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Doom 04
w.연백
저도 잘모르던 어릴적 제 기억은 아주 참담했다. 목적지도 없이 달리던 성규가 힘이 풀린 제 다리에 걸려넘어졌고 땅을 짚은 손바닥이며, 쓸린 무릎이 아팠다.
그래 이건 아파서 우는거야… 결국 봇물터지 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낯설었고 무서웠고, 소리내서 울고싶었지만 가슴이 꽉 막힌것 처럼 답답했다.
꾹꾹 눌러담던 모든게 바람에 휩쓸리 듯 흩어졌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성규의 주변은 쩍쩍 거리며 갈라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얼어가기 시작했다.
*** *** ***
우현은 초조했다. 센티넬은 감정에 따라 능력이 더 증폭되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성규는 불안정한 센티넬이었다.
무엇보다 거남이 흥미를 두고 있는 센티넬이라면 분명 만만치않은 센티넬일게 분명했다.
한없이 넓은 학교를 원망하며 우현이 성규를 찾아 바삐 발걸음을 놀리던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젠장.
"..여보세요? 네? 편입생이요?"
급한 마음에 짜증이 서려있는 투로 말하던 우현이 일이 점점 복잡하게 되자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성규를 찾기에도 바쁜데 또 편입생이라니. 빨리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성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우현은 교무실로 향했다.
*** *** ***
"센티넬인지 가이드인지 상관없어. 근데 내가 가이드라면서?"
"그래"
"알겠으니까 이딴 학교 다니지 말래도 다닐거야, 근데 나 지금 찾아야 될 사람있으니까 비켜."
"나도 지금 바쁘거든? 호락호락한 곳 아니니까 기숙사에 얌전히 있어라."
"싫은데."
우현은 미칠 노릇이었다. 서둘러 기숙사에 데려다줬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새까만 녀석은, 말은 지지리도 안들었다.
언뜻 제 또래같긴 했지만 무슨 당돌함인지 초면에 반말도 내뱉는데, 우현의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훑는 눈빛이 보통이 아니었다.
"야 남우현. 너도 지금 상당히 급해보이는데,"
"..."
"나 여기 제발로 찾아왔어. 운좋게 가이드인지 나발인지라서 들어오긴 했는데, 굳이 아니여도 어떻게든 들어올거였거든.
그만큼 나도 급하니까 서로 피해주지말고 그냥 할거 하자."
더이상 낭비할 시간따위 없다고 느낀 우현이 욕을 짓이기면서 편입생을 뒤로한채 성규를 찾아나섰다.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머리카락이 땀에 축축히 젖어 이마에 들러붙었고, 등뒤에도 땀이 흘러 와이셔츠를 적셨다.
기숙사 쪽을 돌던 우현이 갑자기 제 눈앞에 나타난 성종에 깜짝 놀랐다.
"우현선배 여기서 뭐해요! 선배찾는다고 지금 제어장치까지 풀었잖아, 나 이제 죽었다. 무튼 지금 난리난거 알아요?"
"왜 뭔데, 나 진짜 급한 일있.."
"김성규 걔 폭주했어요."
"..데려다줘"
정말, 날 완전 운전기사 취급한다니까? 성종은 툴툴거리면서도 우현에게 옷깃을 쥐켜주었다. 우현이 조심스럽게 성종에게 물었다.
어떤, 센티넬이던데. 성종이 우현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로 대답했다. 골치아픈 센티넬, 보면 알아요.
공간을 이동하는건 언제 해도 익숙치 않았다. 팟 하고 터지듯이 새어들어오는 빛에 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빛에 금방 적응한 우현이 눈을 떠보니 주위는 다 푸른빛을 띈채 투명하게 얼어있었다. 얼음,인가…
"선배 뭐해. 기숙사도 얼고 있는데 저러다 진짜 큰일나요."
우현은 어마어마한 성규의 능력에 몸을 살짝 떨었다. 자연계만은 아니길 바랬고, 아닐거라 확신했는데.
무서운 속도로 넓혀져만가는 얼음위로 한발자국 디딘 우현이 더욱 긴장했다.
"김성규."
"..."
"성규야."
아무반응이 없는 성규에게 우현은 용기를 내어 성큼성큼 다가갔다. 얄팍한 얼음이 우현의 발걸음에 인해 조각이 났고, 성규에게 다가갈수록 소름끼치는 냉기가 뿜어져나왔다.
이렇게까지 폭주한 센티넬을 제어할 수 있을까. 우현이 조심스레 성규의 고개를 들고 뺨을 감싼다. 제 능력에 침식당하기 시작했는지 뺨이 차가운게, 온몸이 얼어있었다.
흐릿한 눈동자는 촛점없이 허공만 맴돌았고 우현은 이내 망설임없이 얼어붙은 성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힘없이 벌어져있는 입술사이로 조심스레 우현의 혀가 침범했고, 치아를 스치듯 쓸어주며 반응이 없는 혀를 정성스레 감아올렸다.
쩌적거리며 무서운 기세로 얼어붙던 모든것들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제어해주는 힘 덕분인지, 아님 우현이 감싸고 있어서인지는 알수없지만 성규의 뺨도 서서히 제 온도를 되찾아갔다.
"웩. 괜히 다정하고 난리야 입술불어트겠네."
성종이 인상을 찌푸리며 둘을 바라보았다. 우현이 천천히 입을 뗐을 때는 주위의 얼음이 다 없어졌을때 쯤이었다.
성규가 당황하여 급하게 일어나려했지만 어마어마한 양으로 폭주를 했기때문에 쉽게 중심을 잡지 못하였다.
비틀대는 성규를 제법 단단한 팔로 감싸안아주는 우현덕에 성규는 쓰러지지 않았다.
둘에게 다가가며 비아냥거리는 성종을 밀치고 누군가가 다 끝나가는 상황에 끼어들었다.
"김성규!!"
어? 넌, 우현이 뒷말을 끊어먹은 채 자신도 모르게 성규를 보았다. 창백한 피부가 더욱 새하얗게 질려갈정도로 반응하는걸 보니 영 가벼운 사이인 것 같진 않았다.
밀쳐져서 엎어진 성종이 짜증을 내며 앞을 가로막아도 무시한 채 우현과 성규의 앞으로 걸어갔다.
성규의 눈시울이 발갛게 붉어지고, 눈꼬리에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맺혀갔다.
"…명수? 진짜로…?"
"김성규 너 찾으러 왔어."
"거짓,말… 진짜. 니가 여기 있을리가, 없…잖아."
"너 목도리도 두고 갔더라. 추위도 잘타면서,"
"니가 왜 여기있어, 응? 명수야아…"
저도 모르게 우현의 품에서 나와 명수에게 다가간 성규가 비틀거리자, 명수는 익숙하다는 듯 성규를 품에 안았다.
우현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게 구겨졌다.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익숙하다는 듯 구는 편입생이 괜히 짜증이 났다.
고개를 돌려 짜증을 삭히는 우현과 성종의 눈이 마주쳤다. 성종이 우현을 알수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공간이동으로 사라져버렸다.
성종과 눈을 맞춘 우현은 마치 비밀이라도 들킨 사람마냥 심장이 아찔하게 저려왔다. 내가 왜 화가 난거지?
"나 가이드래, 성규야."
"명수, 니가…?"
"항상 니 옆은 나였잖아. 니 옆자리 지켜주려고 왔어."
애써 진정하던 우현의 표정이 한껏 더 안좋아졌고 명수는 우현을 보고선 마치 성규가 제것인냥, 넘보지 말라는듯 성규를 조금 더 세게 안았다.
바람은 여전히 차게 불어왔고, 하늘은 뭐라도 내릴마냥 어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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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늦었네요, 진짜 죄송해요.
일을 시작해서..T_T
기대하던 성규의 능력은 얼음이었습니다!
명수는 사실 가이드로 학교에 편입됩니다 하하
명수와 성규의 재회장면을 그토록 쓰고싶었는데 망했네요..
이제 어느정도 전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호, 혹시 그래도 여태 읽으면서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드릴게요ㅜㅜ 질문해주세요
INFINITE "BACK" 대박 스멜 나는듯
흥해라 울애기들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