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이었을까, 네가 내 곁에 있다고 자각을 하게 된 게.
너는 항상 내 주변에 있었지만 나는 너를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냥 너는 너의 갈 길을 가는구나, 나도 내 갈 길을 가고 있으니. 그런 느낌?
그런데 언뜻 생각을 하고 보니 시간이 어떻게 됬던, 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던지 간에 넌 항상 내 주변에서 날 배회하고 있었다.
너는 말도 없이 자기 갈 길을 가는 듯 하면서도 언제나 내 주위에 있었다. 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 하면 또 자기 갈 길을 가는 척 하고. 또 내가 시선을 돌리면 내 주변에 있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이번엔 반대 상황인 것 같다. 몸이 가까우니 마음도 가까워진 듯 하였고, 어느 순간부터 네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야, 도경수. 너는 어째 맨날 내 옆에 있는 거 같냐?"
"... 어? 아닌데?"
"뭘 아냐, 너 나랑 눈 마주친 것만 해도 꽤 되는데."
"아, 아니래도 그러네."
너와 처음 말을 한 이후로 항상 같이 다녔던 거 같다. 너도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곁에서 편하게 있어도 되고, 나도 너랑 같이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도경수가 이걸 노리고 내 곁에 계속 있었던 거 같다. 딱히 내가 꽃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 때의 도경수를 말하자면 나비가 아니었을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