지만
방자에게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아버님 귀에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꽹과리와 북 소리가 마을 저편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리고 있었다.
오늘도 화려하게 차려입은 너는
한 사내의 어깨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던져주니 사내는 더욱 신이 나는 듯이
너를 다른 어깨로 옮기며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곤 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넋을 잃은 채 너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그 양반집 아이였다.
서당에 다녀온 것인지 옆구리엔 책을 끼고 있었고
한 사내가 안절부절하며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던져주니 함께 춤을 추는 형님이 신이 나셨는지
나를 이리저리 옮기고 던지며 재주를 부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위험한 행동이겠지만
형님과 내가 밥을 먹고 연습하는 일이라 위험하지 않았다.
웃음을 지으며 너를 바라본 그 순간이었다.
네가 떨어졌다.
나비처럼 가볍게 떨어진 것이 아니다.
너는 나비가 아니었다.
다리를 다친 모양인지 일어나지 못하였다.
놀라 달려가려는 나를 방자가 잡아주었다.
아파하는 네가 걱정되었다.
곧이어 같이 춤을 추던 사내가 너를 업고 달렸다.
의원에 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너를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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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트 섬리딩 증후군*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만을 기다리는 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