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대답해."
"……김, 성규…"
"이런일, 더 하지마. 같이 가자"
*** *** ***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나는 지금의 파멸이 찾아올걸 알면서도 김성규를 또 내 곁으로 데리고 올까.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한참을 생각해봐도 언제나 결론은 참 우습게, '그렇다' 였다. 헛웃음밖에 지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인가.
우리는 서로가 한몸인 듯 그렇게 지내왔나보다. 아마 그걸 사랑, 이라고 하는거겠지.
*** *** ***
"나 왜데리고 온거에요..?"
글쎄. 그건 나조차도 의문이었다. 깊어보였다, 라고 하면 알아들으려나
그냥 쳐다볼 수도 없을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고작 몸이나 파는 남창주제에 눈에 참 밟혀서.
창백할 정도로 투명한 니 살결도, 새초롬하게 찢어져있는 눈도, 작고 빨간 입술도, 모든게 다.
"…아저씨 높은 사람이죠? 나 이제 저기 안가도 되요? 다른 아저씨들이랑 막,"
"..."
"아니면 나, 아저씨랑 해야되는 거에요?"
"그런거 아니니까…"
싫은 듯 회상하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런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모습까지도,
그냥 다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그저 널 독점하고 싶었다.
*** *** ***
"아저씨, 오늘은 빨리 와야돼. 거남아저씨는 안놀아준단 말이에요. 성규 심심해에-"
"밥이나 잘 챙겨먹고 있어."
"다녀와요!"
독한 화장품 냄새부터 시작해서 담배냄새까지. 온갖 안좋은 것들을 갖춘 뒷골목의 구렁텅이에서 녀석을 데리고 나온지 어느정도 됐을때는,
꽤나 맞고 살았던지 온몸에 달고있던 상처도 점점 아물어갔고 처음 왔을때의 겁먹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또래에 맞게 뽀얗고 풋풋했다. 찌든 곳에서 지냈으면서 전혀 때묻지 않아있었다.
해맑게 웃음까지 띄우며 이제는 애교도 살살 부리기 시작하는데, 제법 익숙해질 정도였으니.
*** *** ***
"아저씨, 진짜 그런거 아니에요…! 나 명수형이랑 아무일도,"
"시끄럽다고 했어."
"아닌데, 정말 아니란 말이야!"
"김성규"
"..."
"너 죽이는거 어려운 일인것 같아?"
아아. 너무 심했나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김성규가 벌였던 일은 너무나도 괘씸했다.
찢어진 눈에 맺혀있는 눈물마저 예뻐보였다. 넌 내 것인데, 아무한테도 줄 수 없는데 어째서 넌 나 하나로 만족을 못하는건지.
"그런쪽 아니랄까봐 맨날 박히다가 없으니 허전한건가?"
"…아저,씨."
그게 소원이라면 꽉 채우고, 또 꽉채워 줄게 넘칠만큼.
난 그날 김성규를 안았고 울고불고 날 밀어내던 김성규는 그런 모습마저 아름다웠다.
한번도 날 거부한적 없던 녀석인데, 생소한 모습마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다 독점하는게,좋았다.
발악에 가까울 정도로 발버둥치던 김성규가 지쳐서 까무룩 잠들때쯤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니
저도 날 사랑한다고 중얼거리 듯 말하며 품으로 폭 떨어지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심장이 저릿해왔다. 한가지 확실한건 웃음이 나더라.
*** *** ***
성규야, 김성규. 내 아이야 얼마나 널 더 그리고 또 그려야 다시 나타날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로는 쑥스러운듯 성규는 마치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힐때가 많았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끝을 알리는 총성이 한 차례 들려오고 난뒤에 눈을 떴을땐
내 아이가, 하얀 천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제 날개를 잃은채로,
"으, 진짜 아프다… 어떻,게 이런거"
여태까지 참았어요? 아저씨 진짜 대단해. 소름끼칠 정도로 빨간 핏물을 울컥울컥 내뱉는 주제에. 그만 말해, 김성규.
이따위 피쯤 많이 봐왔던건데 무서웠다. 피가? 피를 흘리는 김성규가?
나를 떠날까봐. 아니, 떠날거라는걸 너무나도 잘 알것같아서.
"아저,씨. 웃는거 참 예.쁜데… 자주. 웃,어주지. …아쉽다… 후윽."
머리속이 새하얬다. 김성규 처럼,
덜덜 떨려오는 손과는 다르게 내가 할수있는 일은 그저 힘없이 추락해있는 김성규의 손을 맞잡고, 피로 젖은 몸을 안아주는것 뿐이었다.
가슴깊이 무언가가 차올랐고, 저릿해졌다. 입을 맞추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고 천천히 내려앉는 내 입술을 느끼며,
김성규는 그렇게 내 곁에서 떠났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품에서 떼어놓았을때, 김성규는 표정은 웃고 있는 듯 했고 그제서야 실감한 듯 난 울었다.
어째서인지 홀가분한 듯한 표정의 김성규때문에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다.
내 아이의, 내 아이였던 성규의 손은 아직도 따뜻했고 내 눈물은 뜨거웠다.
이끌리듯 만났던 우리는 아름답게 사랑했지만 끝은 파멸이였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