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또 비와. 나가서 테라스 좀 접고 와줘요. " " 귀찮아. " " 뭐야. 비올때는 비 좋아하는 사람이 가야지. " " 싫어해 이제. " " 진짜 째째하기는. 됐어요. 내가 할게. " " 앉아있어. " 칭얼거리는 네 어깨를 꾸욱 눌러 제자리에 앉혀두고는 걸어나와 카페 테라스를 치고선 다시 들어와 니 옆에 앉는다. 행복하다. 하루하루, 매 일분 일초 흘러가는 시간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버스를 타고 달려오니 어릴 적 살던 나의 동네가 눈 앞에 펼쳐졌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거리.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없기는 똑같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살던 그 곳을 기억하면서. 고등학생에 접어들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동네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절대로 고르지 못하겠지. 그 때부터 였을까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꼭 이곳에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의 무게에 치이며 살던 그 해 여름, 난 빗소리와 함께 나의 집을 생각했다.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된 여행길이었다. 나의 집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보인 첫 여자가, 다름 아닌 너. 내가 살던 집에, 이제는 그녀가 산다. 그녀는 과연 내가 찾던 사람일까. 고민은 확신에 이르렀고, 나 역시도 하루하루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조금씩 더 다가갔다. 빗줄기가 거세던 어느날, 의문점이 생겼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그녀는 비를 싫어한다. 나는 이 집을 좋아한다. 그녀는 마지못해 이 집에 사는 듯 하다. 너는 정말, 내 겉모습만 사랑한걸까. 그러한 고민의 절정, 장마가 끝나기 전날 밤. 너를 불러 함께 별을 보았다. 별이 없다고 하늘을 안보지말라는 말도 해두었다. 입을 맞추었다. 내 진심이, 너에게는 전해졌을까. 너는 나에게 너를 사랑하냐 물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히려 내가 네게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고개를 저었다. 거짓을 고할 때엔, 언제나 가슴이 저릿하다. 다음주, 아니 당장 내일이라도 어디로 떠날지 모를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남겨질 너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 일지도 모르니까. 어색한 공기 속에 너는 자리를 떴고, 나는 그렇게 이 집을 떠났다. 시간이 지나도 네가 있어주길 바라면서. 시간이 지나도 네가 내 모든 모습들을 사랑해주길. 그 이기적인 바램을 가지고서. 긴 여행의 끝. 나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너는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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